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디자인 플래시
작년 하반기, 대학가에선 미화노동자들의 휴게공간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비좁고 열악해서 ‘휴게’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휴게 공간. 쉴 수 없는 휴게실에서 휴식시간을 보내온 그들의 이야기는 2019년 8월 서울대 미화노동자 A씨가 사망하고 나서야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반짝’ 관심이었을지라도.
서울대 미화노동자 A씨가 사망한 휴게실은 계단 아래 위치한 간이 휴게실로 에어컨은커녕 창문도 없어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이었다. A씨가 사망한 그 날, 휴게실 온도계의 바늘은 35도를 지나있었다. A씨의 죽음이 더 아프게 느껴진 이유는 이런 휴게실의 모습이 ‘악덕’ 서울대의 괴담쯤이 아닌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현실의 투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휴게 공간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우리 숙명도 완벽히 자유로울 순 없었다.
<원문 내용 중 일부> 자세한 내용은 <파란 2호: 일상의 경계>에서 확인해보세요!
#현장_스케치 : 쉴_수_없는_휴게실
명신관 미화노동자 휴게실은 비좁다. 명신관과 새힘관을 청소하는 10명의 미화노동자와 경비노동자 1명이 함께 새힘관 지하 1층에 있는 휴게실을 쓴다. 그래서 지그재그로 누워야 겨우 11명이 전부 몸을 뉘일 수 있다. 이마저도 8명은 세로로 눕고, 3명은 가로로 누웠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아래쪽에 눕는 사람은 신발장 옆에 머리를 놓아야할 수밖에 없다.
배수로엔 물이 고여 있어 악취가 올라온다. 창문이 없어 환기가 어려운 탓에 쉬는 날엔 락스를 부어놓고 퇴근해야 고충을 덜 수 있다. 때문에 이들은 2년 전 제 50대 총학생회 ‘리바운드’가 기부한 공기청정기의 존재가 누구보다 반가웠다.
#현장 파헤치기 : NO 처벌, NO 준수
‘원청’인 학교와 ‘하청’인 용역업체 사이 책임 떠넘기기가 구조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학교는 미화노동자들을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한다. 따라서 미화노동자들은 ‘하청’ 용역업체 소속의 직원이다. 대학은 용역업체와 일반경쟁입찰 혹은 수의계약의 방식으로 1년 내지 2년 기간의 용역계약을 체결한다. 계약기간이 끝나고 용역업체가 바뀌면 기존 용역업체는 새로운 업체로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한다. 즉, 업체가 바뀌어도 캠퍼스에서 근로하는 미화노동자들은 동일하다. 용역업체는 기간제 미화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울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휴게시설 설치에 대한 권한을 가진 학교는 미화노동자들이 구성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용역업체는 설치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한다. 비정규직+기간제+간접고용, 밑바닥 근로자의 조건을 모두 갖춘 이들의 문제에 개선의 화살은 방향을 잃는다.
숙명여대는 2015년이 되어서야 미화노동자 노동조합이 생겼다. 밑바닥의 노동환경을 겪은 이들에게 지금은 봄날처럼 느껴진다. 임금으로 보나 근무 환경으로 보나 그들의 꽁꽁 언 겨울은 지금보다 훨씬 차갑고 고됐기 때문에. 창문이 없는 지하의 공간이지만, 난방이 되고 환풍기가 있는 이 공간은 이들에게 역대 최고의 공간이다. ‘최소’의 기준을 끌어올려야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그냥저냥 살아요. 어떻게 할 수가 없는데 뭐” 학생들이 오기 전 새벽에 출근하는 저임금 청소노동자들에게 밥을 먹고 잠을 잘 수 있는 휴게실은 잠시 앉았다 쉬어가는 그런 공간이 아니다. 그렇지만 어찌 손 쓸 도리가 없기에 그냥저냥 살아간다. 그들은 더딘 발걸음마저 고맙다고 말한다. 느린 발걸음이더라도 걸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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