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도쿄 여행때 벙개모임의 일환으로 야쿠르트 스왈로즈 대 한신 타이거즈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야쿠르트 스왈로즈 홈구장은 메이지진구구장인데, 라이트한 야구팬이지만...프로야구보다는 고교야구 팬이 였던 나는 메이지진구를 보면 동대문야구장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동대문야구장은 지역예선을 뚫고 청룡기 대통령배, 봉황기는 예선없이 바로, 출격하면 학교를 째고(당연히 대학생때) 평일 낮 32강 경기 외야에 삼삼오오 앉아서 일면식 없는 선배들이 주는 음료(주로 팩소주), 안주 및 인생의 교훈..을 얻어 먹고 들으며 응원을 하던 훌륭한 기억이 남아있다.
다시 메이지진구구장으로 돌아와 보면, 경기 예매를 마치고나서 웹서핑(old..)를 하다보니 무라카미 하루키와 아다치 미츠루가 스왈로즈의 팬이고 그들의 작품 곳곳에 진구구장과 스왈로즈관련 내용들이 있었다. 하루키가 소설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순간에 대한 글, 외야석에 대한글(하루키 야구잘알), 아다치 미츠루가 스왈로즈 팬클럽 모집 광고를 그려줬다는 내용 등등..낭만이 이렇게 만들어 지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 사실 크게 연관은 없지만 없어진 동대문야구장이 그리워졌었다.
아래 하루키가 쓴/썼다는 몇몇 글들 인터넷에서 가지고와 봤는데, 일본어로 검색해보니 훨씬 많은 하루키의 스왈로즈 단문 및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언젠간 더 찾아서 읽(못 읽음).
1. 1978년 4월의 어느 쾌청한 날 오후에 나는 진구구장에 야구 경기를 보러 갔습니다.
(중략)
힐턴은 그것을 좌중간에 깔끔하게 띄워 올려 2루타를 만들었습니다. 방망이가 공에 맞는 상쾌한 소리가 진구구장에 울려 퍼졌습니다. 띄엄띄엄 박수 소리가 주위에서 일었습니다. 나는 그때 아무런 맥락도 없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문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라고.
2. 나는 프로 야구 팀으로는 무슨 까닭에선지 야쿠르트 스왈로즈를 후원하고 있다. 후원한다고 해서 응원단에 들 어가 응원을 한다거나, 선수에게 용돈을 준다든가 하는 구체적인 일을 하는 건 아니고, 그저 혼자서 야쿠르트 스왈로즈가 이기면 좋겠다. 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영화 <디어 헌터>에 러시안 룰렛이란 게임이 나온다. 리볼버 권총에다 탄환을 딱 한 발만 집어넣고 탄창을 빙빙 돌리다가, 자기 머리에다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게임이다. 야쿠르트 스왈로즈를 응원하는 일은 여섯 개 의 탄창에 탄환을 네 발 넣고 러시안 룰렛을 하는 바로 그런 것이다. 이길 확률이 대충 삼분의 일이기 때문이다.
3. 이런 팀을 응원하는 게 건강에 좋은 턱이 없다. 그러나 야쿠르트를 응원함으로 해서 얻을 수 있었던 자질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패배에 대한 관대함이다. 지는 것은 싫지만 그런일을 일일이 마음에 깊이 묻어두고 있다가는 도저히 오래 살아남지 못하리라는 체념이다. 그러한 경지에 있는 내 눈으로 보면 쿄진팬은 졌을때의 행실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게 보인다. 야쿠르트대 쿄진전에서 야쿠르트가 이기면 "돼지에게 채였다" 고 내게 전화를 걸어대는 쿄진팬 친구가 있는데 이런건 정말 좋지 않다.
4. 언젠가 한번은 진구 구장 외야석에 앉아 혼자 맥주를 마시며 야쿠르트 대 주니치 전을 보 고 있는데, 한 여자가 다가와 "무라카미 씨, 사인 좀 해주세요" 했다. 나는 진구 구장 외야 우익석에 오는 여자에게는 대체로 호감을 품고 있으므로 "좋아요" 하자, 그 여자는 "저기, 힘내라 야쿠르트 스왈로즈라고 써주시겠어요?”라고 했다. 나는 이런 사람을 비교적 좋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