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랭보 웨이브 디자인 솜이불
퀴어와 정치, 그리고 사회적 합의
2021년 한국, ‘동성애’는 여전히 큰 논쟁거리다. 평소에는 해리포 터 속 볼트모트처럼 언급조차 금기시되지만 수면 위로 올라오면 논란 의 중심에 서는 ‘동성애’. 평소 존재감조차 희미하던 동성애가 갑자기 일상 속에서 뚜렷해지는 순간은 바로 선거철이다. 선거철에는 후보자 들을 향한 동성애 찬/반 관련 질문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원래 이런 질문은 후보자들의 인권감수성을 확인하는 척도로써 작용해야 하는 질문이다. 그러나 후보자들은 관련 질문에 대한 답으로 동성애를 부정하고 혐오를 표출하면서 보수기독교계의 환심 사기 전략으로 활용한다. 우리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는 누군가가 거의 유일하게 사회에서 가시화되는 순간이 정치인들이 그들의 존재를 강력히 부정하는 순간이라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다. 보수진영 내에서는 이 담론이, 예를 들면 기독교적 관점도 있고 이게 혼재 되어 있다. 이러다 보니까 아직까지 입법의 단계에 이르기에는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 -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차별금지법 반대하시나요? 저는 여성이고 동성애자인데 제 인권을 반으로 자를 수 있습니까?” - 곽이경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활동가)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를 드릴게요.” - 문재인 대통령
그들은 항상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성소수자들을 위한 법안 마련을 피해왔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말하는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최근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피해자 분이 올린 ‘차별금지법’ 제정 국회 국민청원이 22일만에 청원동의 10만을 넘어서며 청원에 성공했다. 그들은 이제 10만 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응답해야 한다. 만약 그들이 10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한다면 그건 억지다. 논의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그들이 정해놓은 수치가 바로 국민청원 동의 10만이기 때문이다.
러나 애초에 ‘사회적 합의는 제도에 선행되어야 하는 무조건적인 조건이다’라는 전제에 대해서도 본질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동성혼 법제화 왜 필요한가
‘혐오만 안 하면 되지, 새로 제도를 신설하면서까지 그들의 권리를 챙겨줘야 하나? 역차별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삶의 많은 부분들은 은연중에 제도의 보호를 받고 있다. 4대보험, 의무교육 등의 많은 제도가 우리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제도란 그런 것이다. 우리 삶에 밀접해 일상에 혜택을 주거나 규제를 가하는 사회의 규범이다. 그동안 터부시되던 동성애자들의 존재가 차별 금지법이 의결되어 인정됐다고 가정해보자. 투명하던 그들이 무지개 색을 입고 비로소 사회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사회는 그들을 환영할 제도를 마련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그렇다면 동성애자들이 가장 원하는 제도는 무엇일까. 시스젠더(* 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이성애자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온 권리, 혼인이다. 우리나라의 민법에는 동성혼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 동성혼 ‘합법화’가 아닌 동성혼 ‘법제화’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나아가야 할 길에서 출발점에 막 서 있는 지금은 끝이 아득히 멀어 보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미리 겁먹거나 두려워할 필요 는 없다. 세상은 이미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내딛는 용기 있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반드시 세상을 조금씩 움직이고, 이내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소수가 하나될 때 비로소 우리는 다수의 힘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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