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산업신문에 특별기고한 글입니다.‘미국이 위대했던’ 시대와 영국이 번영하던 때에 스포츠 교육의 밑바탕이 있었죠.
신문에 싣기에는 긴 글입니다만,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한 번쯤은 정리하려고 했던 내용입니다.
[특별기고] 골프는 한국에서 어떤 몫을 하는가 - 골프산업신문 (golfin.co.kr)
놀이 - 게임 - 스포츠 - 운동 - 체육
우리는 이 중 어느 관점에 중심을 두고 골프를 보는가. 골프에 대한 한국 사회의 현재 인식은 이 분류의 어디쯤, 어떻게 겹쳐 분포하는가?
놀이는 과정을 즐기는 자발성의 단계다. 규칙은 있더라도 느슨하고, 즐거움이 기준이다.
게임은 놀이에 규칙과 목표를 부여해 경쟁의 형식을 만들고 점수·승패·절차를 갖춘다.
스포츠는 그 게임 가운데 신체 수행을 본질로 삼아 경기를 구성하고, 심판·리그·연맹 같은 제도를 운영한다. 기술과 기록, 공정성의 장치가 결과와 지속성을 지탱한다.
운동은 다른 축에 있다. 경쟁이 아니라 건강·체력 증진을 목표로 하는 신체 활동 전반을 말한다. 조깅은 운동이되 스포츠가 아닐 수 있고, 마라톤 대회는 운동이면서 스포츠다.
체육은 이 모든 것을 교육의 목표에 맞게 구성하여, 주로 학교라는 틀 속에서 조직해 가르치는 제도적 개념이다.
지구상의 많은 스포츠가 근대 영국에서 비롯된 것은, 위의 다섯 단계와 개념을 그 사회가 제도권에서 서로 맞물리게 정립·발전시켰기 때문이다.
⓵ 퍼블릭스쿨의 ‘게임즈’ 편성과 제도화
산업혁명으로 공장제 생산이 늘어나자, 도시가 커지고 규칙적 여가(휴일) 생활이 자리 잡는 등 시간·공간의 쓰임이 바뀌었다. 이때 토지와 잉여 자본을 가진 영국의 준귀족 ‘젠트리’는 귀족의 생활양식을 지향했고, 부와 지위를 이어받을 자식들을 퍼블릭스쿨(사립 기숙 명문 학교)과 대학에 보내 귀족 못지않은 교육을 받게 했다.
이들 학교는 체력·규율·페어플레이를 도덕·인성 교육의 핵심으로 보고 스포츠(‘게임즈’)를 교육과정에 편성하여 교내 필수 활동으로 제도화했다.
② ‘애슬래티시즘’과 규칙의 문서화
이 과정에서 스포츠의 정신과 제도를 어우르는 체계가 상당 부분 갖춰졌다. 빅토리아-에드워드기 퍼블릭스쿨에서 ‘애슬래티시즘(athleticism, 체육·경기 중심의 인성교육 이념)’이 정착했고, 이튼·하로우·러그비 등은 학생 자치 규정을 통해 게임 규칙을 문서화했다.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대학 간 교류 경기는 종목별 표준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학교와 상류층 클럽을 중심으로 스포츠가 제도화되면서, 승패를 넘어 상대방을 존중하는 신사도와 금전적 보상 없이 순수하게 즐거움과 명예를 추구하는 아마추어리즘이 스포츠의 정신적 근간으로 정립되었다.
③ 제국 네트워크와 스포츠의 세계화
그리고 이렇게 교육 받은 인재들이 제국의 행정·군사·상업·선교 네트워크를 따라 식민지와 해외로 파견되면서, 가는 곳마다 스포츠가 퍼져나갔다. 종목의 보급을 넘어선 ‘문화 소프트파워의 문명사적 침투·확산’이었다.
근대 영국의 번영을 떠받친 중요 동력 중 하나가 스포츠 교육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골프는 스코틀랜드의 클럽 문화 속에서 규칙과 관행이 자리 잡았고, 이후 영국의 다른 스포츠들과 비슷한 제도화의 흐름을 밟았다.
