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하데스타운>
작가 박의 심심한 고찰, 세 번째 이야기.
쌀쌀함이 채 가시지도 않은 지난 2월, 우리에게 친숙한 그리스 신화를 정제된 무대 공간에서 만났다.
그 주인공은 아마 우리에게도 익숙한 신화 속 남녀의 사랑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비극적인 사랑을 말하는 뮤지컬 <하데스타운>에 대한 심심한 고찰을 시작하고자 한다.
접점이 없을 것만 같던 두 갈래의 신화. 두 남녀의 이야기가 하나의 무대 공간에서 만나 작품을 함께 이끌어 가고 있다는 점이 독특했다. 덕분에 '지옥', '하계'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에 얽힌 신화 속 인물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직접 두 발로 지옥에 찾아간 '오르페우스', 자유자재로 지옥을 다스리는 '하데스'의 모습에서는 인물의 주체적으로 행동상이 자주 포착된다. 그에 반해 여성 인물 '에우리디케'와 '페르세포네'는 상대적으로 그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해당 작품에서 가장 눈여겨보았던 부분은 기존 고전 신화의 틀을 어떻게 새롭게 해석하고, 현대적인 흐름을 어떤 방법으로 체화하였는가이다.
그동안 그리스 신화에서 '페르세포네'는 주체성이 다소 결여된 유약한 존재로만 표현되어 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만큼은 다르다. '사랑' 그리고 '희망'을 목소리 내어 노래하며 '오르페우스'가 아내를 다시 만날 기회를 열어주는 계기가 되어준다. 작중 이야기가 전개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원동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주체성을 지닌 인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기존 신화의 틀, 신화 속 인물에 대한 고리타분한 관념에서 완벽히 탈피했다는 부분이 정말 흥미로웠다.
이외에도 재즈, 블루스, 포크 등 기존의 형식에서 완전히 탈피한 음악과 연주에서 시작되는 현대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넘버들은 고전 신화와의 완벽한 조화로움을 톡톡히 드러낸다. 저절로 몸을 들썩이게 하는, 현대적인 리듬은 러닝타임 내내 시각적인 즐거움을 가득 채워준다.
작중 스토리텔러로 활약하는 '헤르메스'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결말을 뻔히 알면서도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것, 이번에는 그전과는 다를지도 모른다고 믿으면서.
뮤지컬 <하데스타운>을 관통하는 주요한 주제 의식이지 않을까 싶다. 실패를 경험했지만, 또다시 실패를 경험할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주저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고자 하는 믿음과 희망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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