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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곳에서 귀국했거나 오랜만에 고향(혹은 가정)에 돌아왔을 때 흔히 하는 말 중 Home Sweet Home이란 말이 있다. ‘Home Sweet Home(즐거운 나의 집)’은 영국의 작곡가 H.R.비숍의 오페라에 삽입된 가곡의 이름으로 노래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널리 쓰이기 시작한 관용구다. 왜 집을 ‘Sweet’이라는 말로 수식할까? 그건 아마도 집이라는 상징적 장소가 불러일으키는 대표적 감정이 ‘안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많은 사람들이 집을 ‘보금자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금자리’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자. 보금자리 2.명사 지내기에 매우 포근하고 아늑한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집은 다수의 사람들에게 보금자리 역할을 한다. 그러나 다수가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코로나19라는 전세계적 호흡기 감염질환의 유행으로 우리의 생활반경은 극도로 좁아졌다. 해외여행은커녕 국내여행도 가기 어렵다. 출퇴근 대신 재택근무를 하고, 통학 대신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바이러스 균에 노출, 전염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모두가 주거공간 밖으로 나오기를 꺼린다. 정부와 언론은 시민들에게 가급적 외출을 삼가라 당부하고 많은 사람들이 집이 가장 안전하다는 말에 동의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전염병으로부터 나를 지키려면 외부와의 단절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일 것이다. 하지만 애당초 집을 안전한 공간이라고 느끼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지금 이 상황은 어떨까? 아마 지옥과도 같을 것이다.
맞벌이 가정의 장녀인 나는 대학 강의가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자 가족 구성원 중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자연스레 이전보다 많은 가사가 나에게 분담되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자 과제와 시험으로 바쁠 때면 조금 힘에 부쳤다. 집안일의 어려움을 실감할 즈음, 언론에서도 나와 유사한 상황에 놓인 이들의 고충에 대해 다루기 시작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가사노동이 꼭 여성의 역할은 아니라는 인식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식변화에 비해 실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의 최근 조사(2020)에 따르면 일과 가정생활 모두에 충실해야 한다고 답한 남성의 비율이 40.3%로 이전 조사(2011)에 비해 11%p 상승했다. 그러나 취업 남성의 가사노동 참여시간은 40분(2011, 통계청)에서 49분(2020, 통계청)으로, 9년동안 9분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부부의 가사노동 참여시간을 비교하면 여성의 독박 가사가 더 명확히 드러난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여성이 하루 평균 3시간 7분, 남성이 54분 가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019). 심지어 여성이 벌이를 책임지고 남성이 일을 쉬는 경우에도 여성이 2시간 36분, 남성이 1시간 59분 참여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이 부재하던 2019년의 상황이 이러한데 2020년의 상황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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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사고가 일어난 후에야 경각심을 가질까. 사회의 위험요소를 인지하고 미리 조심하고 예방할 수는 없는 걸까? 앞서 언급한 문제들은 코로나가 불러온 참극이 아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존재하던 문제들이 코로나라는 특수상황 탓에 부각된 것뿐이다. 이렇게 사후대처에만 급급하다면 사건 직후 잠시 동안만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뿐, 근본적인 인식변화에는 도움되지 못한다. 시간 지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까맣게 잊고 원상복구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집 안에서 고통 받는 이들이 존재하는데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집에 머물기를 요구하는 안일함에 대해 생각한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니까 약간의 기사화가 이뤄졌다 뿐이지 여전히 우리 사회는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상황에 무심하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문제의 인식부터 시작해야 한다. 왜 여성은 가정 내에서 독박육아를 감내해야 하는가, 왜 학대 받는 아동을 보호할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는가, 이들 외에도 우리가 모르는 새 조용히 꺼지는 생명의 불꽃이 있지 않을까?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 변화의 불씨는 지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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