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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박 Mar 15. 2023

이상하지 않아, 조금은 다를 뿐이야

창작 뮤지컬 <아몬드>

열 번째 시간을 맞이하는 작가 ‘박’의 심심한 고찰.


공연전시 뉴스레터를 통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개막을 기다렸던 작품, 창작 뮤지컬 <아몬드>.


​창작 뮤지컬 공모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되었던 터라, 그 당시 소설 속 글자들이 무대 공간에는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했던 작품에 관한 고찰을 시작한다.

© 창작 뮤지컬 <아몬드>

'아몬드'는 뇌 전두엽의 편도체(Amygdala)를 일컫는 말로, 마치 아몬드의 모양과도 같아 붙여진 별명이다. 다양한 감정을 학습하고 기억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감정 조절을 담당하고 있는데, 창작 뮤지컬 <아몬드>는 아몬드가 손상되어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 '윤재'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정을 느낄 수도, 표현할 수도 없는 '윤재'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존재한다. 바로 '지은'과 '할머니'. 이들은 ‘윤재'의 작은 아몬드가 타인과 그리고 세상과 호흡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작중 감정카드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각각의 감정을 이모티콘으로 형상화한 조명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앙상블과 함께 호흡하는 넘버 '희노애락애오욕'까지 더해져 무대를 풍성하게 만드는데, 감정을 차츰차츰 알아가는 '윤재'의 모습이 드러나는 따스한 장면이었달까.


서로 다른 이유로 '괴물'이라 불리는 두 소년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각자 내면의 아픔을 지니고 있는 '윤재'와 '곤이'가 선입견을 벗어던지고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결국 함께 성장해 나아가는 모습은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단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 사회에서 외면받고 있는 이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어루만져 주어야 함을 이 두 친구의 ‘우정’을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갈등의 절정과 해소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카타르시스적인 면모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기에, 긴 러닝타임이었음에도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작품.


여러 막을 지닌 채 속절없이 흐르는 무한한 우리의 삶. 비극과 희극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 지을 수 없기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가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사랑하고 부딪혀 보겠다는 '윤재'의 말처럼. 순간의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해 보기로, 나도 그렇게 살아보기로.


​© 2023. 박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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