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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박 May 24. 2023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 놓인 아이들의 이야기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그리고 『플로리다 프로젝트』

열여섯 번째 시간을 맞이하는 ‘영화, 보고서’를 통해 살펴볼 두 작품은 이데올로기와 제도적인 측면의 억압 아래에 놓인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인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씁쓸한 현실은 참혹하기만 하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자리 잡고 있는 불합리하고 모순되는 상황들이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써 외면하려고만 했던 현실을 동화적 요소로 꼬집어 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 놓인 사회의 이면을 조명하는 작품에 대한 심심한 고찰을 시작하고자 한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The Boy in the Striped Pajamas)』, 2008
© The Boy in the Striped Pajamas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행되었던 ‘홀로코스트’를 적나라하게 조명하고 있는 작품.


나치의 인권유린이 팽배했던 당시 모습을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내면에 감춰진 잔혹한 진실을 알 턱이 없는 ‘브루노’에게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농장’이, 그들이 입고 있는 죄수복은 ‘줄무늬 파자마’가 되어 버린다. 당시 유대인들이 핍박받았을 고통의 크기와 그 현실이 아이의 순수한 시선과는 대조되는 상황이기에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충격적인 장면의 연속이었던 영화의 마지막 순간. 비극의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가슴을 졸이게 되는 불편하고도 모순적인 상황과 직면하게 된다는 것. 잠시 다른 마음을 품었던 스스로에게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낀 순간이었다. 아이들의 순수한 ‘우정’ 마저도 처참히 아스라지는 맹목적인 이데올로기의 참혹한 잔상. 쓰라리기만 하다.

 『플로리다 프로젝트(The Florida Project)』, 2017
© The Florida Project

플로리다 디즈니월드의 건너편, 매직 캐슬에 거주하는 쾌활한 아이 ‘무니’가 사랑스럽게만 느껴진다. 아이들의 이야기 뒤편에 가려진 비참한 현실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동화적인 색감으로 포착한 도시 빈민층의 현실은 되려 괴리감을 들게 한다. 그들의 삶을 애써 외면하는 시선과 소리까지.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 끝에 자리한 현실이 만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의 아름다운 석양마저 그들을 비추지 않는 현실은 너무나도 잔혹하다.


꿈과 환상이 가득한 공간, 테마파크. 누구에게나 주어질 것만 같은 이 환상적인 경험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에 맞는 적절한 대가를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다.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두 아이가 발걸음을 옮겼던 종착지는, 소히 특정 계층에게만 허락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들에게 놓인 비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아름다운 석양이 세상의 모든 ‘무니’와 ‘핼리’에게 닿을 수 있는 포근한 날들이 오기를.


© 2023. 박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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