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예쁜 포구마을을 바라보는 골프장이 또 어디 있을까 모르겠다.
내가 선 자리는 골프장이 들어서지 않았다면 얼마나 착한 언덕이었을까.
산비탈에 벚꽃, 개복숭아꽃이 쏟아지듯 피어있다. 마을 울긋불긋한 지붕 어느 찻집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호수 같은 바다 건너편 섬이 한산도이다.
이 고장엔 감염병이 전혀 돌지 않았다고 한다. 어수선한 때라 골프장에 사람이 적고 내남없이 조심스럽다.
이 고장에서 유명하다는 ‘다찌’ 음식과 도다리 쑥국, 졸복국과 멸치회 무침도 끼니마다 잘 얻어먹었다. 아직 펄떡이는 느낌이 다 가시지 않은 식재료의 싱싱함과, 순식간에 먹잇감이 되고만 생명의 원통함이 입 안에 오래 감돈다.
입에 뭔가 우겨넣을 때를 빼고는 주인이나 손님이나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럴 때 골프장 탐사한다고 다니는 사정이 계면쩍다.
사람냄새 바다냄새가 물씬한 항구인데도 통영은 이토록 정갈한가.
떠나기 전 서호시장에서 먹은 시락국을 잊지 못할 것이다. 5천원 값 소박한 시장음식에서 5만 원 요리도 시늉 못할 맛의 품격이 잡힌다.
“아, 다 이루었다~!”
이번 여행을 베풀어주신 신심 깊은 동행자께서 배를 두드리며 만족스러워 하신다.
예수께서 못 박히며 수천 년 뒤까지 다 이루어 놓으심이, 이 시락국 한 뚝배기에도 낮게 임하시는구나 문득 깨닫는다.
돌아와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전염병에 갇힌 인류를 위해 기도하시는 영상을 보는데 부음이 왔다. 지난주에 부산으로 문병한 이가 떠났다.
기도가 많이 필요한 사월이다. 그에게 천국의 문을 열어 주시길. 전염병을 어서 물리쳐 주시길. 한없이 낮은 저와 우리를 구원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