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체험 수기

by 자치언론 파란

플래시, 맑은 하늘, 가든 정, 스노우, 반달가슴곰, 오바다(편집위원 전원 참여)


잠시만 멈춰서 비건(모든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이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의 단골 음식점, 친구와의 약속, 회식 등 모든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고기는 당연히 안 되고, 육수를 쓰지 않는 음식점도 드물며 케익과 빵 같은 디저트에도 동물성 성분이 들어가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을 가득 채웠던 음식들 대부분이 먹을 수 있는 음식 후보에서 탈락된다. 또 비건이 끼니를 떼울 수 있는 음식점들은 특별히 날을 잡아 찾아가지 않는 이상 발견하기가 힘들고, 음식점을 찾았다고 해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그 음식을 같이 먹어줄지에 대한 다음 고민에 봉착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채식주의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조금만, 딱 5분만 생각해보면 알아챌 수 있다.


채식주의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파란의 편집위원 전원은 5일간 엄격한 채식주의인 ‘비건’의 생활을 체험했다. 채식주의자들이 겪는 차별의 경험을 직접 겪고 알리기 위해서였다. 모두가 비건이 되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비건을 비롯한 모든 채식주의자들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을 알리고 그들의 일상도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다.


스크린샷_22-2-2026_3313_.jpeg ©자치언론 파란

편집위원 반달가슴곰


비건 체험을 한다고 했을 때 누군가에게 별안간 이런 말을 들었다. "채식은 건강에 도움이 안 된다, 그리고 정신건강에도 해롭다. 채식하는 사람들 봐라, 성격 더럽지 않냐"고. 5일간만 비건이었던 나도 저런 말을 들었는데, 평생을 비건으로 사시는 분들은 얼마나 다채로운 참견을 들을까 싶었다.


편집위원 맑은하늘


혼자있을 때는 비건체험이 그리 힘들지 않았지만 사람들을 만날 때엔 어려운 점들을 온전히 감수해야만 했다. 약속을 잡고 만나 닭갈비 또는 파스타 중에 저녁을 먹고 싶다는 친구 앞에서 채식 음식점을 찾아 가자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는 자리에서는 배가 안 고프다고 말하고 사이드로 나온 샐러드만 먹은 적이 대부분이다.


편집위원 오바다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의 모든 음식에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기가 주가 되는 음식은 너무 많았고, 다양한 음식에 육수와 젓갈이 기본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토록 좋아하는 떡볶이를 먹고 싶어서 어묵을 걸러네다가, 떡볶이 소스에 육수가 사용된다는 사실이 머리속에 스친 순간에는 정말이지 울고 싶었다.


편집위원 플래시


비건 음식점들을 찾아다니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육류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소비했다는 게 확 와 닿더라. 유제품이나 고기를 쓰지 않아도 분명히 맛을 낼 수 있었으니까. 계란과 유제품이 들어가지 않은 쿠키나 빵, 스파게티는 평소 먹던 맛과 비슷했고 콩고기도 나름 고기의 식감이 나서 괜찮았다.


편집위원 스노우


고기를 안 먹으면 너무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외식하기 힘들다는 점 빼고는 오히려 몸이 가볍고 소화가 잘돼서 좋았다. 동물권에 무지하지 않으면서 외면하려 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던 체험이었다.

비건 체험이 끝난 후, 나는 여전히 고기를 먹고 있다. 하지만 예전 보다는 고기 소비에 있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편집위원 가든정


체험을 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단체 회식에 참석해야 할 때였다. 대부분 회식하면 치킨집이나 불판 있는 고깃집에 가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게 치킨 무, 드레싱 없는 양배추밖에 없었다. 먹는 것도 먹는 건데 다소 당황스러운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불편했다. 다이어트 하냐는 말은 넘긴다 쳐도 '그냥 먹어라', '그걸 도대체 왜 하는거냐'는 식의 말들은 비건'체험' 중인 저도 기분이 언짢았다. 아직 우리 사회는 비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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