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넘기니 TO.H라고 쓰여있는 편지봉투를 발견했다
글 함박 디자인 함박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을까요?’...라고 저에게 똑같이 물으시면, ‘안녕하다, 그렇다’고 쉽게 대답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은 정말 더운 여름이었습니다. 어떻게 잘 버텼다지만, 내년 여름, 내후년 여름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점점 저도 저의 변화를 조절하기 어려워지는 게 느껴지고요.
유엔 산하 IPCC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향후 20년 이내에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이 1.5도 이상일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부탁을 하나 하고자 펜을 듭니다. 저는 약 45억 6,700만 년 동안 여러분의 탄생과 발전을 지켜봐 왔습니다. 당신들을 품은 것이 저를 죽이는 요인이 되기도 했지만, 저는 당신들의 생명력이 보기 좋았습니다. 어쩌면 그것으로 저를 되돌릴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지금은 깊이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를, 어쩌면 당신들을 계속해서 살아 나가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고, 결국 제가 여러분에게 주고 여러분이 제게 받은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정말 많은 시간이 흐르면 완전히 파괴된 저라고 해도 재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그날에 존재할지, 그것은 미지수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생명력을 아주 가까이서 느끼고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때문에 여러분이 저와 공생하려면 이제부터라도 환경을 지켜야 합니다. 다만, 확실한 방법은 저도 알지 못해요. 다만 여러분이 지금까지 쌓아왔고 쌓을 지식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쓰여 온 다양한 책을 읽고, 누군가는 또 쓰며... 긴 시간 축적되어 온 지식들로 저를 보호해 주세요.
문자의 발명은 선사시대의 끝이며, 기록된 역사가 남아있는 역사시대의
시작을 열었다. 최초의 종이책은 868년 <금강경>이다. 1962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발행된 책 종 수는 1,835,328권이다.
물론, 일반적인 책은 수백 장의 종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때문에 저를 보호하고자 하는 분들은 기계를 사용한 전자책 독서를 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요. 한편으로는 맞지만, 한편으로는 틀리기도 합니다. 인쇄된 책은 단지 8.851lbs(4.01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아이패드는 평균 생애주기에 287lbs(130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종이책은 중고 서점 등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읽히거나 종이 원료로 재활용 되지만, 전자기기의 부품은 보통 매립지에 버려집니다.
미국의 비영리 기관 Green Press Initiative에서 발표한 보고서
전자책 리더기 1개가 3년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300쪽짜리 종이책 63권 분량에 달합니다. 300쪽 분량의 종이책은 제조부터 유통까지 0.4096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2011년 발표한 녹색성장을 위한 전자책 시장 활성화 방안 보고서
즉, 3년간 책을 64권, 1년간 약 21권 이상으로 읽는 분이시라면 전자책을 보는 편이 저를 보호하는 데에 효과적입니다.
따라서 제가 추천하는 독서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평소 적은 책을 오랫동안 읽는 독서 습관을 가지고 있는 분이시라면 종이책을, 많은 책을 자주 읽는 독서 습관을 가지고 있으시다면 전자책을 손에 드세요.
저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쫓아왔던 여러분에게, ‘지속 가능한 독서’를 제안하고자 이 편지글을 썼습니다.
지속 가능한 독서를 통해 저를, 환경을,
그리고 당신들을 살려주세요.
04.22-23.
어느 지구의 날과 책의 날 사이, 지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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