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석무 Feb 25. 2022

아일랜드CC - [한국의골프장이야기] 탐사기록


이 포스팅은 [한국의골프장이야기] 제3권 집필을 위한 탐사 기록입니다.    

 


대부도는 내게 빛과 맛의 섬이다. 이 섬의 노을과 포도, 그리고 백합을 나는 좋아한다. 백합 맛은 햇살처럼 맑고 포도에는 바다 향이 농밀하다. 갯벌과 수평선, 푸른 새벽부터 붉은 낙조까지 머금은 풍미(風味)다. 큰 언덕 모양 섬이라 대부도(大阜島)로 불렸다는데, 수십 년 전 이곳 캠벨 포도 맛에 정든 뒤로 나는 ‘포도섬’이라 부르고 있다.


쿠로시오 해류에서 갈라져 온 바닷물은 흑산도와 격렬비열도를 지나 이곳에 밀려와 최대 9미터 넘는 조차로 갯벌을 드나든다. 대부도와 인천항 일대의 밀물과 썰물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깊다. 바다는 긴 혓바닥으로 갯고랑을 적시고 바람은 개펄 흙을 뭍으로 밀어 올려, 수만 년 조개껍질 삭힌 토양에서 포도가 달게 영근다. 서울에서 가깝지만 그 어디 먼 무인도만큼 자연의 기운이 생생한 섬이다.


되살아난 페블비치의 꿈

대부도 아일랜드 리조트가 문 열던 2012년 가을에 라운드 했다. 이 골프장이 ‘KLPGA 챔피언십’ 대회가 치른 지 한 달 쯤 뒤였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실사 팀이 ‘2015년 프레지던츠컵’ 개최 후보지로 살펴보고 갔다는 이야기를 그즈음 들었다. 서해를 품은 코스 풍광이 수려하고 켄터키블루그래스 양잔디는 잘 관리되어 있었다. 코스로 보면 어느 대회든 치를 만 하겠다 싶었다. 바닷가 진초록 페어웨이에 크고 흰 벙커들이 선명히 어울린 모습을, PGA투어 중계 팀이 멋진 화면으로 보여주는 모습을 상상했었다.

“한국의 페블비치를 꿈꾸는 시 서라운드 코스(Sea Surround Course)”라는 설명도 그때 들었다. 서울에서 가까운 바닷가에 잘 만든 회원제 골프장이니 ‘귀한 명문’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프레지던츠컵은 다른 곳(송도 잭니클라우스GC)에서 열렸으나 KLPGA대회가 거의 매년 이 골프장에서 열렸다. 텔레비전 드라마 촬영장소로 유명해졌다거나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사연을 대중 매체에서 보기도 했다. 코스 만듦새의 품격이 고아한데 연예인 매개 홍보가 필요할까 생각한 적이 있던 것 같다. 그러다가 2017년에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했는데, 그 이듬해인가 플레이해보고 나는 적잖이 아쉬워했다. 코스 관리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때 마침 여기저기 공사 중이어서 분위기도 산만했었다.


실망하여 잊고 있다가 2021년 다시 라운드 했다. 다행히도 골프코스가 한결 되살아난 모습이었다. 동반 캐디가 마침 이곳에서 오래 근무한 이여서 그간의 변화를 물었더니 “한동안 코스 관리가 좋지 않았는데 다시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요즘엔 손님 라운드 중에 잔디 안 깎아요. 코스 작업은 손님 없는 새벽에 해요.”라고 했다. 골프 업계에서 유명한 전문 경영인이 영입되어 코스 관리와 서비스를 ‘업그레이드’ 중이라는 이야기를 뒤에 들었다. 경영자와 연락이 닿아 물으니 “다시 한국의 페블비치를 꿈꾼다”며, “세계에 내놓을 코스로 가꿀 것‘이라 했다.     



