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by 자치언론 파란

이유 디자인 계란



페미니즘 Feminism

「명사」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명사」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권리와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신념과 목표 또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투쟁

-옥스퍼드 사전-


페미니즘이 웹상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15년 ‘메갈리아’가 등장하고,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18년 ‘미투 운동’과 ‘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시위’를 거치며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이 리부트되었기 때문이다. [1] 모르는 이들은 정보화 시대의 확산성을 틈타 혜성처럼 등장한 보통의 신조어쯤으로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인터넷이 발명되기 전에도 여기 존재했다.


서구 사회에서 페미니즘의 역사는 1, 2, 3차 페미니즘 물결(wave)로 구분된다. 19세기부터 1950년대까지의 1차 페미니즘 물결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필두로 교육권, 참정권, 사유재산권을 획득하기 위해 싸웠던 움직임을 뜻한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2차 페미니즘 물결은 사회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래디컬 페미니즘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사회적으로 불평등하게 조성된 노동환경 등에서 여성이 해방될 것을 강조했다. 1990년대 이후의 3차 페미니즘 물결은 중산층 백인 시스젠더 여성 위주로 전개되었던 이전의 페미니즘 운동을 비판·성찰하며 여성의 다양한 정체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 교육받은 신여성들이 여성단체를 조직한 이후로 페미니즘 운동이 시작되었다. 1980년대 들어 ‘한국여성의 전화’를 비롯한 선구적 여성단체가 설립되면서 ‘반성폭력 운동’, ‘아내구타추방 운동’, ‘레즈비언 인권 운동’ 등의 여성운동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95년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되었고, 1998년 여성가족부의 전신인 여성특별위원회가 설치되었으며, 2005년에는 호주제 폐지를 얻어냈다.


그럼에도 갈 길은 멀다.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 전체 임원 중 여성임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7천345명)의 6.0%(439명)이었다. [2]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OECD에 가입한 원년인 1996년 이래로 내내 꼴찌 수준이다. 직무, 직종, 사업장이 같은 남녀 간의 임금 격차 역시 주요국 중 최상위권이다. [3] 성차별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4]


여성학·평화학 연구자 정희진은 여성주의가 “남성중심주의에 반대하는 저항의 언어라기보다는 기존의 인식을 상대화하고자 노력하는 협상의 언어”라고 말한다. [5] 남성중심적 사고는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한 오랜 질서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그 속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으며, 단숨에 극복하고 청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세상과 자신을 향한 ‘성찰’이다. 가부장제와 남성중심주의가 인류의 인식 체계에 얼마나 깊이 개입하고 있는지를 질문하고 바로 볼 줄 알아야 한다. 모든 문제 제기는 성찰에서 시작된다.


“너 페미(페미니스트)야?”

굳건한 세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은 지난한 길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페미니즘은 여성주의적 성찰 이전에 “너 페미야?”라는 지극히 사소한 질문과 싸워야 한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2030 젊은 남성층을 중심으로 백래시(backlash)[6]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시사IN>과 여론조사 전문기업 한국리서치가 ‘20대 남자 현상’을 주제로 진행한 심층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 84.1%, 30세 이상 남성 64.2%가 “페미니즘에 거부감이 든다”라고 답했다. [7] 20대 남성 78.9%는 “페미니즘은 여성 우월주의를 주장한다”는 의견에 동의했으나 “페미니즘은 한국 여성의 지위 향상에 기여해 왔다”는 데 64.8%가 반대하는 모순을 보였다. 페미니즘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의견이라면 무엇이든 부정적인 방향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2023년은 이들의 반페미니즘 인식이 터져 나온 해였다. 11월 4일 경남 진주시 하대동의 한 편의점에서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한 아르바이트생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피의자는 “머리가 짧은 것을 보니 페미니스트”라며 “나는 남성연대인데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8] 같은 달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한 부동산 신탁회사 소속으로 표기된 익명의 사용자가 “페미 때문에 여자들이 더 손해 본다”며 “우리 부서만 해도 이력서 올라오면 여대는 다 걸러버린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고용노동부가 실태조사에 나섰다. [9] 11월 말에는 넥슨 게임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엔젤릭버스터(엔버)’의 뮤직비디오 ‘샤이닝 하트(Shining Heart)’ 속 엔버의 손동작에 남성의 성기 크기를 비하하는 메갈리아의 로고인 집게손가락이 의도적으로 포함되었다는 주장이 남초 커뮤니티에서 퍼지며 제작사가 사과문을 올리고 영상을 비공개하는 일도 벌어졌다. [10]


페미니즘을 적대시하는 움직임은 남성 집단을 약자로 위치시키는 ‘남성 마이너리티’ 자의식을 바탕으로 한다. [11] 역차별 담론은 남성 우위의 권력구조를 선험적으로 인정한 뒤 여성 우대 정책이 과도하지는 않은지를 검토하는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2030 남성은 역차별 담론을 세대론으로 이동시키며 ‘남성중심사회’라는 전제를 제거한다. [12] 여성이 구조적 차별의 대상이 되었던 역사는 인정하나 이는 과거의 유물일 뿐이며, 현재의 여성들은 아무런 차별을 당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기성세대와 달리 성차별에 책임이 없는 젊은 남성은 여성에게 ‘특혜’를 주는 사회에서 역으로 차별의 대상이 된다. 페미니즘은 목적도 당위도 잃은 부정의한 사상 체계로 개념화되면서 ‘남성혐오’의 선전 도구로 전락한다.


‘남성혐오’는 무엇인가

그러나 ‘남성혐오’는 가능하지 않다. 한국 사회는 혐오 개념을 혼용, 오용하고 있다. 여성혐오 발언을 지적할 때 “저는 여자를 좋아하는데요?”와 같은 답이 돌아오는 이유다. 여성혐오는 ‘hate’가 아닌 ‘misogyny’다. 여성, 남성이라는 관형어가 붙지 않는 단일한 개념이며 특정 집단을 ‘싫어하는 것’ 이상의 복잡한 의미를 압축한 단어다. [13] 일본의 여성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우에노 치즈코는 저서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에서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주체로 결코 인정하지 않는 여성의 객체화, 타자화-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여성멸시-가 곧 여성혐오”라고 말한다. 여성성에 대한 신화를 기반 삼아 여성을 조롱하는 것도 여성혐오지만, 이상화하여 찬미하는 것 역시 여성혐오다. 모두 여성을 대상화, 타자화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 혐오표현의 대상으로는 ‘역사적으로 차별받아온 소수자 집단’이 제시된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혐오표현이 “개인의 권리를 직접 침해한다기보다는, 한편으로 혐오표현의 대상집단을 종속시키고 차별을 영속화하며, 다른 한편 사회구성원들 모두에게 혐오와 차별을 동참하게 만든다”며 그 해악을 설명한다. [14] 여성혐오는 ‘여성’이라는 소수자 집단에게 실질적인 해악을 입히는 공격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남성혐오는 어떤가.


남성혐오는 양성 패러다임을 기초로 한 이분법적 분류에 따라 만들어진 말이다. 여성을 향한 남성의 ‘나쁜 말’을 여성혐오라 하니 남성을 향한 여성의 ‘나쁜 말’은 남성혐오로 정의하겠다는 단순한 논리다. 그러나 여성혐오와 남성혐오는 결코 등치시킬 수 없는 개념이다.


정희진에 따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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