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신약개발의 장벽을 넘어...

by 목짧은기린

신약(New Drug)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화학 구조나 생물학적 기전을 가진 물질을 의미합니다.

하나의 신약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보통 10년에서 15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평균 26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개발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수치는 2003년과 비교하여 145% 증가한 값입니다. 일반적으로 한 개의 신약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수 만 개의 유효물질의 제조 및 시험이 필요합니다.


The Wall

신약개발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뉩니다.

유효물질을 선별하는 '탐색' 단계, 이 물질들을 단백질, 세포 또는 실험동물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며 약물 적합성(Druggability)을 높여가는 '전 임상' 단계, 그리고 사람을 대상으로 후보물질의 약효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단계입니다. 임상 시험 역시 세 단계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후보물질의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되면 정부 규제 기관으로부터 판매승인(NDA, New Drug Approval)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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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 USA에서 보고된 바에 따르면, 2011년 이후 10년간 전체 질환에 대한 임상 1상 진입 후 신약 승인 성공률은 7.9%로서, 이는 2006-2015년의 성공률보다 1.7% 낮아진 수치입니다. 아래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질환 영역에서 신약 승인 성공률이 감소하고 있는데, 특히 신경 질환, 암, 심혈관 질환 및 비뇨기 질환은 5% 이하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어 가장 새로운 치료제가 승인받기 어려운 질환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암이나 신경 질환, 그리고 심혈관 질환은 가장 왕성한 연구 및 신약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고, 따라서 최신 연구 기술이 직접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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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데도 신약 승인 성공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물 안전성 및 효과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 따라 미국 FDA 및 유럽 EMA 등에서는 신약 승인 지연 및 연기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각국의 규제 기관이 기존 약물을 개선한 신약보다는 새로운 분자 물질 (NME; New Medical Entity) 신약을 승인하는 추세에 있으며, 보다 많은 데이터 및 임상시험 참가자, 그리고 장기 연구를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즉, 약물의 이익이 위험보다 강력하게 우수하지 않는 이상, 규제는 더 강화될 것을 전망됩니다.


The Innovation

가뜩이나 어려운 신약 개발이 규제의 강화로 인해 더 어려워지고 있는 최근의 난관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제약업계는 다양한 관점에서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 해법 중의 하나가 신약개발 과정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2000년대 초반, 머신러닝과 데이터마이닝 기술이 다양한 사업 분야에 적용되면서 관련 기술들의 급격한 발전이 이어졌습니다. 이후 딥러닝의 등장과 빅데이터 처리 능력의 향상으로 신약 개발 프로세스에도 인공지능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고, 2010년대에 들면서 Atomwise, Berg, Recursion Pharmaceuticals, BenevolentAI, Exscientia 등의 1세대 인공지능 기반 신약회사들이 등장했습니다.

인공지능 기반 신약회사 이외에도 기존 제약사와 바이오텍은 신약 개발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약물 표적 발굴과 유효물질 설계 및 최적화, 전 임상 및 임상 개발 과정 등, 신약 개발 value chain 전 영역에 걸쳐 인공지능(AI)을 적용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제약사 및 바이오텍들은 신약개발 프로세스에 AI를 도입함으로써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며, 맞춤형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궁극적으로는 신약 승인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해법으로 믿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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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through with AI

이러한 기대감에 따라 인공지능 기반 신약 회사의 수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2023년 1분기 기준 신약 개발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AI 회사는 800개에 달하며, 이는 2021년 1분기 대비 63.3% 증가한 수치입니다.

초기 인공지능 기반 신약 회사들은 Dry Lab만을 운영하면서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에 빅데이터를 입력하여 기존에 보고된 물질 중 새로운 적응증에 사용할 가능성을 제시하는 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에 집중했습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BenevolentAI가 COVID19 치료제로 제안한 올루미언트(성분명 Baricitinib)가 있습니다. 기존에 류마티스성 관절염 치료제로 승인받았던 올루미언트를 BenevolentAI는 COVID19 치료제로 제안했고, 이후 전임상 및 임상 시험을 통해 미국, 일본, 인도에서 응급 처방 승인을 받고 COVID19 환자에게 투약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신약 회사들이 특정 질환 치료에 적합한 표적을 찾고, 새로운 물질을 디자인하여 후보물질을 선정하고 임상개발까지 진행하는, 신약개발 전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AI First' 전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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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look

AI 기반 신약 회사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이 디자인한 신약 후보물질 중 환자에게 처방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은 사례는 없습니다. 홍콩에 본사를 둔 AI기반 신약 회사 인실리코메디슨(Insilico Medicine)이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에서 유의미한 약효를 확인한 것이 가장 앞서있는 사례입니다.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위해서는 기존에 우리가 해왔던 대화법과는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계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힘겨워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최근에는 이를 극복하고 잘해나가고 있는 곳으로부터 의미 있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것을 뉴스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지금이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약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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