골프코스 설계데이비드 데일

이곳 골프코스 설계는 데이비드 데일(David M. Dale)이 했다. 그는 제주도의 클럽나인브릿지와 여주의 해슬리나인브릿지 설계자로 우리나라 골퍼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미국 몬타나 출신으로 워싱턴 주립대학에서 조경학을 공부한 뒤 로널드 프림 디자인그룹(Ronald Fream Design Group)에 입사하여 1996년에 설계 파트너가 되었다. (앞의 용평CC편과 ‘한국의골프장이야기’ 둘째 권에서 여러차례 소개된 것처럼) 로널드 프림은 ‘골프플랜(Golf Plan)’이라는 디자인 서비스 브랜드로 우리나라 유명 골프장들을 많이 설계했는데, 그 중에는 데이비드 데일이 설계 파트너로 작업한 것이 많다. 로널드 프림이 은퇴하던 2006년, 데일이 골프플랜을 인수하여 운영해온다.


미국 골프코스설계가협회(ASGCA)의 홈페이지에 실린 회원 약력에서 그는, “미국 ‘골프매거진(Golf Magazine)' 선정 세계 50대 골프장 설계가 중 살아있는 6인의 한 명”으로 소개된다. 골프다이제스트 선정 세계 100대 골프장 목록에도 그가 설계한 2개 코스가 올라있다. 그는 우리나라 제주도의 ’클럽나인브릿지‘와 여주의 ’해슬리나인브릿지‘에서의 성취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이글릿지(Eagle Ridge Golf Club), 뉴저지의 쇼어게이트(Shore Gate Golf Club), 싱가폴 센토사 골프클럽(Sentosa Golf Club) 세라퐁코스 등을 비롯하여 전 세계 75개국에서 활약해온다.     


남코스 2번 파5 홀 그린


"자연에 골프코스를 살짝 얹는다."

데일은 우리나라에서 많은 작업을 했기에, 한국 클라이언트의 문화와 요구를 잘 파악하고 반영하는 설계가로 알려져 있다. 골프플랜 브랜드로 약 25개 코스를 한국에 설계했는데, 국내에 있는 작품들에서도 다양한 설계 경향을 보인다. 제주의 나인브릿지와 여주의 해슬리나인브릿지도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로널드 프림의 파트너로 작업한 골프코스들에서는 한국의 산중 지형을 닮은 역동적 페어웨이와 강렬한 그린 언듈레이션을 많이 보여주었는데, 최근에는 자연 지형을 살리되 우아한 곡선으로 표현하는 경향을 보인다. 점점 더 넉넉한 조건의 부지를 소재로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데이비드 데일은 “골프플랜의 설계철학은, 자연을 최대한 살려서 지속 가능한 자연 환경 위에 골프코스를 얹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곳 아일랜드 리조트가 자리한 대부도 바닷가는 자연을 존중하는 설계가에게 영감과 의욕을 주는 장소였을 것이다. 그는 대부도의 산과 바다, 해송과 갯벌,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 조건을 이용하여, 단순한 시사이드(Sea side)가 아닌 시 서라운드(Sea Surround) 코스를 만들겠다고 했다.   

  


KLPGA 투어 정규대회를 치르며 검증되다

이 코스에서 KLPGA 정규 투어 대회가 여러 차례 열렸다. 2012년부터 2014년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메이저 대회인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이 열렸으며,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비씨카드-한국경제 레이디스컵’이, 2021년에는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대회가 열렸다.

우승자들의 4라운드 합계 성적을 보면, 정희원(2012년 9언더파), 김세영(2013년 9언더파), 백규정(2014년 10언더파), 장하나(2015년 12언더파), 오지현(2016년 10언더파, 2017년 16언더파), 최혜진(2018년 14언더파)으로 나온다. 3라운드로 열린 2021년에는 곽보미 선수가 9언더파로 우승했다. 우승자가 라운드 당 3언더~4 언더파를 친 셈이다.     


