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선택제’ 논의와 해묵은 ‘대중화’에 갇힌 골프

[특별기고⑤]

by 류석무

골프산업신문 게재 특별기고입니다.

[특별기고] 카트 선택제 논의와 해묵은 ‘대중화’에 갇힌 골프 정책 - 골프산업신문 (golfin.co.kr)


요금 인하와 워킹 골프 확산을 저도 바랍니다.

다만, 정책은 정교하고 미래지향적이어야죠.

숙의가 필요한 일이니, 반론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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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유행기 급등했던 골프장 이용료가 지방에서부터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수도권 등 이용자 과밀 지역의 인하 속도는 느린 가운데, 골프 요금에 대한 민원이 여전히 정부 당국에 쏟아지고 있다.


골프장 요금 불만 민원과 카트 선택제 검토


관련 실무 부서는 ‘시장 자율을 기다리기보다 더 강한 규제책을 내라’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특히 승용카트 이용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집중된다.

지난달, 골프 주무 부서가 연 간담회에 ‘업계 외부 인사’로 참석했다. 토의 주제는 골프장 이용 시 카트와 캐디 이용 여부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강제(또는 유도)하는 방향과 방안에 대한 것이었다.

당국은 스포츠 정책 기관 연구진의 전문적 견해와 골프장 현장 근무자들의 실무적 소견을 듣고자 했는데, 승용카트 소비자 자율 선택제(이하 ‘카트 선택제’) 도입 방안에 논의가 집중됐다.

정책 입안자 측에서는 미국 골프장들의 예를 들어, 만약에 한국 골프장에서도 이용자가 카트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한다면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있을 것이며, 그 실무적 해결 방법이 있는지를 가늠하고자 했다.

그런 한편, 참석한 골프장 근무자들은 한국 골프장들이 산악지형에 주로 조성된 형편과 미국 골프장보다 이용자가 두 배 이상 높은 이용자 밀도를 들어, 현장 적용이 어렵거나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주로 냈다.


되물어야 할 몇 가지


나는 골프인으로서, 골프장 이용료 인하와 국내 워킹 골프 확산을 희망한다. 하지만 골프장의 결정에 의한 도입과 정부의 규제에 의한 카트 선택제는 크게 다르다. 정책 개입이 부를 수 있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과 딜레마에 대해 몇 가지 되물었다.


첫째, 일자리 영향과 사회적 정의

“승용카트 선택제가 시행되면, 국내 코스 여건상, ‘워킹 = 노캐디 플레이’로 일반화될 것이다. 그 경우, 1라운드 카트 이용료는 1인당 1~2만 원쯤 절감(별도의 1인용 수레 필요), 캐디 이용료 3.5~4만 원쯤 덜 부담하게 될 듯하다. 반면에 캐디 일자리가 줄어든다. 만일 승용카트 이용이 20%쯤 감소하면 연간 약 3천3백억~4천억 원 규모의 캐디 일자리 소멸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골프는 기호 운동의 성격이 강하지만, 캐디 일자리 감소는 생계 목적의 필수 노동 소득 손실로 귀결된다. 시장 흐름에 따라 직업이 소멸하는 것과 정책의 후과(後果)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다르다. 변화와 전환이 무리 없이 일어나도록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

둘째, 회전율 저하 - 가격 반등 요인

“산악형 골프장이 대부분인 한국에서 많은 이용자를 받아 회전율이 높은 것은, 승용카트와 캐디를 활용한 빠른 경기 진행 덕이다. 만약에 ‘카트 선택제’로 진행 속도와 회전율이 떨어져 이용 가능 팀 수가 감소한다면, 다시 그린피 등의 요금 인상 압력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실효성 있는 대책인지, 세심한 시뮬레이션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겠나.”


셋째, 안전·형평 기준의 선결

“한국 골프장 중에는 승용카트 없이 이동할 수 없는 구간이나, 한 팀의 골퍼들이 공정하게 워킹 플레이하기 어려운 코스들이 적지 않다. 안전 등급, 지형 요건, 구간 시간대 등 여러 요인을 실사하여 가능/불가능 기준, 낙상사고·추락사고 등의 법적 책임과 리스크의 보험·약관상 귀속 표준 등을 마련하고, 형평성 있는 규범이 먼저 설정된 후에라야, 단계적으로 실행할 수 있지 않겠나.”


