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디자인 솔솔
생각해보자. 당신은 이제 막 열세 살이 되었다. 열세 살이 된 당신에게 누군가 다가와 이렇게 말한다.
“너는 이제 가족들과 떨어져서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외딴 곳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과 평생을 살아야 해. 그게 네 가족들의 생각이고, 너에게 거절할 권리는 없어.”
-장혜영, 당신에게 장애인 친구가 없는 이유 (CBS 세상을 바꾸는 15분)-
이 말을 들은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상상 속 열세 살 필자는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평생 집을 떠나야 한다니! 게다가 그게 우리 가족들의 생각이라고? 가족들에게 서운함과 배신감이 들고 앞으로 다가올 일이 두렵게만 느껴진다. 힘껏 도망을 치든, 똑 부러지게 항의를 하든, 저마다 다른 모습을 그리고 있겠지만, 독자 대부분은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나의 의사를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결정권을 박탈해버리는 상황은 결코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 이야기는 실화다. 다큐멘터리 (2018)은 열세 살에 가족과 떨어져 18년 동안 시설에 거주한 혜정이 시설에서나와 언니이자 감독인 장혜영,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발달장애를 가진 혜정은 열세 살에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시설로 보내졌다. 시설 내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혜정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었으며, 장애인 당사자의 필요 보다는 시설 종사자의 편의가 더 중요시되었다. 그렇게 혜정은 ‘탈시설’했다.
결정권을 갖지 못한 사람은 혜정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시설 거주 장애인들은 자신의 의사를 무시당한 채 시설에 입소한다. 시설 거주자의 대부분은 타의에 의해 입소하며, 반 이상의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강력한 권유에 의해 사실상 강제로 입소한다.
이처럼 장애인이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지 못하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하며 생겨난 개념이 있다. 바로 탈시설 – 자립생활 (Deinstitution – Independent Living) 운동이다. 이들은 국가의 수용시설 중심 정책을 비판하며,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설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통념을 깨고자 한다. 또한 장애인이 거주 시설에서 나와 지역 사회에서 살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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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시설에서 사는 것은 당연하지 않다
작년 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되었다. 자유한국당 박용찬 대변인이 이를 비판하며 한 발언 역시 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과연 우리 사회가 탈시설을 비롯한 장애인권 의제에 대해 이야기 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
“사람으로 제대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걸까요? 그런 기본적인 질문만 함께 고민하고 대화할 수 있다면, 정부가 국민들과 대화하고 의논할 태도만 가질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저는, 불쌍한 사람도 아니고 말이 안 통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저는 최영은, 사람답게 살고 싶은 인간일 뿐입니다. -최영은-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과 배제가 결국 시설화의 문제 를 만들었다. 시설 거주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간다면 장애인에 대한 의식과 관점이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포용적인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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