2015년 비씨카드 한경레이디스컵 트로피


처음 문열던 해(2012년)의 메이저 대회에서는 6,722야드(블루티 정도)에 긴 러프가 선수들을 힘들게 했는데, 그 뒤의 일반 대회는 그보다 100~150야드 정도 짧고 다소 쉬운 세팅을 택하기도 했던 것으로 안다. 우승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행운의 우승자가 나오지 않을 만큼 변별력을 갖춘 코스임을 알 수 있다. 준우승자 및 상위권의 점수도 촘촘하고 일정하게 분포한다.


코스의 특징


서울에서 이곳에 가려면 시화방조제를 건넌다. 시화호는 바다를 육지로 만드는 간척사업이었는데 2001년 이후부터 해수를 순환시키고 있다. 오염이 문제되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무성한 갈대밭과 철새가 날아드는 생태 호수로 가꾸고 있다. 방조제 중간에 세계최대 조력발전소와 함께 ‘달 전망대’가 있다. 보름달이 초승달로 변하며 밀물과 썰물을 부리는 조화를 기리는 곳이다. 나는 시화방조제를 건널 때, 인공의 현실 너머의 다른 세계로 접어든다고 상상한다.


"시 서라운드(Sea Surround) 코스"

아일랜드 리조트 소유주는 한때 미국에 거주하며 캘리포니아의 ‘펠리컨힐스’ 골프 빌리지와 ‘페블비치’ 휴양단지 등을 다니면서, 세계적 골프 리조트를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다고 한다.

처음에는 회원제골프장으로 문을 열었는데, 바닷가 휴양지 코스이면서도, 페블비치(Pebble Beach Golf Links)처럼 프로골프 토너먼트를 치를 수 있는 규격과 변별력을 갖추었다. 풍광 면에서는 대부도 바닷가를 한 바퀴 돌아보는 ‘시 서라운드(Sea Surround) 코스’이고, 일반 골퍼들의 플레이 면에서는 재미있게 ‘칠만한 코스’, 프로 골퍼를 비롯한 상급자들에게는 변별력이 높은 ‘토너먼트 코스’의 성격을 함께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공격적인 상급자에겐 어렵다

전체적으로 페어웨이는 넓은데 벙커와 호수 등의 존재감이 두드러져 보인다. 자세히 보면 장해물들은 프로골퍼 등 상급자들의 공격적인 샷을 방어하는 곳에 주로 위치한다. 초중급자들의 공이 닿는 자리의 장해물은 전략적 선택으로 피해갈 수 있는 것들이다. 골프코스 설계자들은 이런 배치를 “파는 어렵고 보기는 쉬운 코스”라고 설명한다. 점수를 줄이려는 상급자들에게는 어렵고 초중급자들이 겸손하게 플레이하면 의외로 편안한 코스라 하겠다.


개장 직후 이곳에서 라운드한 양용은 선수가 당시 한국경제신문 등에 인터뷰한 기사를 보면 “난이도와 플레이 재미의 균형이 잘 잡힌 코스”라고 말하고 있다. “블라인드 홀이 없고 티샷 랜딩 지점이 넓어 시원하지만 그린이 가까워질수록 정교하게 플레이해야 한다.”고 했다.


휴양 라운드에서 토너먼트 세팅까지

이 코스에서 여러 차례 대회를 치른 KLPGA 선수들도 “그린 공략을 잘 해야 한다”고 말한다. 언듈레이션이 완만해 보이지만 세밀하게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계자들은 그린을 보통의 홀 지역과 경합용 홀 컵 자리로 배분하여 조성한다. 그린의 75퍼센트 정도는 일반적인 샷으로 공략할 수 있게 하고 나머지 25퍼센트는 탁월한 기술 샷을 해야 도달할 수 있는 경합용 위치(competitive hole placement)로 만든다. 가드 벙커와 그린 내·외부 마운드, 언듈레이션, 그린의 타원 등을 이용하여, 완벽한 샷을 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작고 전략적인 홀컵 자리들(Strategic hole position)을 갖춘다.(Golf Course Architecture - Design, Construction &Restoration / Dr. Michael Hurdzan 참조)

이 코스 그린에는 그런 전략적 설계 기법이 조화롭게 구사되었다. 일반 골퍼의 휴양 라운드에서 정상급 프로골퍼들의 토너먼트까지 다양한 난이도로 세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려 깊은 코스 관리자는 보통 때의 핀 위치에서도 이런 안배를 적절히 활용할 것이다.     



