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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 Apr 10. 2022

<우리들의 블루스> ; 노희경 is back.

한 시간 순삭 드라마.(Feat. 한수와 은희)

  이병헌을 정말 싫어한다. 여러 사건들 때문에 싫어하는 게 맞다. 어떻게 아직까지 TV에 당당하게 나오는지 신기할 정도다.(<미스터 션샤인>도 비슷한 이유로 안 봤다.) 그래서 <우리들의 블루스>도 안 보려다가 노희경 작가 작품이라 봤다. 다행히(?) 1회에서는 이병헌이 거의 나오지 않아서 불편함 없이 시청했다. 1회는 한수(차승원)와 은희(이정은)의 에피소드가 주를 이뤘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역시 노희경 작가는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생각했다. 노희경 작가를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된 건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때부터  인데, 이때부터 노희경 작가가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가져간 작품들을 많이 썼다.(개인적인 생각이다.) 물론 <그들이 사는 세상> 이전 작품들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노희경 작가가 대중성을 어느 정도 고려하면서 집필하기 시작한 작품들을 더 좋아한다. <우리들의 블루스>도 그런 작품이었다. 특유의 사람 냄새도 풍기면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를 적재적소에 곁들여서 한 시간이 순삭 당했다. 노희경 하면 주옥같은 내레이션인데, 내레이션을 아예 넣지 않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내레이션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안 넣은 게 영리한 선택 같다. 내레이션이 들어갈만한 상황도 없었고 말이다.


 킬링 포인트는 당연히 어린 한수(김재원)와 어린 은희(심달기)가 나오는 장면들이었다. 한수(김재원)가 “너도 좋아했잖아.”라고 말하는 신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꺄악 소리를 질렀다. 정말 오글거리고 설렘 폭발하는 장면이었다. 아역 캐스팅도 정말 잘한 거 같다. 연기를 배역과 어울리게 잘한다. 인소 남주인공 같은 한수(김재원)를 보다가 현재의 한수(차승원) 이야기로 돌아왔을 때는 씁쓸하면서도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언제나 빛나기만 할 수는 없는 거니까. ‘참 초라하게 늙었구나.’ 싶으면서도 차승원 배우가 연기해서인지 중후한 멋이 있었다. 근데 앞으로 펼쳐질 전개에서 더 초라해지고 지질해질 거 같다. 설레발이긴 하지만 왠지 딸 때문에 은희(이정은)를 등쳐먹으려고 할 거 같다. 첫사랑은 첫사랑으로 묻어둘 때 아름답다는 걸 보여줄 듯하다. 노희경 작가니까 한수(차승원)를 무작정 빌런으로 만들진 않겠지만 말이다. 그런 모습들을 안쓰럽게 보여주지 않을까. 다만 은희(이정은)가 한수(차승원)로 인해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출항을 시작했다. 그 끝에 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왕 시작한 거 우리를 웃기고 울릴 좋은 드라마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희경 작가 드라마가 언제나 그랬듯.


 요즘 tvN은 정말 즐거움에 끝이 없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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