넷째, 정부 운영 코스의 선도적 파일럿 과정

정부·공공 운영 골프장이 우선 모범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문화부, 보훈처 등 정부 산하 기관과 각 군, 체육공단 등이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승용카트 요금을 선도적으로 대폭 인하하여 파급을 유도하거나, 카트 선택제를 시험 가동한 후 실증 데이터를 확보한 후, – ‘카트 선택제’든 다른 방법이든 -정교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나.


다섯째, 혁신 유인 훼손과 시장 왜곡 우려

“국내 인구 구조 변화 등을 보면, 최근 같은 골프장 호황기는 지속 불가능하다. 내·후년 지나면서 시장 논리의 가격 조정이 확산될 수 있으며, 중기적으로 승용카트 자율 선택 운영이 골프장의 개별적 영업 판단으로 도입될 여지가 크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효율적 캐디·카트 대체 수단이 진화·도입될 움직임도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대체 기술 발전을 장려하는 방향이 옳지 않을까. 굳이 강행 규정을 마련할 경우, 혁신 유인을 훼손하여 의도치 않은 시장 왜곡을 부를 수 있지 않겠나.”


미국 사례를 ‘글로벌 스탠다드’로 따라야 할까.


유능한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이런 이야기를 이해 못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국회의원들까지 나선 민원의 압박이 큰 듯했다.

정부 당국에서는 회원제 골프장은 규제하지 못하더라도, 대중형 골프장에는 ‘카트 선택제’를 도입하고자 적극 검토하고 있었다. 회원제 골프장에 견주어, 대중 골프장은 개별소비세(교육세·농특세·부가세 포함 1인당 21,120원)를 면제받고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의 보유세(재산세·종부세)를 적용받는다. 이렇듯 세제 우대 혜택을 받고 있으니, 그에 따른 ‘대중화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논리다.


당국과 정책 연구자들은 ‘카트 선택제’ 등 운영 방안의 참고 사례로 미국 골프장을 주로 언급했다.

그 사례는 ‘공공(Municipal) 골프장’이 주 모델인 듯 보인다. 내가 이전 글(2025. 09. 22)에서 길게 설명했듯이 미국에는 2,900여 개소(미국 전체 골프장의 약 18%)의 공공골프장이 있다. 대학 골프장도 수백 개에 이른다. 이들 다수는 공공복지·교육 목적으로 조성·운영되기 때문에, 지자체 직영·학교 법인 소유인 경우 법인세 부담이 없고(비영리·공공 소유 특성), 재산세도 면제되거나 경감되는 사례가 많다(단, 위탁·리스 구조 등에서는 지역 규정에 따라 일부 세 부담이 발생). 그린피·카트 이용료에는 지역 판매세가 붙는다. 이렇듯 세 부담이 가벼운 구조이므로 이용료가 대체로 낮고, 운영 세칙에 대한 행정 관여 폭도 상대적으로 크다.

또한 공익형이 아닌 일반 코스의 경우에도, 미국에는 한국처럼 일률적 ‘중과세’ 개념이 없다. 재산세·판매세 등은 일반 상업·서비스 시설과 유사한 틀에서 지역별(재산세는 지역별 큰 편차)로 적용된다. 회원제 클럽 중에는 회원의 사회적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위한 비영리단체로 등록되어 연방 법인세 등을 면제받는 곳이 많다. (특별기고/‘골프는 한국에서 어떤 몫을 하는가’ 2025. 09. 22 참조)


그런데 국내 논의에서는, 요금·운영은 미국 공공 코스의 관행을 ‘글로벌 스탠다드’처럼 차용하면서, 세제는 여전히 국내의 중과 프레임을 기본값으로 여기곤 한다. 세 부담 구조가 전혀 다른 모델을 부분적으로만 인용하면 정책 설계가 불균형해질 수 있다.


