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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박 Oct 12. 2022

시간이 무르익고 나서야 짙은 여운을 안겨주는 작품들

영화 『이터널 선샤인』 그리고 『500일의 썸머』

여섯 번째 시간을 맞이한 ‘영화, 보고서’. 오늘은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손꼽히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두 작품 모두 남성 화자의 시선에 주목하지만, 시간이 무르익고 각 인물들의 입장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에 짙은 여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이별의 아픔을 겪고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자 하는 뭇 연인들처럼. 이들 이야기를 사랑스럽게 조명한 두 작품을 통해 ‘사랑’에 관한 심심한 고찰을 시작한다.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조엘의 기억 속에서 옛 연인 클레멘타인을 삭제하는 과정들이 꽤나 기괴하게 연출되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내 기억을 지우려 할수록 애틋해지는 그녀와의 관계 속에서 기억을 잃지 않으려는 조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기억이 사라져도 감정은 남는다'는 이야기의 끝은 기억 속에서 서로를 삭제한 두 연인이 운명처럼 다시 만나 사랑을 시작한다는 것. 새로 시작한 이들의 관계가 이전과 다를 수 있을까? 운명적인 이끌림으로 시작한 만남은 결국 과거와 같은 이유로 또다시 이별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고통과 행복이 연속적으로 얼룩질 수밖에 없는 이들 관계의 끝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고 하는 것. 인간에게 있어 가장 진실되면서도 용기가 필요한 감정이 바로 '사랑'이지 않을까.

 『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r)』, 2009
© 500 Days Of Summer

운명론을 믿는 남자 ‘톰’과 어느 날 그의 앞에 운명처럼 나타난 여인 ‘썸머’. 두 연인이 함께한 순간들을 제법 현실적이고 보편적인 모습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연인 사이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은 마치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굴다가도,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이별의 쓴맛을 마주하게 한다. 뜨거웠던 계절 아래에서 잠시 ‘현실’을 망각한 채, 달콤한 ‘이상’을 추구하며 각자의 사랑을 완성하고자 했던 톰과 썸머. 이들 연애를 좋고 나쁨, 옳고 그름으로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저 서로의 감정에 서툴렀던 관계를 끝맺은 것일 뿐이다.


‘사랑‘이라는 가면을 쓴 이상을 좇으며 누구보다도 뜨거웠던 썸머와 함께한 계절을 보냈다. 조금은 농익은 계절 속에서 마주한 ‘어텀’과의 관계에서는 이전과 다른 성숙한 사랑을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 2022. 박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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