웨스트사우스이스트 코스 이야기와 특징적 홀들


3개 코스가 각각 18홀 파36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마다 다른 쪽 바다를 향하고 있다. 웨스트코스와 사우스코스에서 바다가 더 잘 보이고 다소 길다. 두 코스의 변별력이 높고 난이도 조절 폭이 넓어 토너먼트는 웨스트코스(Out)-사우스코스(In) 조합으로 치른다. 이스트코스는 다소 짧고 평화로운 구성이라 휴양 골프를 즐기기 알맞다.


<웨스트코스 이야기>


웨스트코스는 가장 길고 우아하다. (블랙 3,725야드, 블루 3,445, 화이트 3,208, 레드 2,681)

넓은 페어웨이를 향해 시야가 탁 트여 시원시원하게 치고 나가는 홀이 많다. 상대적으로 긴 홀이 많으므로 장타자들에게 유리할 것 같지만, 티잉 구역에서부터 그린의 생김새와 입구를 잘 감안하여 공략해야 한다. 그린을 공략하는 어프로치 위치에 따라 실수 위험도가 크게 달라지므로 단타자들도 전략을 잘 세우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웨스트코스 1번 파홀 어느 길로 갈 것인가

블랙티 437야드, 블루티 410야드, 화이트티 396야드, 레드티 320야드

웨스트코스 1번 파4 홀

그린의 오른쪽이 열려 있으므로 페어웨이 오른쪽에서 어프로치하는 게 유리하지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긴 홀이고 페어웨이 랜딩 존 오른쪽에는 길다란 페어웨이 벙커와 숲이 있다. 티샷에서 페어웨이 벙커를 넘기는 도전이 성공하면 달콤한 보상이 따르는 반면 리스크도 분명하다. 비거리가 짧은 골퍼는 페어웨이 가운데 또는 왼쪽 - 그린 오른쪽 - 숏게임 어프로치로 이어지는 전략을 선택하면 장타자와 경쟁할 수 있다. 그 중간의 길도 있다.

장타자들에게도 긴 홀은 어렵다. 그러나 유리한 것은 분명하고, 멀리 칠 수 있는 능력과 모험적인 도전에는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다만 정확하지 않은 장타자의 폭주를 막기 위한 장치가 있어야 하며 단타자가 정확하게 길을 찾아가면 그 전략적 판단력과 정확성에도 상을 주어야 공정하다. (그런 한편으로, 모험을 하지 않는 골퍼는 절대로 좋은 점수를 낼 수 없는 장치도 적절히 있어야 골프가 재미있고 정의롭다)


웨스트코스 3번 파홀 골퍼마다 다른 드라마

블랙티 426야드, 블루티 400야드, 화이트티 374야드, 레드티 308야드

웨스트코스 3번 파4 홀

이 홀은 선수들도 어려워한다. 티잉 구역에서 보면 드넓은 페어웨이가 언덕 위 지평선으로 보인다. 페어웨이와 그린 오른쪽 앞에 위협적인 벙커들이 있으므로 철저하게 왼쪽으로 공략해야 하는데, 길고 오르막이므로 샷에 힘이 들어가기 쉽다. 티샷 능력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홀이다. 그린은 전망대나 제단처럼 높아서 먼 바다를 바라본다.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바다가 갯벌에서 수평선까지 아득하다.