골프는 학교보다는 회원제 클럽을 중심으로 체계화되었으나, 그 클럽의 주요 성원들이 퍼블릭스쿨 출신 젠트리 계급이었고, 전문직·상공인 등 도시 엘리트도 가세했다. 당연히 스포츠 애슬래티시즘 교육에 영향받은 페어플레이와 매너가 사회적 명예라는 인식을 바탕에 두고 발전했다.
①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자기심판
스코틀랜드 해안의 링크스에서, 클럽들은 경기 방식과 플레이 규칙 등을 문서로 정리하고 코스 구성, 핸디캡 같은 틀을 마련했다.
스포츠 중 영국에서 비롯된 종목은 대개 ‘자연과의 대결’ 또는 ‘자연환경 그대로 플레이(악천후도 게임의 한 요소)’를 전제로 하는데, 골프가 그 정신의 극단에 자리 잡고 있다.
링크스의 바람과 단단한 지면, 굴곡과 러프가 만드는 우연을 받아들여, 자연 장애를 전략적 선택 요소로 간주한다. “있는 그대로 친다(Play it as it lies)”는 원칙과 자기 심판 관습이 형성되고, 이 정신이 에티켓과 규칙, 대회 운영으로 이어져 기록과 공정성, 코스의 자연을 존중 보전하는 철학적 체계를 함께 세워 올렸다.
‘젠틀맨이 경기하고, 경기를 통해 젠틀맨의 품성을 기른다’는 영국 스포츠의 이념이 골프의 밑바탕에 있다고 하겠다.
미국의 스포츠는 영국의 학교·대학 중심 ‘게임즈’ 모델을 받아들이고 변용하며 발전했다. 뉴잉글랜드의 청교도 지도층 가운데 케임브리지 출신 성직자의 비중이 높아, 영국식 교육·규범이 하버드 등 대학과 지역 사회로 이식되었다.
① 엘리트 교육과 스포츠 문화
미국 사회 엘리트 교육에서 스포츠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 왔다. 스포츠를 필수 교과에 넣지 않더라도, 사립 기숙 명문(Prep school)에서는 체력·규율·팀워크·리더십을 기르는 전인교육의 수단으로 스포츠 활동을 사실상 필수화한다. 아이비리그·상위 사립대에서도 스포츠 성취를 입학·장학의 레버리지로 반영키도 하며, 대학 문화의 중심에 스포츠가 작동하여 팀·동문 연계망을 이룬다. 재학 중 스포츠 활동 경력이 졸업 후 취업·커리어 네트워크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는 문화도 형성되었다.
1906년 대학 스포츠의 공동 규칙 기구 IAAUS가 발족하고, 1910년 NCAA(전미대학체육협회, 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로 개칭된 뒤로 대학 스포츠 거버넌스가 확립·운영되어 왔다. 미국에서 대학을 비롯한 학원 스포츠에 대한 가치 인식, 그리고 사회적 관심도와 위상은 프로 스포츠에 버금가며, 골프 또한 대학 스포츠 종목으로 폭넓게 활성화되어 있다.
미국 최초의 골프장은 1884년 웨스트 버지니아의 개인 사유 9홀 오크허스트 링크스(Oakhurst Links)였는데, 그 후 10여 년 동안 100개 이상의 사설 골프클럽이 문을 열어 상류층에 빠르게 골프가 확산됐다.
학교에 골프클럽이 결성되고, 도시 근교에 공공 골프장이 생긴 것은, 최초 골프장 개장 후 불과 11년 뒤였다.
① 미국의 대학 골프장
1895년 프린스턴 대학의 교수·동문·학생이 ‘프린스턴 골프클럽(Princeton Golf Club)’을 조직하고 1902년에 캠퍼스 인접지에 9홀 코스를 개장했다. 1926년에는 예일대학이 18홀 코스를, 1930년에는 스탠퍼드 대학이, 1931년에는 미시건 대학이 캠퍼스에 골프장을 마련한다.
