딤섬 전문점 "홍롱롱"
익선동 한옥 사이로 붉은 간판 하나가 삐죽 눈에 띈다.
오픈 된 주방 안은 곳곳에 쓰인 한자들과 유니폼 입은 직원들이 가득하고
거리에 내놓은 찜기를 비집고 수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한옥 마을에서 ‘대륙 감성’을 자랑하는 이곳은 ‘딤섬의 여왕’ 정지선 셰프의 홍롱롱이다.
홍롱롱은 촉촉한 수분기와 담백한 맛으로 유명한 홍콩식 딤섬 전문점이다.
딤섬은 홍콩에서 먹어야 할 메뉴 1순위에 꼽히는 홍콩 대표 음식으로
아직 경험한 적 없다면 꼭 도전하길 바란다.
홍롱롱의 방문 포인트 중 하나는 독특한 인테리어로 인한 분위기이다.
전성기 홍콩 영화의 배경을 재현한 듯하면서도 세련미를 놓치지 않았다.
어둡고 영롱한 홍콩 영화 색감에 반해본 적 있다면, 이곳을 그냥 지나치기 힘들 것이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 수표로28길 33-7
매일 12:00 - 22:00
평일 15:00 - 17:00 브레이크 타임
실내의 풍경은 기존에 봐왔던 ‘중국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굳이 따지자면 중국식 소설이나 영화의 객잔이 이런 느낌 아니었을까?
아담하게 자리 잡은 원형의 우드 테이블과 어두운 조명이 적당한 무게감을 주는데
식당 전체에 햇살이 가득해서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실내 테이블과 바 테이블을 경계로 성성한 나무 창살이 드리워져 있다.
그 사이로 비추는 햇살이 이국적인 내부와 어우러져 현지 식당인 듯 느슨한 편안함을 준다.
홍롱롱의 소품 활용은 치밀하면서 사려 깊다.
개인적으로 식물은 파란 하늘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테리어 식물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이곳은 붉은 조명과 푸른 잎이 절묘한 보색대비를 이뤄 세련되게 공간을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중국식 식당은 붉은 색을 많이 사용하는데 식사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
홍롱롱의 인테리어 식물은 이러한 피로감을 줄여주는 동시에
샤오롱바오에 곁들인 생강 채의 아삭한 식감처럼 싱그러운 느낌으로 입맛을 돋운다.
식당 곳곳에 낡은 서랍장과 항아리 등이 무심한 듯 놓여있다.
언젠가 한 번쯤 봤을 법한 풍경이어서 현지 식당을 찾아도 비슷한 풍경이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는 다시 쓸 일이 있다.’란 이유로 버려지지 못한 살림과 화분이 가득했던
시골집을 떠올리게 만드는 인테리어였다.
식당은 결국 ‘식사’를 위한 장소다.
인스타 사진용 분위기도 중요하겠지만 눈 앞에 차려진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시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편안함이 식당의 필수 요건이라고 본다.
그 점에서 홍롱롱은 훌륭한 식당이었다.
천장이 뻥 뚫린 바 테이블 자리. 이곳에서 고개를 들면 한옥 지붕이 슬쩍 보인다.
홍콩스러운 실내와 한국적인 바깥 풍경이 묘하게 어울린다.
바 테이블의 공간은 화려한 소품과 붉은색으로 가득했던 안쪽과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약방이 떠오르는 고동색 원목 가구들과 항아리에 투박하게 담긴 식물들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식당을 연상시킨다.
선물상자처럼 층층이 쌓인 찜기를 열면
투명하게 비치는 피와 발그레한 색감에 한 번,
그 안을 담뿍 채운 조화로운 맛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사진은 홍롱롱 2단 딤섬 코스, 광동식 새우 돼지고기 완탕면.
딤섬 코스에는 송로버섯향 가득한 트러플 쇼마이부터, 붉은 속이 투명히 비치는 새우 수정교까지
이곳의 베스트 메뉴가 차곡차곡 담겨 있다.
완자가 담뿍 담긴 맑은 완탕면까지 함께 한다면,
홍콩을 입에 담은 듯 황홀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홍롱롱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붉은색일 것이다.
화려하지만 차분하고, 눈에 띄지만 자연스러운 그런 매력이 이곳에는 있다.
한옥들이 정답게 맞닿은 한옥마을 속, 숨어있는 홍콩의 광경을 경험하겠다면 지금 바로 떠나라.
동그란 찜기 속 담긴 작은 홍콩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이면, 유난히 그리워진다.
작은 홍콩 속에 담겨 있던 황홀한 맛과 강렬한 붉은색이.
Editor.이예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