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기다림, 등록금 반환

by 자치언론 파란

다프네 솔솔

디자인 솔솔


여느 때라면 학생들로 붐볐을 3월의 숙명은 한산했다. 빠르게 번지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강의실 문이 닫혔고, 도서관에 앉아 책을 볼 수도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네모난 화면 앞에서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비대면 강의는 등록금만큼의 값어치를 하지 못했다. 오래된 외부 영상이 강의 영상으로 올라왔고, 심지어는 영상자료 없이 텍스트만으로 학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학생들은 등록금 반환을 외치며 행진을 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6월 30일에 코로나 19 특별장학금 지급을 확정한 건국대를 시작으로 몇몇 대학의 등록금 반환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 대학도 12월 중에 코로나19 특별장학금 지급의 형태로 등록금을 반환하는 것을 결정했다. 그러나 결정 시점이 늦었고, 지급 대상과 금액도 학생들의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부족해 전반적인 논의 과정에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등록금 반환, 왜 이렇게 늦었을까?


총학생회 ‘모두’는 등록금 반환 논의를 위해 올해 3월부터 꾸준히 대학 본부의 문을 두드렸다.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3월 19일부터 일주일 간 진행된 <온라인 강의 만족도 조사>에는 18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학우들의 목소리는 총학생회가 작성한 요구안에 담겨 대학 본부에 전달됐다. 이후에도 등록금 반환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과 교육권 침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가 추가적으로 이루어졌다. 총학생회는 이와 함께 대학가의 코로나19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여러 기자회견과 등록금 반환 소송, 대학생 행진 등에 참여해 등록금 반환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전국 대학생들과 연대했다.


학우들과 총학생회의 계속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학 본부는 등록금 반환 논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3월 초에 진행한 면담에서는 등록금 반환과 관련한 다른 학교의 사례가 없다며 논의를 회피했다. 이후 진행된 면담에서도 등록금으로 고정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상황이며, 적립금[2]은 별도의 사용처가 있기 때문에 이를 등록금 환불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학교는 처장단의 임기 만료를 근거로 9월에 새 처장단이 부임하기 전까지는 등록금 반환 관련 논의를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했다. 총학생회가 요구한 1학기 교비회계 예/결산안 자료에 대해서도 예산안은 운영 단위가 1년이므로 분기별로 공개하기 어렵고, 결산안은 아직 작업 중이라며 구체적인 논의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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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등록금 반환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는 학생회관 1층/행정관 1층의 모습 (제공: 편집위원 스노우)


새 처장단이 부임한 이후 진행된 면담에서도 진전된 논의는 없었다. 특별 장학금 형식의 등록금 반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확답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학 본부의 입장이었다. 처장단은 지급 대상과 규모를 시뮬레이션 하는 중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총학생회는 그 과정에서 대학 본부와 논의를 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등록금 반환 논의에서 주요 쟁점으로 다뤄지는 것이 등록금 반환 대상과 규모인데, 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대표하는 총학생회와의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등록금 반환안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하는 학교 측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총학생회는 11월 중에 등록금 반환 캠페인과 서명운동을 진행해 등록금 반환을 재차 요구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대학 본부는 코로나19 특별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답했으며, 총학생회와 2번의 면담을 진행해 지급 규모와 방법, 대상 등의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했다. 이후, 12월 14일에 숙명특별장학금 지급 공지가 게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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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인해 뜻하지 않게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모든 구성원들이 원치 않는 고통을 받아야 했다. 이 상황을 두고 누구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물 수는 없다. 다만, 모두가 사회적 고통을 분담하는 상황에서 유독 학습권 침해로 인한 피해는 학생들이 책임지고 있다. 학교는 코로나 사태에 대응한 정부의 방침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야만 했고,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겨 재정 부담이 심화되었다고 한다. 학교의 입장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코로나 사태로 발생한 피해를 전적으로 학생들이 감당하는 상황은 부당하다.


학생들은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등록금을 내고서 그보다 못한 질의 수업을 들어야 했다. 감염 위험 때문에 꼭 필요한 학교 시설을 이용하지 못했으며, 이를 대체하기 위한 사설 연습실 및 기기 대여 비용도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 앞으로 진행될 비대면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투자하는 비용도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부담한다. 학생들은 선택권이 없는 상황에서 정당한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면서 이전과 같은 수준 혹은 그보다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12월 중 특별장학금 형태의 등록금을 반환이 확정되었다. 다만, 이는 1학기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실제 납부한 금액과는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동일한 금액을 돌려받는다. 또한 등록금 반환과 관련한 논의에서 학교 본부가 소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여 결정 시점이 늦어졌고, 이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앞으로도 올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만약 다시 한번 올해와 같은 학습권 침해 상황이 발생한다면, 학교 구성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논의에 임해 빠르게 합의점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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