연방정부가 주도한 ‘랜드 그랜트(Land grant)’ 정책이 대학 골프 코스 확산을 지원하기도 했다. 연방 공공 토지를 대학에 배정하여 교실-실험실-현장을 잇는 교육(Teaching)–연구(Research)–봉사/확장(Extension)의 공공 미션을 수행케 한, 실용 학문 중심의 공공 고등 교육 시스템 구축 및 지원체계였다.
현재 미국 내 대학 소유·운영 골프장은 최소 150개 이상으로 추산된다(golfcrusade.com). 전미대학체육협회(NCAA)에 소속되어 골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의 수는 약 1,200개 이상으로 집계되는데, 대학 골프팀이 지정 홈코스로 쓰는 코스까지 포함하면 수백 개소에 이른다고 한다(골프다이제스트 집계).
② 미국의 공원 운동과 공공 골프장
공공 골프장은 미국의 골프 거버넌스가 형성되던 초기부터 조성됐다. 1894년 USGA가 창립하고 1895년에 U.S. Open 대회가 창설됐는데, 1895년 뉴욕 브롱크스에 미국 최초의 공공/지차체(Municipal) 골프장인 밴 코틀랜드 파크(Van Cortlandt Park) 9홀 코스가 개장했고(1899년 18홀로 확장), 이후 시카고(1899), 샌프란시스코(1902), 시애틀(1915)에 뮤니(Municipal, 지자체 소유) 골프장 등이 문을 열었다.
공공 골프장 조성의 배경에는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전개된 ‘공원 운동(American Urban Park Movement)’이 있다. 산업화·도시화가 급속히 이루어지던 당시에 시민의 건강 복지와 도시 경관 개선을 위해 대규모 공원을 조성하려는 운동이었다. 처음엔 엘리트 전문가들이 주도한 사회개혁 운동이었는데, 곧 시·카운티에 공원국과 레크리에이션 부서가 생기고 토지 매입·예산(세금·공채)·프로그램 운영되는 등 제도화됐다.
이후 공공(Municipal) 골프장은 지속적으로 조성되어 지금은 2,900여 개소가 운영되고 있다(USGA 집계).
③ 공공/대학 코스 - 골프 산학 기초 인프라
이들 공공 골프장과 대학 골프장들은 미국 골프 생태계에서 중요한 기초 자원 역할을 담당한다. 지자체 소유의 뮤니 골프장은 주니어 프로그램과 고등학교 리그의 핵심 무대가 되어 대학팀 진출을 위한 1차 인재풀을 제공한다. 또한, 미국골프협회(USGA) 시험장에서 진행되는 잔디, 관개, 병해 관련 연구는 랜드그랜트 대학 코스에서 실제 시험·검증 단계를 거쳐 뮤니 골프장의 코스 관리 기술 향상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이러한 공공 및 대학 코스들은 골프 관련 전문 인력 양성의 현장 실습장으로도 기능한다. 체육, 코칭, 스포츠 매니지먼트 전공 학생들은 라운드 실습, 코스 운영, 토너먼트 진행 등 다양한 현장 경험을 이곳에서 쌓는다. 나아가 아마추어 대회, NCAA(전미대학체육협회) 대회, 시민 대회를 공동으로 개최하며 이벤트 경제 효과를 창출하고 지역 사회와 시너지를 나눈다.
④ 학교 스포츠의 아마추어리즘 원칙
엘리트 골퍼를 지향하는 학생들은, 이들 골프장에서 열리는 AJGA 및 주(州) 아마추어 무대에서 경험을 쌓고, 이를 통해 대학 코치 리크루팅을 받기도 한다. 대학에 입학하면 NCAA 체계 아래 팀 훈련과 원정, 학기별 대회를 치른다.
