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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 Jan 18. 2021

<브런치 라디오> 시즌 2 당선.

기쁨의 훌라춤을.

  솔직히 기대도 안 했다. 그냥 넣어 본 거였다. 이제 막 브런치를 시작한 신입 작가(?)에 구독자는 세 명 남짓. 누가 관심이나 가질까 싶었다. 무엇보다 성인이 된 이후 글로 상을 타본 적이 없었다. 지난 6일 한 통의 이메일을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메일의 내용은 이러했다. 내가 <브런치 라디오> 시즌 2에 응모한 글이 수상 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는 것. 순간 ‘수상작도 아니고 수상 후보작은 뭐지?’ 싶었다. 조금은 애매한 단어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메일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비로소 느꼈다. 됐다는 사실을! 아직 최종 발표 전이라 수상 후보작이라 명명한 거였다. 마지막 줄까지 읽고 나서 휴대폰을 들고 괴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만약에 옆집에서 들었으면 손흥민이 골이라도 넣은 줄 알았을 거다. 그 정도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발뒤꿈치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심석희에 빙의해서 방바닥 스케이팅을 하고 온갖 난리법석을 떨었다. “동네 사람들, 제 글이 ‘멜론’에 나와요!”라고 떠들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았다.(지금도 흥분이 가시질 않는다.)


 결국 약 일주일 간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내 생에 가장 긴 일주일이 아니었나 싶다. 심지어 최종 발표 전날에는 날을 거의 샜다. 원래였으면 안 될 거라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기다렸을 것을, 될 거 같다고 생각하니 진정이 안됐다. 휴대폰을 확인하길 수십 번. 정오가 다 되어가는 시각에 드디어 발표가 났다. 기쁨의 훌라춤을 추는 동시에 피곤이 몰려왔다. 한 숨 푹 자고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침대에 누웠는데 눈 떠보니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휴대폰에는 정말 많은 축하 문자 메시지들이 와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뼛속까지 아웃사이더라 그런 일은 없었다. 소수의 사람들과 기쁨을 나눴다.   


 누군가는 겨우 그거 가지고 그러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는 정말 소중했다. 누군가 내 글에 관심을 갖고 읽고 있다는 기쁨, 글로 돈을 (조금이라도) 벌 수 있다는 기쁨, 내 글이 대본이 되어 ‘멜론’이라는 플랫폼에 소개된다는 기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이 감격스러웠다. 새해부터 정말 큰 선물을 받았다. 계속 글 써도 된다고 저 위에 계신 분이 말씀해주신 느낌이랄까. 물론 글을 정말 잘 써서 당선됐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가능성을 봐주신 것 같다. 다시 보니 고칠 것 투성이다. ‘진짜 왜 뽑혔지?’싶다. 그래도 내 안목보다는 브런치팀 안목을 믿어보려고 한다.


https://brunch.co.kr/@snail/9


https://brunch.co.kr/brunchbook/todayhome


 마지막으로 내게 당선을 안겨준 삼각커피의 『오늘도 집순이로 알차게 살았습니다』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작년 8월 mbc 라디오 <책을 듣다>를 통해서였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다시 듣기로 청취했다가 특별한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내 일상이 조금 달라졌다. 이 책이 일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줬다. 그때 받았던 위로와 일상의 변화를 <브런치 라디오> 시즌 2를 통해 여러분들에게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울이와 한 몸이 된 이 세상 모든 집순이 분들, 4월에 초대장 보낼 테니 제 소개 글이랑 삼각커피의 『오늘도 집순이로 알차게 살았습니다』읽고 계세요! 밥숟갈 들 힘나게 해 드릴게요.”


그럼 이만 기쁨의 훌라춤을 추며 퇴장. 훌라~훌라~훌라~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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