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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박 Sep 14. 2022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 궁금하다면

영화 『남색대문』 그리고 『톰보이』

우리 사회는 종종 정형화된 틀에 맞추어 개개인을 재단하려고 한다. 때론 소수의 구성원을 핍박하고 그들의 자유 의지를 묵살하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한다.


이번 ‘영화, 보고서‘에서는 여전히 낡고 오래된 관념이 만연한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작품들을 주목하고자 한다. 작중 인물들이 경험하는 ‘성장’의 과정을 통해 말이다.


여담이지만, 우연의 일치로 두 작품 모두 ‘여름’이라는 계절적 배경을 담고 있다는 것. 지나간 시간 속 향기를 추억하며 심심한 고찰을 시작해 본다.


 『남색대문(Blue Gate Crossing)』, 2002
© Blue Gate Crossing

농익은 계절의 온도를 담아냈다. 흔히들 일컫는 대만의 청춘 영화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요동치는 인물들의 모습을 담백하게 그려낸다.


본인조차도 여전히 내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시기, 바로 '청춘'이다. 유독 자신과 타인을 향하는 물음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 이유가 이와 같은 청춘의 특성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미완'은 이들을 설명하는 데에 가장 제격인 단어일지도 모른다. 완의 상태로 나아가기 위해 갖은 시행착오를 겪는 이들 모습이 청춘이라는 이름의 찬란한 시절로 기억되기 때문에.


낯설고 혼란스럽기만 하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완의 모습으로 머물던 그 시절의 우리. 싱그럽고 풋풋한 늦여름을 닮아 더욱 아려오는 두 청춘은, 이 계절이 지나고 나면 비로소 어른이 되어 있을까?

 『톰보이(Tomboy)』, 2011
© Tomboy

아이들의 시선을 빌려 우리 사회의 잔혹한 실상을 여과 없이 담백하게 담아냈기에 더욱 쓰라릴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주인공 '나'의 내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건 다름 아닌 동생 '잔'이었다. 오랜 세월 답습해 오던 정형적인 관념으로 '나'를 억압하고 통제하려는 다수와 확연히 대비되는 성숙한 태도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과연 나를 너를 우리를 표현하는 데에 옳고 그른, 정해진 답이란 게 있을까? 하나의 인격체를 지닌 사람으로,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놓인 한 아이의 성장기를 함께 주목한다면 그 울림은 더 배가 된다.


여전히 우리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내던지고 있다. 이 말인즉슨, 언제든지 자신이 규정하는 모습으로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파란 눈과 주근깨를 가진 영화 속 '나'처럼, 그 모습 그대로를 사랑받고 사랑할 줄 아는 성숙한 사회가 되기를.


© 2022. 박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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