이렇게 대학 스포츠를 거쳐 프로 선수로 접어들기도 하지만, NCAA 규정상 학생 선수들은 교과 이수에서 '특기자 특혜'를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NCAA는 철저한 아마추어리즘에 입각해 학업 자격을 관리하고(입학 전 아마추어·학업 인증, 재학 중 진도 요건·학점 기준), 주당 활동 시간도 제한한다. 튜터·멘토링 등 학업 지원도 일반 학생에게 제공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면 위반으로 간주한다. 출석 유연성·우선 수강신청 등 행정 편의를 제공할 수 있지만, 성적 평가 기준은 일반 학생과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미국의 사설 골프장들도 영국 클럽을 모델로 탄생, 발전했다. 그중 최초의 사설 클럽은 1888년 뉴욕주에 문을 연 세인트앤드루스 골프클럽(St. Andrew’s Golf Club, NY)이었다. 그보다 앞서 1882년 다목적 스포츠(승마 중심) 사교 클럽인 더 컨트리클럽(The Country Club)이 메사추세츠주에 문을 열었는데, 이 클럽의 골프코스는 1893년 조성되었다.
골프장에 흔히 붙이는 ‘컨트리클럽’이라는 이름이 최초로 사용된 예가 이 클럽으로, 이 또한 영국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영국 귀족과 젠트리들은 지방 장원의 저택을 ‘컨트리하우스’라고 불러, 런던의 ‘타운하우스’와 구분했다. 의회가 열리는 겨울부터 초여름의 사교 시즌에는 타운하우스에서 사회 활동과 비즈니스를 펼치고,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컨트리하우스에서 사냥, 낚시, 독서 등의 취미 활동과 손님 초대로 시간을 보냈다. 이것이 상류계급 생활의 전형이었다. ‘컨트리’는 단순한 ‘시골’이 아닌 지방 영지(領地)를 뜻했다. 컨트리하우스는 영지의 ‘소궁전’ 격인 대저택으로, 파티를 열 수 있는 롱 갤러리, 손님용 침실과 접객 공간을 갖추고, 하우스 스튜어드(House Steward), 집사(Butler), 메이드(Lady’s maid) 등을 고용했다.
영국에서는 보통 골프클럽(Golf Club) 명칭이 회원 조직을 뜻한다. 한 골프장에 여러 클럽이 결성되기도 하지만, 한 클럽이 자체 코스를 소유하거나 임차·운영하는 경우도 많아서 시설(골프장)까지 통칭해 ‘OO골프 클럽’으로 부르기도 한다.
‘컨트리클럽’은 영국 귀족·젠트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이미지 모티프로 차용해 미국에서 쓰기 시작한 이름으로, 미국 스포츠가 영국 스포츠의 정신 문화적 유산을 이어받고자 한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골프장은 운영 주체로 볼 때, 사설 회원제 클럽(Private Club), 민간 소유·영리 운영의 퍼블릭 코스(Daily-fee/Public-Access Golf Courses), 지자체 등 소유의 공공 코스(Municipal Course)로 나눌 수 있다. 이밖에 리조트형, 대학 소유, 군(軍) 시설, Tribal(부족 정부) 코스 등 파생 유형이 존재하지만, 큰 분류로 보면 위의 세 유형이다.
① 세 가지 큰 축: 프라이빗·퍼블릭·뮤니
이 중 ▶ 회원제 클럽은 전체의 25%쯤으로, 외부인에게는 개방하지 않고 배타적으로 운영한다. 토지와 시설에 대한 재산세는 내지만 대부분의 클럽이 회원들의 사회적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위한 비영리단체(Non-profit organization)로 등록되어 있어, 법인세와 회비·가입비 등이 과세하지 않는다. 클럽의 수익은 개인 주주 등에게 분배될 수 없으며, 수익은 시설 투자 등 오직 회원들을 위해 재투자해야 한다. 외부인 대상 상품 판매 등으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된다.
파인밸리, 오거스타내셔널 등 최고급 명문 클럽들도 이에 속하며 비영리단체로 운영한다.(유명 프라이빗 클럽 중에는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처럼 영리 기업이 운영하여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는 곳도 있다)
▶ 영리 퍼블릭 코스는 개인이나 민간 기업이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며 전체의 57%를 차지한다. 예약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영리 기업이므로 일반 상업용 부동산처럼 재산세를 낸다. 사업 소득에 대한 법인세와 소득세, 그린피와 식음 용품 판매에 대해서 해당 지역 세율의 판매세를 납부한다.
