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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박 Oct 26. 2022

사계절을 담아낸 ‘힐링’ 한 스푼을 느끼고 싶다면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 그리고 『리틀 포레스트』

가끔은 삼삼한 작품이 생각날 때가 종종 있다. 여기서 삼삼함이란 자극적이지 않으며 바라 보기만 해도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지는, 일명 ‘힐링’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의미한다.


일곱 번째 시간을 맞이한 ‘영화, 보고서’에서는 다채로운 레시피와 사계절의 각양각색 풍경을 마주할 수 있는 작품들에 주목해 보았다.


답답했던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한적한 시골로 떠나온 이들의 ’힐링기‘를 통해 무한 경쟁사회와 복잡한 인간관계에 지친 우리에게 건네는 한 스푼의 위로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해피 해피 브레드(Shiawase no pan)』, 2012
© Shiawase no pan

아름다운 도야코 호수의 전경과 갓 구운 베이커리를 만나고 싶다면 이곳으로. 도시를 떠나온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 마니’는 늘 단골손님과 함께 유쾌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만남, 갈등, 이별 등 타인과의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양상들을 계절적 흐름에 빗대어 주목한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행복하다‘는 감정을 온몸으로 드러내는 인물들의 모습이 놀라울 정도로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이들 부부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 채워진 공간이 주는 목가적인 분위기 덕분에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은은한 빛을 내며 어두운 밤길을 함께 걷던 동화 속 ‘마니’처럼, 먹음직스러운 음식으로 긍정의 온기를 전했던 ‘카페 마니’처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나눌 용기만 있다면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2018
© Little Forest

팍팍하고 따분한 현실에 싫증이 나 무력한 삶에서 도망치듯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혜원’.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아름다운 풍경들 그리고 사계절의 온도를 청춘의 시선을 빌려 먹음직스럽게 담아냈다.


어린 시절 추억이 머무르는 곳, 언제나 나를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는 그곳. 따스한 손길을 품고 있는 고향에서 계절이 주는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일상을 꾸려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로 삼삼한 힐링을 경험할 수 있었달까. 무엇보다도 사계절을 품고 있는 레시피의 향연은 영화의 매력을 더해준다.


현대사회가 재단해 놓은 정형화된 틀에 맞추어 숨 가쁘게 달려오던 이 시대의 당신들에게 한 스푼의 위로를 건네는 것만 같았다. 천천히 무르익어 가며 결실을 맺는 계절의 산물처럼, 때로는 느긋하게 삶의 이면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간직해도 좋다는 걸 말이다. 잠시 쉬었다 가는 것은 새로운 싹을 틔우기 위한 준비 과정일 뿐이라고.


© 2022. 박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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