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집순이로 알차게 살았습니다』, 삼각커피
우울과 무기력.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각종 심리학 저서, 영상 등 우울한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는 많고도 많다. 하지만 마음에 딱 안착하는 콘텐츠는 찾기 쉽지 않다. 다 뜬구름 잡는 소리 같고 “그럴 수 있으면 내가 왜 우울하게요?”라는 소리가 나오기 십상이다. 결국 해결되지 않는 내 안의 우주 속에 갇혀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공전한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해 바깥 활동이 쉽지 않은 요즘 마음 건강까지 챙기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나마 직장이 있으면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매일 아침 지옥철에 시달리긴 하지만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할 기회가 조금이라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직장도 없고, 돈도 없고, 우울하기까지 한 집순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 그런 집순이들을 위한 에세이가 있다. 바로 삼각커피의 『오늘도 집순이로 알차게 살았습니다』이다.
방법은 거창하지도 대단하지도 않다. 하지만 일상을 유지하는데 아주 중요한 것들이다. 일단 아침에 내 의지로 일어나기, 침대 깔끔하게 정리하기, 매일 머리 감기 등 정말 쉬워 보이지만 막상 집에 있으면서 시도해보긴 쉽지 않은 것들. 작가는 이 ‘소소하고 가벼워 보이는 행동’들을 일상 회복을 위해 꾸준히 실천해나간다. 무언가를 꾸준히 해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존감이 올라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를 방구석으로 출근한다고 말한다.
방구석에서 방구석으로 출근을 하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지만 우선 이 일상이라도 잘 살아내는 것이 지금 내 일이라고. 그러니 이제 바쁘게 살고 있는 다른 이가 꿈꿀 이 일상을 열심히 즐겨보자고. 그렇게 방구석으로 출근하기 위해 머리도 감고 옷도 깨끗한 걸로 갈아입고 얼굴에 뭐라도 찍어 발랐더니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왠지 약속이 있어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은 혼자만의 착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디론가 나가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생기고 이렇게 차려입은(?) 내 모습이 나쁘지는 않아 하루 종일 집에만 있기는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갈 일이 없는 날인데도 날이 좋은 날에는 에코백 하나 어깨에 걸치고 집 근처 다이소 구경을 갔다 오기도 했다. 나에게는 믿기지 않는 장족의 발전이었다.
글을 읽다 보면 내 앞에 주어진 일상을 잘 살아내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작가는 우울과 무기력에 빠진 사람들에게 살며시 손을 건넨다. 나도 해냈으니 당신도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이게 정답이라고 절대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직접 해보니 효과가 있었다고 권해주는 정도다. 사람마다 각자의 성향이 다르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까지 침대에 누워서 일상을 보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방구석으로 출근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작가도 이러한 작은 움직임들로 우울과 무기력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고 말한다.
저는 연재 중에도 종종 우울했고 가끔은 무기력하기도 했어요. 삶의 의욕과 방향은 계획대로 일이 잘 안 풀릴 때마다 계속 흔들렸고 지금도 흔들리고 있어요. 하지만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또 바람이 부는구나’하며 비타민에 마그네슘 몇 알 때리고 그 자리에 딱 붙어 서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흔들 춤을 추며 승화시키고 있답니다.
가끔 바람이 불고 우울할 때가 있겠지만 그래도 조절하며 함께 살아보자고 말해주는 책. 『오늘도 집순이로 알차게 살았습니다』는 2020년 3월 20일 출판사 카시오페아를 통해 정식으로 출간됐다. 읽다 보면 어느새 웃다가 가슴이 뭉클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전에 이 책의 초고를 브런치 북을 통해 먼저 한 번 만나보시라. 보물은 못 건져도 밥숟갈 정도는 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