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용 삶을 위하여: 여자 혼자 내집마련 가능할까?

by 자치언론 파란

글 고도 두리 디자인 고도



고도의 이야기

늘 더 넓은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70년대에 가장 부흥했던 내(고도)가 나고 자란 도시는 늘 쇠락의 기운이 가득한 곳이었다. 부모님 시대에서 끝난 도시. 주변의 친구들도 도시를 벗어난다거나 큰 꿈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근처의 학구열이 센 신도시 로 갔다. 그래도 여전히 답답했다. 우물에서 웅덩이로 간 개구리가 된 기분이었다. 주변에서는 모두 ‘인서울’이나 유학을 당연한 목표로 잡았고, 홈커밍데이에 고등학교를 방문하는 인서울에 성공한 선배들의 얼굴은 끝내주게 밝았다. 서울의 인프라. 전시회나 뮤지컬을 보기 위 해 왕복 8시간, 교통비 10만원을 지출할 때면 지방에 사는 게 큰 손해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인서울만 하면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살 곳을 구하는 것부터 녹록지 않았다. 서울 상경에는 여 러가지 방법이 있으나 일단 기숙사에 살고 싶었다. 알지 못하는 지역 에서 내가 살 집을 고른다는 게 부담과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대학의 대면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어 단기간 거주가 가능한 기숙사가 부담이 적기도 했다. 물론 기숙사 비용이 싸진 않다. 기숙사비만 월 40만원에 취사가 불가능하니 식비도 그만큼 더 든다. 그마저도 20학번은 기숙사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별 수 없이 장학 재단 기숙사와 지역 기숙사를 지원했다. 그러나 둘 모두 불합격했고, 개강 직전의 2월 말 급하게 자취방을 구하러 서울로 향해야만 했다. KTX로 왕복 8시간, 시외버스로는 10시간, 통학은 절대로 불가능한 지방인이었으므로.


당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9-6로 일하고 있어서 방을 보러가는 것도 토요일 하루만 가능한 일정이었다. 출근해서 틈틈이 직방을 훑 어보고, 점심시간에는 부동산에 문자를 돌리고 토요일 일정을 30분 단위로 계획해서 올라갔다. 그렇게 방을 보러 갔는데, 부동산 어플에 올라와있던 사진과 달리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방들 투성이였다. 사전에 부동산에 전화를 하고 시간을 맞춰 갔음에도, 바쁘다는 이유로 방을 보여주지 않는 곳도 있었다. 이미 서울로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지쳤고 개강 직전이라 제대로 방을 볼 정도로 방이 많 지도 않았다. 열 군데도 돌아보지 못하고, 그나마 사람이 살 정도의 넓이인 방을 계악하고 내려왔다. 대학가의 비싸고 끔찍한 방에 대한 첫 자각이었다.


본가 생활과 달리 열악한 삶의 질에 우울함이 몰려왔다. 본가에 있 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채광의 중요성과 5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답답함이 신경을 갉아 먹는 기분이었다. 사소한 소음에도 흠칫흠칫 놀라기도 했다. 졸업 후에는 지방에 내려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서울 상경한 지방의 학생들은 다 이렇게 사는 건가? 더 넓게는 상경, 비혼, 그 외의 이유로 본가를 벗어나 홀로서기를 결심한 20대 여성들은 모두 이런 걸까? 그렇다면 취직을 한 뒤에는 나아질까?



취업하면 안전한 독립을 얻어낼 수 있을까

취업하면 돈 걱정은 덜 하게 될 줄 알았는데.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집값이 사회 초년생의 소득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취업 여성에게는 페널티도 부과된다. 한국이 OECD 국가 중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국가라는 점에서다. 최근 10년간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여성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이 남성 노동자의 70%를 단 한 번도 넘기지 못했다. 이러한 격차 속에서도 여성은 남성보다 더 많은 주거비를 고민하고, 지출한다. ‘안전함’이라는 추가적인 옵션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1인 가구에도 기회를! 그런데 여전히 바늘구멍이에요

늘어가는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에 주택청약에 대한 관심도도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1인 가구로는 당첨을 노리기 어렵다. 기혼자나 부양할 가족이 있을 때 가산점이 주어지기에 1인 가구 미혼자가 점수를 채우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점점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추세를 반영하여, 정부는 생애 최초 특별 공급 기준을 완화하였다. (2021.11.16) ‘혼인 중이거나 미혼 자녀가 있는 가구’만 신청이 가능했던 기존 청약에서 소득·가구가 무관한 추첨제를 도입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여성들에 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부모님이나 남편으로부터 만들어진 자산, 공간은 아닐 것이다. 독립을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결과 끝내 ‘자기만의 방’을 찾은 여성들의 이야기처럼. 우리에게는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집, 그리고 함께하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답을 찾았다면 이제, ‘내 집’이라는 짧은 단어에 길고 긴 1인용 삶의 필름들을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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