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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 여성도 게임을 한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어색한 첫 만남에 나오는 대화 주제는 항상 비슷하다. MBTI, 나이, 다니는 직장이나 학교. 서로에 대한 정보를 간단히 파악하고 나면 으레 취미를 묻는 질문이 뒤따라 나온다. “뭘 좋아하세요?” 혹은 “여가 시간에 주로 뭘 하세요?” 같은 질문들이다. 나는 항상 게임을 좋아한다고 답한다. 그럴 때마다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여성분이신데 게임을 좋아하세요?”
나는 게임을 좋아한다. 실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게임에 미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을 조금씩 내서라도 매일 게임을 즐긴다. 새로운 게임을 사는 것을 좋아해서 한 달에 서너 개 정도의 게임을 구매한다. 좋아하는 게임은 DLC(1)까지 전부 구매하고, 개인 유저들이 만든 다양한 모드도 적용하는 등 가능한 모든 콘텐츠를 체험해 봐야 직성이 풀린다. 특정 캐릭터를 소장하고 싶어서 상당한 금액을 쓴 게임도 많다. PC게임을 선호하지만, 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에도 8~9개 정도의 모바일 게임이 깔려 있다. 좋아하는 게임 장르가 뚜렷한 것도 아니다. 잔잔하게 농사를 짓는 힐링 게임부터 공포 게임, 추리 게임, 총을 쏘며 혼자만 살아남는 게임까지 정말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구매하고 즐겨 왔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며, 게임에 돈도 꽤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을 들으면 당황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성은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남성 표본 3042명 중 75.3%가, 여성 표본 2958명 중 73.4%가 게임을 즐긴다는 조사 결과가 담겨 있다. 해당 보고서는 게임 이용자의 지출 비용 및 비율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총지출 경험이 있던 비율은 남성과 여성이 28.8%와 28%로 비슷했으며, 총 지출액 평균은 남성이 65,541원, 여성이 59,447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게임 이용 비용 평균은 남성이 48,809원, 여성이 30,526원이었다. 이것은 게임 이용자 중 여성의 비율이 상당하며, 여성 유저가 게임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려준다.
Chapter 2. 여성 유저를 존중하지 않는 게임 문화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종종 사용되는 ‘여왕벌’, ‘혜지’라는 단어가 있다. ‘여왕벌’이라는 단어는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벌 무리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암컷 벌을 가리키는 이 단어는, 남성이 대부분인 집단에서 다른 남성들을 거느리는 여성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도 자주 이용된다. 게임에서의 ‘여왕벌’도 비슷한 맥락의 단어이다. ‘여왕벌’은 남성 유저를 이용해 도움을 얻는 여성 유저를 의미한다. 포털 사이트에 ‘게임 여왕벌’ 혹은 ‘여왕벌 유저’를 검색하면, ‘여왕벌’을 비난하는 게임 유저들의 글이 줄줄이 나온다.
다른 유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잘못된 행위이지만, ‘여왕벌’이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면서 여성 유저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악성 게임 유저에 대한 분노가 여성 혐오와 여성 이용자 일반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여성 유저의 목소리가 예뻐서 기대했는데 막상 실제로 만나 보니 외모가 별로더라’, ‘외모에 자신 없는 여성들이 꼭 게임 내에서 영향력을 끼치려고 노력한다’, ‘여성 유저는 목소리만 괜찮으면 실력이 부족해도 금방 랭크를 올릴 수 있다’. 전부 게임 내 채팅이나 게임을 함께 하는 남성 지인들에게 실제로 들어 본 말들이다. ‘여왕벌’에 대한 악감정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여성 게이머에 대한 차별도 함께 늘어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왕벌’이라고 불리지 않기 위해 게임 중 했던 행동을 끊임없이 자기 검열하는 여성도 많아졌다.
‘혜지’는 여성 유저들의 역할 고정관념에서 유래한 것으로, 일부 게임에서 ‘서포터’나 ‘힐러’ 등의 역할만 고집하는 여성 유저들을 비하하는 단어이다. 둘 모두 게임에서 꼭 필요한 역할이지만, 앞에 나서서 공격하지 않다 보니 수동적이고 실력이 부족한 캐릭터로 보이곤 한다. 그렇기에, 서포터 캐릭터만 선호하는 사람들을 ‘다른 유저들의 실력에 무임승차하는 혜지’라고 여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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