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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박 Jun 21. 2023

그렇게 부딪히며 한 걸음 성장하는 거야

영화 『파수꾼』 그리고 『레이디 버드』

몹시 강하게 부는 바람과 무서운 기세로 소용돌이치는 물결을 뜻하는 ‘질풍노도(疾風怒濤)’.


청소년기를 흔히들 질풍노도의 시기라 일컫기도 한다. 비록 감정 변화의 굴곡이 격동적이긴 하지만 서툰 감정 앞에서는 지나치게 솔직하고 당당한 이들.


나와 다른 가치관을 지닌 타인과 수 차례 부딪히고 한 걸음씩 성장해 나아가며 어른이 되어간다. 그때 그 시절 속 ‘나’의 시큰한 성장통에 대한 고찰을 시작하고자 한다.


『파수꾼(Bleak Night)』, 2011
© Bleak Night

한 소년이 죽었다. 소년의 아버지는 갑작스러운 아들 ‘기태’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아들이 간직하고 있었던 사진에서 두 남학생들을 발견하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전부였던 소년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또래 친구들 그리고 학창 시절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포착하고 있지만, 타인과의 관계 맺음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여러 복합적이고 보편적인 감정들이 가감 없이 드러나 있다. 그렇기에 다분히 현실적인 그들의 상황이 안타깝고 씁쓸하게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걸까라는 물음이 떠나지를 않았다. 순간의 감정을 매섭게 좇는 데에만 급급했던 그 시절의 우리들. 이들 모두 소통의 부재가 가져다준 비극의 참상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유약하고 여린 소년에 불과했다. 불완전함이라는 허물을 벗어던지는 과정은 왜 이토록 시리기만 하는 걸까?

『레이디 버드(Lady Bird)』, 2017
© Lady Bird

꿈 많은 여고생 ‘크리스틴 맥퍼슨’. 자유를 갈망하는 그녀는 스스로에게 ‘레이디 버드’라는 근사한 이름을 지어준다.


현재 그녀에게 있어 가장 원대한 꿈은 따분하게만 느껴지는 고향 새크라멘토를 하루라도 빨리 떠나는 것이다. 거침없는 언행을 서슴지 않는 모습이 마치 자유를 맹렬하게 좇던 그 시절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있는 듯하다. 철없고 호기심 많았던, 보통 사람들의 청소년기 성장담을 ‘레이디 버드’만의 유쾌함과 사랑스러움으로 풀어내고 있다.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는 새처럼 유유히 둥지를 떠났지만, 애증도 사랑이라고 했던가. 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는 듯한 그녀의 공허한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 했던 쳇바퀴 같던 일상들이 ’나‘를 나다움으로 채워주는 존재였음을 깨닫는 순간, 그렇게 한 단계 성장하는 우리들.


© 2023. 박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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