웨스트코스 3번 홀 그린에서 보는 바다

누구나 골프코스에서 저마다 다른 드라마 속을 걷는다. 나는 이 홀을, 제단으로 오르듯 경건하게 골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웨스트코스 6번 파홀 정통한 전략적 설계 홀

블랙티 508야드, 블루티 486야드, 화이트티 464야드, 레드티 436야드

웨스트코스 6번 파5 홀

영웅형(Heroic)과 전략형(Strategic) 설계 개념을 조합하여 위험과 보상(Risk &Return)이 공존하는 파5 홀이다. 티잉 구역에서 보면 사선모양의 페어웨이가 호수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는데, 랜딩 구역 오른쪽의 호수와 페어웨이 한가운데 벙커를 어떻게 피해 티샷할지 선택해야 한다. 상급자는 벙커 오른쪽을 겨냥해 호수를 길게 넘기는 도전을 할 수 있고, 평범한 골퍼는 벙커 왼쪽의 넓은 곳으로 보내 안전하게 레이업할 수 있으며, 벙커 한가운데로 넘기는 모험을 할 수도 있다. 호수가 영웅적인 도전을, 벙커가 전략적인 선택을 유도한다. 도전에는 큰 위험이 따르지만 성공하면 투온(On in Two) 시도가 가능한 보상이 있다.


웨스트코스 8번 파홀 아일랜드의 예쁜 아일랜드

블랙티 155야드, 블루티 135야드, 화이트티 114야드, 레드티 76야드

웨스트코스 8번 파3 홀

미국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티피씨 소그래스(TPC Sawgrass) 스타디움코스 17번 홀을 생각나게 하는 파3 홀이다. 짧지만 바닷바람이 돌아나가는 자리라 공이 높이 뜰수록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린 앞뒤의 벙커가 미스샷 한 공을 붙잡아주긴 하지만 벙커는 프로선수에게는 구원일지언정 일반 골퍼에게는 더 어려운 함정일 수 있다. 짧은 파3 홀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그린의 언듈레이션도 크기 마련이다. 이런 아일랜드 홀은 잘 만든 코스의 후반쯤에 배치되어 게임의 변수를 빚어내곤 한다. 집중력이 필요한 홀이다.


<사우스코스 이야기>


사우스코스는 아름답고 정교하다 (블랙 3593야드 블루 3,330 화이트 3,095, 레드 2,519)

풍광은 서정적인 여행의 느낌으로 즐길만하지만 플레이하는 홀마다 짜릿하게 심신의 기량을 시험한다. 바다를 향해 떠났다가 섬들을 모험하고 돌아오는 이야기를 담은 듯하다. 코스 중반5,6,7번 다이아코브(Diacove) 구간이 특히 인상적이다. 서코스와 조합하여 완성도 높은 토너먼트코스가 된다.


사우스코스 2번 파홀 서해로 가는 길

블랙티 517야드, 블루티 480야드, 화이트티 470야드, 레드티 378야드

사우스코스 2번 파5 홀

1번 홀에서는 그린 너머 바다를 초대하듯 보여주고, 2번 홀은 서해를 바라보는 언덕을 천천히 오른다. 2번 홀 티잉 구역에서 보면 페어웨이에서 왼쪽에서 그린까지 벙커들이 지뢰밭처럼 선명하다. 위협적으로 보여 미스샷을 하기 쉽지만 실제 플레이 해보면 벙커가 적다. 이렇게 실제보다 더 어렵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도 설계자의 능력이다.

사우스코스 2번 파5 홀 그린 주변

다만 그 장해물들 가운데 진짜 위험한 것도 섞여있어야 변별력 있는 홀이 된다. 이 홀에서는 그린 앞의 가드 벙커가 그 역할을 한다. 그 벙커를 어떻게 넘겨 핀에 도달할 것인지, 티잉 구역에서부터 전략을 세워 플레이해야 한다.

페어웨이 오른쪽 언덕에 대형 건물이 건축되고 있다. ‘더 헤븐’이라는 레지던스형 주거시설이다.