요금은 수요 공급 시장 원리로 결정되며, 코스의 품질과 위치·브랜드 가치 등에 따라 이용 가격이 천차만별로 다양하다. 페블비치골프링크스, 파인허스트 등 세계적 데스티네이션 코스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앞에서 이미 설명한 ▶ 공공 골프장은 전체의 18%쯤으로, 시민들에게 스포츠 레크리에이션 기회를 제공하려는 공익적 목적으로 운영하기에 대부분 재산세를 내지 않는다. 소득세 납부 의무도 없되, 그린피나 카트 이용료 등에 대해 해당 지역 세율의 판매세가 부과된다. 당연히 이용 요금이 저렴하다.
작은 도시의 간이 골프장에서부터, US 오픈을 개최했던 베스페이지 블랙코스, 토리파인즈 골프코스 등의 토너먼트 코스까지 다양한 층위의 골프장들을 두루 포함하고 있다.
② 다양한 개발 동기와 방식
회원제 클럽과 퍼블릭코스 중에는 주택·휴양 단지 등 부동산 개발과 맞물려 개발된 곳도 많다. 코스를 먼저 내세우고 그 둘레에 커뮤니티·세컨드홈·리조트 숙박을 얹는 사례가 많았으며, 분양이 완료되면 주민협회가 생활권 핵심 시설로 운영하거나 전문 운영사에 넘겨 회원제(프라이빗)·세미프라이빗·퍼블릭 중 하나로 정착하곤 한다.
골프장과 부동산 결합은 미국 골프 확장의 주요 동력이었으며, 금융 위기 이후 최근에는 데스티네이션 형 명품 코스(예 : Bandon Dunes, Sand Valley) 등이 추구되기도 한다. 골프장 자체가 스포츠 관광 자원이 되는 사례다.
① ‘미국이 위대했던’ 때의 바탕 – 스포츠 교육
종합해 보면, 미국의 골프는 영국이 정립한 스포츠 규범을 바탕으로 공공–학교–프로–관광–부동산이 맞물린 다핵 생태계로 성장했다.
▶젠틀맨십과 페어플레이라는 정신을 수용하고,
▶학교 단계에서는 아마추어리즘에 따라 체육적 목적과 경기의 본질 가치를 가르치며,
▶상류층 프라이빗클럽 문화를 존중·고양하여 전통·기술·사교 자본을 축적하되,
▶공공 골프장으로 참여 저변을 넓혀 대중에 파급하며,
▶여러 개발 유형의 퍼블릭·리조트·부동산 결합 모델로 수요와 투자를 끌어들여 경쟁적 시장을 키웠다
‘미국이 위대했던 시대’는,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유수의 대학에서 교육받은 인재들이 세계에 뻗어나갈 때였다. 그 번영기를 떠받친 중요 동력 중 하나가 스포츠 교육이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② 미디어 결합과 상업 가치의 분리·극대화
여기에 미디어를 결합해 프로 투어의 상업 가치를 극대화했다.
학원의 아마추어 시스템과 직업 스포츠를 인재·경험의 흐름으로는 연계하되, 프로 세계의 상업적 가치는 분리해 키운 결과, 투어–시설–장비–서비스–콘텐츠가 얽힌 거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형성되었다. 그럼에도 인성·교육·규범·참여라는 스포츠의 본령은 사회 안에서 유지했다.
요컨대, 미국의 골프는 놀이-게임-스포츠로 이어지는 스펙트럼 위에 운동·체육의 효용을 아울러 새로운 산업 영역을 일으킨 문화적 공진화의 사례다.
우리나라 골프는 초기에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1990년대 초까지 일본 골프장을 상당 부분 모방했다. 예치금(預託金)을 받아 회원을 모집·운영하는 회원제 모델도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다.
① 비즈니스 골프 중심 경향
일본에서 골프장은 외국인과 상류층 도시엘리트의 사교와 여가의 터전으로 출발하였고 고도성장기 들어서는 기업의 접대·인맥 형성 문화와 결합하여 비즈니스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1980~90년대 거품경제기에는 골프장 회원권이 금융자산으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버블 붕괴’ 이후엔 대형 운영사 체제로 재편되어 대중화되면서 자산 쇠퇴기에 있다.
