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것을 위한 여행은 익숙한 이와의 대화가 되었다

by 슬쩍계획형

여행을 떠나는 목적은

대부분 비슷했다.


낯선 풍경을 보고,

낯선 동네를 걷고,

낯선 음식을 먹는 일.


낯선 것을 위해,

익숙한 것을 멀리했다.


낯선 풍경을 보기 위해

하늘을 가로질렀고,


낯선 동네를 걷기 위해

지도 위를 헤매었으며,


낯선 음식을 먹기 위해

기나긴 줄의 한 점이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한 것들이 더 오래 남았다.


후지산이 보이던 날에도

가슴에 남은 건

텐트 안의 한 장면이었다.


어둑해진 캠핑장과

작은 불빛 아래에 둘러앉아,

별 뜻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던 얼굴들.


스키장에 다녀온 뒤에도

리프트나 설질보다는,

돌아와 술자리에서

몇 번이고 다시 꺼내며

깔깔대던 시간이 더 선명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좋아했던 건

낯선 것만은 아니었다.


낯선 곳에서 보냈던 시간을

익숙한 사람들과

다시 꺼내어 말하는 일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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