정책 신호 - 골프장 고비용의 구조적 원인


나는 소비자 권익과 선택권이 향상되는 방향에 찬성한다. 다만 정부의 시장 개입은 한 번 시행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정교해야 하며, 스포츠·골프 정책은 ‘규제’보다는 ‘유도’에 중점을 두어야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골프장 요금이 높은 이유로는 수요 초과, 높은 토지·조성비, 인건비·운영비가 흔히 거론된다. 나는 더 근본적으로, 정책의 관점이 과거의 프레임에 묶여 있는 것을 큰 원인으로 본다.

골프장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한 장치 산업이다. 정부의 정책 신호가 불안정할수록, 투자자들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단기 회수 전략을 택하게 된다.

골프를 ‘사치’로 보는 시각이 정책의 바탕에 남아있고 규제에 대한 불안이 상존하는 한, 금융 조달 조건은 장기적일 수 없거나 장기일수록 불리하고, 사업자는 당장의 현금 흐름을 극대화하게 된다. 당연히 요금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장의 현실을 보면, 현재 조성 또는 인허가 추진 중인 신규 골프장들 거의 모두가, 사업 계획에서 승용카트 이용료를 수입의 주요 항목(16%쯤)으로 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트 선택제’ 등 제한이 도입되면, 재무 모형의 전제가 흔들린다. 이들 사업을 위한 금융 조달 성립 또는 회수 조건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대증(對症) 처방의 한계


골프 요금 문제는 이 밖에도 수도권 과밀화, 골프장 다양성의 부재 등 원인과 양상이 복합적이어서, 대증(對症)적 부분 규제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근본적 원인은 더 깊고 오래된 환부에 있다.


거듭 밝히지만, 나는 국내 골프장 이용료 인하와 워킹 골프 활성화를 바란다. 하지만 한 가지 규제가 여러 방향으로 부정적 정책신호로 울려 퍼져, ‘두더지 잡기’ 식의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음을 경계한다.

정책 목표가 가격 안정이라면, 현실의 구조적 문제를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예측 가능한 중·장기적 규칙과 인센티브 설계로 장기투자 유인을 키우는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니면 아예 판 자체를 바꾸는 접근이 필요하다.


‘대중화’ 프레임에 갇혀선 열 수 없는 미래


한국 골프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이 특별기고를 이어가고 있다.

앞선 네 번의 특별기고를 통해서 나는, “이미 한국은 골프쯤은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의 문 앞에 와 있으며, 한국 골프가 대중화를 넘어 ‘공공성’을 지향해야 할 때”임을 주장해 왔다.


요즘에는 ‘골프 대중화는 이미 달성됐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대중화’란 말 자체가 애초에 골프를 ‘일부 계층의 고급 게임 종목’으로 전제한 개념이다. 단언컨대 해묵은 ‘대중화 정책’으로는, 골프 인구 600만을 넘어서 세계 3대 골프 시장을 이룬 현재 한국 골프의 당면 과제와 앞으로의 변화를 감당할 수 없다.


지난 네 번째 기고에서 (거의 논문 한 편 분량) 장문의 글로, 영국과 미국에서 스포츠·골프가 문명의 변혁기마다, 국가의 발전과 사회의 문화 역량 정립에 맡았던 몫과 작동한 틀을 살펴보았다.

이번 회차는 원래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 한국 골프의 길’을 주제로 쓰려 했으나, ‘카트 선택제’가 논의되는 현실에 비추어, ‘골프장 정책의 방향’에 대한 생각을 먼저 적었다.


다음 회차 글에서는 지금까지의 ‘빌드업’을 토대로, 한국 골프(장) 산업이 맞이할 과제를, 전술 - 전략 - 경영 - 사회 - 정책 레벨 등의 층위로 나눠, 대안 모델을 제안하려 한다.


글 / 류석무


[특별 기고 연재 순서]

1. ‘대중화’의 허울, 공공성의 공백 - 골프 요금 논란의 근본 배경

2. 한국 골프(장)의 정체성과 발전 정체 현상의 원인

3. 한국 골프장들은 진짜 ‘폭망’할까?

4. 골프는 한국에서 어떤 몫을 하는가.
5. ‘카트 선택제’ 논의와 해묵은 ‘대중화’에 갇힌 골프 정책

6.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 한국 골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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