사우스코스 5번 파홀 바다에 흠뻑 젖다

블랙티 391야드, 블루티 361야드, 화이트티 347야드, 레드티 285야드

사우스코스 5번 파4 홀
사우스코스 5번 홀 그린

밀물이 들어왔을 때는 페어웨이까지 바다가 밀려올 것 같다. 바다를 마음껏 즐기라고 짧게 만든 듯한 홀이다. 그린은 오른쪽이 열려있는 모양이지만 페어웨이 오른쪽은 페널티 구역이고 왼쪽이 넓다. 티샷을 길게 치면 웨지 샷으로 어프로치 할 수도 있으니 티샷에서부터 세컨샷 거리를 선택함이 현명하다.

바닷물은 하루에 두 번 들고 나가며 보름달에서 초승달까지 매일 50여분씩 들고나는 시간이 달라지므로, 밀물 드는 날과 시간을 선택하여 플레이하기는 어렵겠다. 썰물 때 갯벌에 드는 낙조가 더 장관일 때도 많다.


사우스코스 6, 7번 아름답고 짜릿하다

사우스코스 6번 파3 홀
사우스코스 7번 파4 홀

6번 파3 홀과 7번 파5 홀은 이 코스 승부의 변곡점이 된다. 또한 자연 풍치와 인공의 조형을 잘 버무려 평화로움과 두려움이 극적으로 함께 흐르는 구간이다. 199(화이트티 157)야드의 6번 파3 홀에서 호수의 정령을 만나고, 7번 파4 홀은 바다의 여신과 조우하는 이야기랄까. 서사적 상상력이 넘치는 모습이다. 두 홀 다 위협적인 호수와 벙커가 굽이치는 언듈레이션의 그린 콤플렉스를 방어하고 있어서 기술샷 구사능력을 까다롭게 시험한다.


다이아코브(Dia Cove)

아일랜드 리조트에서는 사우스코스 5번, 6번, 7번 홀 구간을 ‘다이아코브’라고 부른다. 완벽한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Diamond)와 작은 만을 뜻하는 코브(Cove)를 합친 이름이라 한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5번 홀과 6번 홀 사이에 있는 그늘집에서 바다를 봐야한다. 서해는 시각마다 물때마다, 계절마다 풍광이 다르다.

5번 홀과 6번 홀 사이에서 본 바다

6번 홀과 7번 홀 구간의 호수 조형은 절묘하다. 기능이 다른 3개(법령에 의한 재해방지용 등)의 분리 호수를 우아한 곡선으로 이어 두 개 홀을 구성하고, 그 호수들이 바다와 연결되는 듯한 시각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스트코스 이야기>


이스트코스는 바닷가를 걷듯 평화롭다.(블랙 3,365야드, 블루 3,177 화이트 2,979, 레드 2,454)

상대적으로 짧고 장해물들도 위협적으로 가로막지 않는다. 이 골프장이 회원제 클럽으로 운영될 때 퍼블릭코스로 마련한 것으로 안다. 거의 모든 홀들에서 공격적으로 플레이 할 만하며, 바닷가 마을 어귀를 산책하듯 휴양지코스의 넉넉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코스다.


이스트코스 1번 파홀 바닷가 마을 산책

블랙티 391야드, 블루티 361야드, 화이트티 347야드, 레드티 285야드

동코스 1번 파4 홀

아일랜드 리조트는 섬 속에서도 반도 모양 자리에 있기에 세 코스가 다른 방향으로 바다를 본다. 이 홀은 이스트코스 1번이지만 남쪽 바다를 바라보며 진행한다. 완만한 내리막의 넓은 페어웨이를 걸으며 휴양지의 서정을 느끼도록 만든 듯하다. 티잉구역에서 보면 페어웨이 왼쪽과 그린 앞 벙커가 커 보이지만 골퍼의 공격을 방어하기보다는 잘못 친 공을 잡아주는 역할을 더 많이 하는 벙커들이다.


