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와 행복의 관계성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

by 자치언론 파란

스노우


"한정된 재화로 최대의 행복을 뽑아내기 위해서 어떻게든 실패하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은 아닐까.

하다못해 소비에서까지 실패를 용납할 수 없게 된 우리다."


불안한 시대에 모든 기본적 삶의 조건을 포기해야만 하는 불운한 청춘들은 곧잘 우울에 빠지곤 한다. 언제부터 대학생들은 ‘견뎌낸다’, ‘버틴다’ 라는 동사들을 감내하게 되었을까. 고등학교 때는 대학이 다인줄 알았는데, 막상 대학에 들어오니 ‘취업’이라는 단어가 목에 턱 걸렸다. 취업만인가. 사회는 우리에게 실패 내지는 실수 없는 완벽을 요구한다. 연애, 성격, 스펙까지 완벽한, 인간이 아닌 기계가 되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까지는 연습 게임이었다면 이제는 실전이란다. 이에 낀 음식물처럼 불편한 단어들이 우리를 좀먹어도 쉬어가는 건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다보니 불안의 영역에서 벗어난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행위가 늘어난다. 가령, 소비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우리가 있다. 안타깝게도 행복을 갈망하는 소비는 공허함, 불안이라는 감정을 소비로 밖에 채울 수 없는 우리만 남긴다.


<본문 내용의 일부 발췌>


소비라는 우울 처방전

우울은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먹는다고, 노력한다고 해서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우울이다. 우울이라는 감정은 간접경험으로 접하는 것이 많은 정보화 시대에서 찾기 쉬워졌다. 나와 비슷한 스펙의 A씨가 내가 원하는 기업 서류에서 떨어졌다면, 나 역시 ‘안 되려나’하는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나 계속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우울을 극복하고자 한다. 기분 전환 삼아 머리를 자르기도 하고, 여행을 가기도 하고,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한다. 몇몇 방법을 제외하면 대부분 무언가를 소비하며 우울을 잠재운다. 소비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의 특성이기도 하다. 상품을 사고파는 행위 없이 존재할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는 필요에 의해 물건을 만들거나, 필요는 없지만 수요가 있는 물건을 만들어 낸다.


소비에서 찾는 행복불편함

소비에서 행복을 찾자! 라는 생각은 꽤나 위험한 발상이다. 실패하면 감당하기 힘든 상실감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패하지 않으려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언젠가부터 유행처럼 번진 ‘결정 장애’(필자는 이를 ‘결정 느림보’로 순화한다.)라는 단어는 앞서 말한 현상을 대변한다. 음식 메뉴판을 들고 한참을 고민하고, 옷을 들고도 한참을 고민한다. 심지어, 편의점에서 1200원짜리 음료수를 구매할 때도 가판대 앞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결국엔 평소에 자주 먹던 익숙한 메뉴를 선택한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안전한 선택지를 택하는 것이다.

‘실패 없는 소비 습관’은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20대가 되기 전까지 우리는 사회에 의해 실패하지 않는 인간으로 양육되어 왔다.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좋은 가격에 좋은 상품을 사고 안전한 소비가 가능하다는 것이 만족스러웠고, 고민은 수고가 아닌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실은 그렇게 합리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전시용 지출 비용


소비 실패가 낳는 불안과 비례하게, 소비 자체에서 오는 상실감도 크다. 이걸 사면 행복할 것 같아, 하고 소비했는데 결국 돌아오는 것은 그 순간에만 머무르는 행복이다. 돈 쓰면 행복할거라는 광고들과 흘러넘치는 상품들은 우리를 소비 없이는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존재로 만든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돌아보자. ‘나의 소비는 정말 필요에 의한 소비였나?’ 전시를 위한 소비는 아닌지, 행복이라는 강박에 시달려 하는 소비는 아닌지, 광고의 홍수에 휩쓸린 충동적 소비는 아니었는지.


전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전시하기 위한 소비를 조장한다. 미디어 속 누군가와 비슷한 모습을 띄는 것을 기본이라고 생각하게 만들며, 그것이 곧 행복과 자아실현과 직결될 것이라고 믿게 한다. 하지만 소비로 만들어진 자신, 행복은 진짜가 아닌 만들어진 허상에 가깝다. 물질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한 나라면, 그게 정말 나 자신일까?


전시를 위한 소비는 전시하는 그 순간에만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리고 소비에 의존한 우울 지우기, 행복 충전하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잠깐 소비를 멀리하는 게 좋다. 대신 소비에 쓸 시간을 ‘나의 우울이 어디서 오는지 자신에게 질문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건강한 방법 찾기!’에 투자해보자. 소비로 행복 충전하기에 중독된 우리에게는 그 원인을 알아갈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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