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솜이불 와치댕 플래시 디자인 솜이불
올해 3월, 오이도역 리프트 장애인 추락 참사 20주기를 맞아 4호선 에서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로 인해 발이 묶인 아무개는 회사에 지각했고, 아무개는 약속에 늦었다. 예정된 일정을 제시간에 수 행하지 못한 사람들은 화가 났다. 그 어느 때의 이동권 시위와 다름없이 사람들은 부정적인 말을 쏟아냈다. 시위 소식을 전하는 기사 댓글도 날이 선 말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장애인들에게 공통적으로 물었다. 왜 선량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줘야 했냐고. 그러나 대부분은 그 답변에 주목하지 않았다. 지각한 하루의 분노가 사그라들자, 사람들은 물음표를 지우고 사라졌다. 왜 그랬냐고 캐물었지만 실은 장애인들의 시위가 시작된 이유가 궁금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20여 년간 시위가 반복됐다. 같은 시위가 반복된다는 것은 진보가 아예 없었거나 더뎠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량한’ 시민들의 말마따나, 장애인들은 ‘왜 이렇게까지’ 지하철을 막아서야 했을까?
이들이 지하철을 막아선 이유
2001년 1월 22일, 당시 3급 장애인이었던 박모(71)씨가 남편 고모 (71)씨와 함께 2층에 위치한 역사로 올라가기 위해 수직형 휠체어리프트를 탑승했다. 리프트가 2층에 도착하고 내리려는 순간, 리프트를 지탱하는 철심이 끊어져 노부부는 그대로 7m 아래로 추락했다.
2002년 5월 19일 5호선 발산역 1번 출구 휠체어리프트 3호기에 서 1급 지체장애인 윤모(62)씨가 추락해 사망했다. 사고원인은 리프트의 기계적 결함이었다.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피해자 윤씨가 리프트에서 내리기 위해 안전보호대를 들어올리는 순간, 내리는 방향의 램프가 바닥에 펼쳐져야 하는데 사고 당시 윤씨가 탔던 발산역 3호기 리프트의 방향 램프는 올려져 있었다. 발산역에 설치된 네 대의 리프트 는 2002년 1월부터 5월까지 무려 33차례의 고장을 일으킨 것으로 밝혀졌다.
2006년 9월 4일 1호선 신연수역의 휠체어리프트에서 20대 뇌성마 비 장애인 김모(27)씨가 전동휠체어를 탄 채 리프트를 타다가 계단 아 래로 추락했다. 김씨는 한 달간 의식불명 상태로 사경을 헤매다 결국 사망했다. 2005년 4월 국민건강보험법시행규칙의 개정으로 전동휠체 어와 같은 고가의 보장구에 대해 80%를 국민건강보험에서 지원해 전 동휠체어가 보편화된 반면, 철도공사는 기존의 수동휠체어에 맞게 제 작된 리프트를 형식적으로 제공하는데 그친 것이다. 2008년 4월 18일 1호선 화서역에서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던 이모 (87)씨는 1번 출구에서 고정형 수동휠체어용 리프트를 이용하다 전동 스쿠터와 함께 추락해 중상을 입고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 끝내 사망했다.
2017년 10월 뇌병변장애인 한모(69)씨가 1호선 신길역에서 5호선 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타려다 추락해 98일간 투병 끝에 사망했다. 휠체어리프트를 타기 위해선 호출 버튼을 눌러 역무원이나 공익 요원을 불러야 하는데 이 호출 버튼이 계단과 너무 가깝게 설치되어 있었던 탓이다.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이십 년 째 이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장애인에게 장애인 이동권은 생존권이자 독립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
“현재 4호선에서의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로 인해 4호선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공사는 현장에 지하철보안관 등 인력을 투입하여 최대한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1년 2월 그리고 6월에 진행된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서울교통공 사가 내보낸 안내방송이다. 시위가 시작된 지 이십 년이 지났음에도 이동권을 마땅히 누려야 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안내방송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이번 시위는 그저 단체로 지하철에 탑승하는 것이 전부였다. 휠체어가 타고 내리는 것만으로 운행이 지연된다면, 그 교통수단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혹자는 곱게 말하면 될 걸 왜 ‘선량한’ 시민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냐 고 묻는다. 지하철 지연으로 나의 일상이 방해받지 않았을 때, 대중교 통에서 휠체어를 왜 자주 목격할 수 없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 나? 장애인들이 ‘곱게’ 말해왔던 이력들에 대해 주목해본 적 있나? 우 리가 누리던 당연함은 그들에겐 투쟁해야만 얻어낼 수 있는 빼앗긴 권 리였다. 장애인 문제는 장애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함께 나서 해결해야하는 사회 공통의 의제다.
다시 돌아가보자. 아직도 지하철을 막아선 그들이 불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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