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디오 스타』 그리고 『레터스 투 줄리엣』
어느덧 다섯 번째 시간을 맞이한 ‘영화, 보고서’.
최근 들어 무더위가 차츰 꺾이고 선선한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고 있다.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여행지의 풍경을 아름답게 담아낸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 새로운 인연과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감정들이 다분히 복합적일지라도, 그 이면에는 늘 설렘이 공존한다. 서로를 의지하며 소중함을 깨닫고, 사랑을 시작할 용기를 얻었던 이들 모습을 주목한 심심한 고찰을 시작한다.
『라디오 스타(Radio Star)』, 2006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거의 없어.”
왕년 스타의 라디오 DJ 도전기. 드라마틱한 사건 없는 이 영화, 평범한 우리네 일상과 맞닿아 있어 깔끔하고 담백한 매력이 있다. 이뿐만 아니다. 멋들어지게 담아낸 영월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훌쩍 그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마저도 들게 한다.
언제까지나 모든 걸 응원해 줄 것만 같았던 존재의 부재.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다‘라는 말처럼 어떤 상황 속에서도 조건 없이 곁을 지킨 존재를 당연시 여기지 않아야 함을 일깨워 준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했던 전갈자리 ‘곤’과 물병자리 ‘민우’.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내는 두 별들이 수놓은 ‘브로맨스’라는 밤하늘 덕분에 울고 웃을 수 있었다는 걸.
이들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타인과 ‘나’의 관계 맺음에 관해 물음을 던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별은 혼자서는 빛날 수 없다. 아주 소소한 것일지라도 나의 별들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
『레터스 투 줄리엣(Letters to Juliet)』, 2010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풍경과 편지 한 통에서 비롯된 이야기의 시작은 낭만적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을 것만 같은 도시 '베로나'에서 그려내는 '사랑' 이야기를 어떻게 지나칠 수가 있을까.
5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에야 전달된 편지의 내용 중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 자신의 마음을 따라갈 '용기'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것. 편지의 주인공을 향한 '소피'의 따스한 응원에서 해당 작품이 말하고 싶은 바를 알 수 있었다. 비단 사랑뿐만 아니라 운명을 개척하는 데에 있어서도 용기라는 마음만을 잃지 않는다면 늦은 때가 없다는 걸 말이다.
낭만적이고 동화적인 풍경으로 그려내는 사랑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은 아닐까? 결국 운명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나아가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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