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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파인힐스, 맑음, 고요함

by 류석무

배롱나무 알몸 살결이 이리 고운지 몰랐다. 수선화는 슬픈 노랑이구나. 초파일을 기다리는 연등이 맥 빠져 쓸쓸하다. 관음전 앞 볕에 쭈그려 앉아 독경 듣는다. 목탁은 소리인지 침묵인지 끝없게 맑다. 인적 끊어진 송광사 편백나무 숲길 곱다. 음계를 딛는 듯하던 경내 돌다리도 묵언 중이다. 너무 맑음과 조용함이 쨍쨍 소리를 내며 부딪는다.


벚꽃은 있는 힘껏 피고 하늘은 철없이 푸른데...... 골프장엔 여전히 사람이 많다. 봄싹 올라오는 들판에서 마스크를 벗고 조용히 오케이를 준다. 쉿.


어쩌자고 코로나가 참 청명한 적막을 주기는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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