일본 골프장은 거의(90%쯤) 회원제로 운영되는데, 회원 우선이지만 비회원 예약을 부분 개방하는 세미프라이빗 관행이 널리 보인다.
한국에서도 골프는 일부 상류층과 금융·외교가의 커뮤니티 레저로 시작되었고 고도성장기 이후 비즈니스 수단 성격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1999년 골프 대중화 정책 추진 이후에는 일본과 달리 ‘대중형 골프장’이 빠르게 늘었고, 최근에는 전체의 약 2/3 수준까지 확대되었다.
② 한·일 세제의 차이
세제는 양국이 다르다. 일본은 회원제·퍼블릭 구분 없이 플레이어에게 골프장 이용세(1인/1일 표준 800엔·상한 1,200엔)를 부과하고, 재산세는 일반 부동산 체계를 따른다.
반면에 한국은 회원제 1라운드에 ‘개별소비세 12,000원 + 교육세 30% + 농특세 30%’(합계 19,200원, 부가세 제외)가 고정적으로 붙고, 회원제 토지분 재산세(분리과세 4%)·취득세(중과 12%) 등 중과 체계가 유지된다. 대중형 골프장은 이들 세제에서 광범위한 면제/우대를 받는다.
(참고로 미국은 주별 차이가 있으나, 캘리포니아는 기본 재산세율이 ‘평가액의 1% + 지방채 가산’=실제 체감 1.05%~1.3%대로 알려져 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프라이빗 클럽도 이 틀을 따른다.)
한국 골프는 오랫동안 ‘대중화’를 지향해 왔다. 이제 국민 중 6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골프를 즐기는 시대에 접어들었으며, 골프장 수도 520개소 넘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국내 골프장 이용 요금에 대한 골퍼들의 불만이 정부에 분노의 민원으로 쏟아질 만큼 팽배하고, 정책 대안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새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면, 대증적으로 이용 요금을 건드리는 미봉책보다는, 한국 골프의 정체성을 재설정과 미래 설계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지난 기고에서 나는 “인구 변화로, 한국 골프의 양적 성장은 한계에 이르렀고, 쇠퇴기로 접어들 수 있다”고 했으며, “이제는 대중화를 넘어 새로운 가치 지향점을 세울 때”임을 강조했다. 이제 미국 일본의 길과도 다른 한국형 모델을 스스로 세워나가야 할 환경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로 들어섰다. 인간 정신과 육체의 역할을 다시 배분해야 하는 문명사적 전환기에, 스포츠는 사람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핵심 자본이자 희망이 될 수 있다.
지금 한국 골프는 근본적으로 질문해야 할 때다. 놀이 · 게임 · 스포츠 · 운동 · 체육 – 우리는 이중 어떤 관점에 중심을 두고 골프를 보는가. 이들을 조화롭게 아우르는 비전을 갖고 있는가. 한국에서 골프란 무엇이며, 골프는 이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한 과정으로, 오늘은 영국과 미국의 사례를 통해, 문명 변혁기마다 스포츠가 맡았던 몫과 작동한 틀을 살펴보았다. 그들 제국의 그 번영기를 떠받친 중요 동력 중 하나가 스포츠 교육이었다고 해석도 덧붙인다.
다음 회차 글에서는, 지금까지 4차례 기고를 통한 ‘빌드업’을 바탕으로, 한국 골프(장) 산업이 맞이할 과제를, 전술 - 전략 - 경영 - 사회 - 정책 레벨 등의 층위로 나누어, 대안 모델을 제안하려 한다.
[특별 기고 연재 순서]
1. ‘대중화’의 허울, 공공성의 공백 - 골프 요금 논란의 근본 배경
2. 한국 골프(장)의 정체성과 발전 정체 현상의 원인
3. 한국 골프장들은 진짜 ‘폭망’할까?
4. 골프는 한국에서 어떤 몫을 하는가.
5.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 한국 골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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