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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박 Jun 22. 2022

우리네 가락으로 소리 내어보는 통쾌한 목소리

창작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작가 박의 네 번째 이야기.


과거의 기억을 되새겨 보는 것도 나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간 오늘. 2년도 족히 지난, 제법 쾌쾌 묵은 고찰일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네 번째를 맞이하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기존에는 접할 수 없었던 가사와 멜로디로 구성된, 일명 '찰진' 넘버로 객석까지 들썩이게 만들었던 작품이랄까.

© 창작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

​창작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은 '시조'가 국가의 이념인 상상 속의 '조선'이라는 독특한 배경 아래에 자유롭게 시조를 읊을 수 있는 세상, 목소리를 마음껏 낼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자들이 모인 '골빈당'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작품의 탄생 배경이 흥미롭다. 바로, 시조의 압운과 랩의 라임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을 차용하였다는 점. 그랬던 탓일까. 시조의 형식이 다분히 드러나는 넘버에서 '힙합'이라는 장르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라임이 적재적소에 등장하기도 한다.


​보편적으로 '힙합'이라는 장르는 세상을 향해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 가령, 개인적으로 좋아라 하는 Black Eyed Peas의 'Where Is The Love?'의 가사에서 싸늘함으로 가득 찬 세상에 울분을 토하는 목소리를 마주할 수 있는 것처럼. 시조 또한 마찬가지다. 조선 후기에 만연하게 등장했던 사설시조에서는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풍자와 해악의 면모, 화자의 자조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시조와 힙합, 압운과 라임."


'시조'와 '힙합'이라는 두 장르는 서로 상반된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목청껏 목소리를 낸다는 점을 미뤄보았을 때 그 역할과 의의가 상당히 유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에 '우리의 작은 외침이 세상을 바꾼다'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의 기획의도와 적절히 맞물리면서 시조와 힙합의 콜라보가 색다른 신선함이라는 시너지를 일으킨 것은 아닐까 싶다.


중독성이 강한 넘버와 화려한 안무까지. 우리 가락의 아름다움과 정겨움을 두 눈으로 담을 수 있었다. 특히나 전통적인 소리가 현대적인 면모를 체화한 세련된 멜로디로 다채롭게 연출될 수도 있구나 하는, 창작 뮤지컬만이 시도할 수 있는 여러 요소들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 또한 엿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우리 가락의 다채로운 변신이 궁금하다면, 언젠가는 우리 품으로 다시 돌아올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을 기대해보는 건 어떨까.


© 2022. 박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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