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지치는 날도 모두 그대의 곁에 내가 있어줄 수 있길
내게는 오래된 친구 J가 있다. 이십 대 초반에 만나서 이십 대 후반까지 함께 하고 있는데 질리지가 않는다. 애인과 친구의 차이점일까. 아니다. 그렇게 말하기엔 J가 좀 특별한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J 같은 친구를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J를 처음 만난 건 당시 다니던 학원에서였다. 사실 그때는 이렇게 친해질 줄 몰랐다. J는 낯을 가리고 마음을 여는 속도가 느린 편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랑 빠르게 친해졌고, 그들과 어울려 자주 놀았다. J와도 가끔 놀긴 했지만 깊게 친해지진 못했다. 그렇게 1년을 애매한 상태로 같이 보냈다. 본격적으로 친해지게 된 건 학원의 모든 과정을 마치고 나와서다. 그때 J는 경기도에 있는 이모 집에서 생활하게 되었었는데, 종종 지방에 있는 내게 안부를 물으며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갑작스럽게 얼굴을 공개해야 하는 영상통화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고마웠다. 심적으로 많이 외로운 시기였기 때문이다. 안부를 물어오는 그 다정함이 참 좋았다. 그러면서 자주 연락하게 되었다. 한 번씩 지방에 내려오면 같이 만나서 놀기도 했다. 그 시간들이 전에 없이 참 즐거웠다. J는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전에도 이렇게 매력 있는 사람이었나 싶을 만큼. 같이 대화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우울한 생각들을 떨쳐 버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가 빠져들게 된 J의 매력을 열거해보겠다. 첫째, J는 상대방이 잘해주면 그걸 무척 귀하게 여기고 더 잘해주려는 사람이다. 간혹 보면 잘해주면 잘해줄수록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 J는 결코 그런 법이 없다. ‘이 소중한 마음을 어떻게 다시 포장해서 돌려주지?’ 그런 생각만 하는 게 눈에 보인다. 그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 둘째, J는 나와 상호보완이 잘 되는 사람이다. 정말 희한하게도 J가 가지고 있는 게 나한테 없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게 J한테 없다. 극과 극의 성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게 오히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준다. 예를 들자면, 나는 계획을 잘 못 세운다. 그런데 J는 계획 세우는 걸 좋아하고 잘한다. 만나면 뭘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J가 세운 계획 위에서 신나게 놀기만 하면 된다. 반면에 J는 소심하여 주문을 하거나 사람들한테 무언가를 물어보는 일을 잘 못한다. 그럴 때는 내가 대신 나서서 말해준다. 그 관계성이 참 건강하게 느껴져서 좋다. 셋째, J는 내 장난이나 개그를 잘 받아준다. 가끔 어이없거나 썰렁한 개그를 칠 때가 있다. 그럴 경우 보통 사람 같으면 처음에 안 친할 때는 받아줄지 몰라도 나중에는 무시할 것이다.(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이런 면에서 J는 반응 자판기 같다. 가끔은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해서 장난이나 개그를 칠 때도 있다.(심하거나 무례한 장난을 치는 건 결코 아니니 오해 마시길!) 참 사람 자체가 귀엽다. 넷째, J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시콜콜 다 말해준다. 정말 진국이다. 어쩔 때는 이런 것까지 말해도 되나 싶은 것들을 믿고 말해준다. 물론 아까 말했듯 J는 낯을 많이 가린다. 그러므로 아무한테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진 않는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마음을 터놓는데, 그중 하나가 나라는 게 기분이 좋고 감사할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J는 모두가 나를 떠나갈 때도 곁에 있어준 친구다. 이쯤에서 솔직히 고백할 게 있다. 나는 애정결핍도 있고 사람을 무척 강아지처럼 따르고 좋아하지만, 인연을 오래 이어가지는 못한다. 게다가 한창 힘든 시기에는 주변에 객기를 부려서 다 떠나가게 만들었었다. 내 주변에 남은 사람들이 아무도 없을 때 묵묵히 곁을 지켜준 건 J 뿐이었다. 이런 J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실 여기에 다 적지 못한 J의 매력과 장점들이 무수히 많다. 그걸 일일이 다 적을 수는 없어 큰 줄기만 적었을 뿐이다.
나만 알기 아깝기 때문에 J의 매력들을 여기 남겨놓는다. J는 나의 축복이자 크나큰 행복이고 소울 메이트다. 평생 친구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전에는 평생 친구 같은 건 없고 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J가 꿈을 이루고,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것이 나의 소망이다. 부디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