이스트코스 8번 파홀 투온 또는 버디 도전

블랙티 539야드, 블루티 529야드, 화이트티 494야드, 레드티 480야드

동코스 8번 세컨샷 지점

티잉 구역과 페어웨이 사이의 호수가 약간의 심리적 영향을 줄 뿐, 거침없는 직선형의 프리웨이(Freeway) 스타일 파5 홀이다. 웬만한 장타자는 투온을 시도해 볼 수 있으며 바다 쪽에서 뒤바람이 불어올 때는 성공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세컨샷 지점에서 보면 어프로치 위치의 벙커가 위협적으로 보이는데, 그것만 주의한다면 좋은 점수를 낼 수 있다. 다만, 이렇게 투온을 유도하는 홀들은 그린이 세로형으로 길고 커서, 핀 위치에 따라 매우 멀고 어려운 퍼팅을 남기게 될 수도 있다.


지원시설리조트


클럽하우스

남국의 휴양지 건물 풍의 클럽하우스는 삼성에버랜드가 코스 전체 시공과 함께 지었다. 3,770평의 큰 규모에 테마파크 같은 느낌의 실내외 장식과 호텔식 서비스를 갖추었다. 아침 해가 드는 남동향과 서해의 낙조를 바라보는 서북향을 겸비한 건물이다. ‘세계적인 휴양지 골프장’을 꿈꾸며 지은 시설이기에 퍼블릭코스로 전환한 뒤에 많은 손님을 받아도 여유롭다.


더 헤븐 (The Heaven)

코스 한복판 언덕의 커다란 건물들은 이 골프장이 처음 조성될 때부터 세계적인 휴양 리조트를 만들겠다고 계획했던 리조트 시설이다. 특급호텔 서비스가 제공되는 레지던스(생활형 숙박시설)로 ‘더 헤븐(The Heaven)’이라 부른다. 지하1층 지상 11층 건물 6개동 228실이라 한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와 ‘나인원 한남’을 설계한 건축가 배대용 씨가 설계했다.


언제나 다른빛과 맛의 섬


대부도는 내게 빛과 맛의 섬이다. 이 섬의 낙조와 포도, 그리고 백합을 나는 좋아한다.

서울에서 너무 가까워 신비감이 덜한 듯하지만, 세상에 드문 빛과 맛이 있는 곳이라 여긴다.


푸른 새벽부터 붉은 낙조, 수묵화에서 은은한 채색화, RGB 색상 팝아트의 빛까지,

펄떡대는 뻘낙지, 해맑은 백합과 바지락 국물, 캠벨 포도의 달콤함과 시큼달큰한 포도주,

갯벌의 검은 생명력과 애잔한 해무, 초승달과 보름달이 이끌어 열길 높이로 오가는 바닷물, 썰물처럼 한산했다가도 금방 밀물처럼 붐비는 사람들,

링크스 풍의 우울함과 지중해풍의 청량함, 선재도와 영흥도로 이어진 연륙교와 배가 끊긴 포구, 이윽고 망망한 수평선······ 수십 년 갈 때마다, 단 한 번도 같지 않은 빛깔.     



이 골프장을 세계적 휴양 형 골프 리조트로 가꾸어 나가겠다고 한다.

세계적 명소가 아니어도 나는 이 섬의 빛과 맛이 문득 그리워 자동차를 한 시간 운전해 찾곤 한다. 시화방조제를 건너갈 때, 현실 세상을 넘어 자연의 빛과 물결이 다스리는 세계로 접어든다고 상상한다.




---------------------------

이 포스팅은 [한국의골프장이야기3권 수록을 위한 소통용 초안입니다.

좀더 상세하게 보완한 뒤 책에 싣고자 합니다.

글로 적힌 생각과 표현들은인용 표시된 것 말고는지은이의 고유한 저작입니다.

---------------------------


>> [한국의골프장이야기구매링크

한국의 골프장 이야기 세트(양장본 HardCover)(전2권) | 류석무 | 구름서재 - 교보문고 (kyobobook.co.kr)


작가의 이전글 오렌지듄스영종 - [한국의골프장이야기] 탐사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