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의 격전지: 비만치료제
오늘은 요즘 제약계에서 가장 뜨거운 비만약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약을 먹으면 살이 빠진다! 이는 많은 사람들의 로망일 것입니다. 하지만 비만약 시장에서는 이러한 꿈을 실현하려는 회사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일라이릴리의 잽바운드(Zepbound)와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Wegovy).
이 두 개의 혁신 신약의 등장으로 비만 치료제 시장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주 1회 피하 주사로 투여되는 이 약물들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먼저 개발되었었는데,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비만 치료용으로 다시 허가를 받았습니다.
테슬라의 CEO 일론머스크나 킴 카다시안도 처방받았다는 이 약물들은 2024년 기준으로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매출의 약 6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4년 3분기에 젭바운드는 12.6억 달러, 위고비는 2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등, 혁신 비만 치료제의 매출 성장에 힘입어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현재 글로벌제약사 시가총액 1위와 2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두 약물 모두 인크레틴(Incretin) 호르몬 수용체에 대한 작용제에 속하는데, 인크레틴이란 음식물을 먹은 뒤에 장에서 혈당을 낮추기 위해 분비되는 호르몬입니다. 대표적으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과 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펩타이드(GIP)가 있습니다. 위고비는 GLP-1 수용체를 활성화시킴으로써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감소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체중을 감소시킵니다. 반면 젭바운드는 GLP-1과 GIP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시키는 이중 작용제로서 인슐린 감수성을 증가시키고 지질 대사를 증가시켜 혈당을 조절하고 GLP-1 수용체만을 자극할 때보다 좀 더 효과적으로 체중 감량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비만 치료제 혁신 신약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수요가 공급을 초월하는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냈습니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라이릴리는 생산 시설 확장을 위해 90억 달러를 투자하여 공장을 인수하고 추가로 6개의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노보노디스크는 110억 달러를 투입해 카탈렌트의 생산 시설 3곳을 구매했고, 전 세계적으로 8곳의 생산 시설을 건설 중입니다. 일라이릴리의 CEO인 데이비드 릭스는 업계 전반적으로 10~15개의 전용 생산 시설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돈 되는 곳에 사람 모인다'는 말처럼, 여러 회사들이 비만약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23년 60억 달러였던 비만치료제 시장은 2030년 까지 1050억 달러(최대 1440억)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약 120개의 비만 치료제가 개발 중입니다.
가장 주목받는 경쟁자는 베링거인겔하임과 질랜드파마의 Survodutide로, 현재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NCT06632457). 로슈는 Carmot Therapeutics에 27억 달러를 투자해 CT-388과 CT-996을 개발하고 있으며, 특히 경구용 제제로 개발 중인 CT-996은 복약 편의성 면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로슈는 전체 임상 파이프라인의 25%를 중지시키는 파격적인 결정을 하면서 비만약 개발에 진심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이오텍 회사인 암젠은 MariTide(AMG133)의 임상 2상 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발표하며 조만간 임상 3상 시험에 진입할 예정입니다. 바이킹 테라퓨틱스는 자체 개발 중인 VK-2735에 대한 임상 2상 전기 결과를 기반으로, FDA 피드백 후 임상 3상으로 직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대담한 전략의 발표 직후 바이킹의 주가는 18% 상승했습니다.
비만 치료제는 항암제와는 달리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이 주요 목적이기 때문에, 약물의 안전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수천 명의 장기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며, 이는 막대한 비용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소규모 바이오텍 회사들은 후기 임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대형 제약사와 협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질랜드파마는 Survodutide의 후속 파이프라인인 Petralintide의 개발을 위해 대형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바이킹 테라퓨틱스도 협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바이킹을 대형 제약사에 인수될 수 있는 매력적인 대상으로 평가하고 있기도 합니다.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그리고 후기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인 Survodutide를 비롯하여 GLP-1을 표적으로 하는 비만약 제조에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들이 소분자 신약이 아닌, 펩타이드 기반의 약물이고, 알약 형태가 아닌 주사로 투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만약을 맞기 위해 매번 병원에 갈 수는 없으므로 집에서 환자가 직접 주사할 수 있도록 샤프펜슬과 비슷하게 생긴 일체형 주사기로 피하주사를 통해 약물을 투여하는데, 바로 이 일체형 주사기 확보가 또 하나의 난관이 되고 있습니다. 신약의 원료가 부족한 것과 마찬가지로 일체형 주사기 재고가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이며, 앞으로도 몇 년 동안 이 상황이 지속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주로 자체 생산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는 제약 업계에서는 꽤 이례적인 경우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두 회사들도 수요를 맞추기 위해 자체 생산과 함께 외부 업체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위에서 언급했던 생산 시설 중에는 원료 의약품 생산과 함께 일체형 주사기를 생산하는 공장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사기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으로 일라이릴리는 일반 주사제처럼 유리병에 담긴 젭바운드를 출시했습니다. 바이알 제형의 젭바운드 공급을 통해 일라이릴리는 가격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고, 위고비보다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대신 일체형 주사기에 담긴 원래 제품은 주 1회만 투약하면 됐지만, 바이알에 담긴 제품은 하루에 한 병씩 4주 동안 주사해야 한다고 합니다. 환자가 어떤 제형을 선호할지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만, 결국에는 경구용 제제가 현재의 주사 방식의 비만 치료제 시장을 이어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 JP모건 헬스케어에서 일라이릴리의 CEO 데이비드 릭스는 "경구용 젭바운드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올해 2분기에 공개할 예정이며, 임상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오면, 몇 주 안에 허가 신청을 진행해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일본 등에서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일라이릴리는 2023년부터 GLP-1을 표적으로 하는 경구용 신약 후보물질 Orforglipron에 대한 임상 3상을 진행 중입니다. 중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항서제약의 HRS-9531, 임상 2상 후기 시험이 진행 중인 화이자의 Danuglipron 및 아스트라제네카의 AZD5004 등이 모두 경구용 제제로 개발 중입니다. 국내 기업도 먹는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입니다. 일동제약의 ID110521156 및 디앤디파마텍의 DD15가 소분자화합물을 기반으로 한 경구용 제제로서 현재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IQVIA의 분석에 따르면, 신약 시장 규모는 항암제가 제일 크지만 시장의 성장률은 비만치료제 분야가 월등히 높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젭바운드와 위고비라는 혁신 신약의 등장이 하나의 이유이지만,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비만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국 성인 인구의 절반이 비만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세계 비만 연맹(World Obesity Federation)의 보고서에 의하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 이상이 비만 진단을 받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에서의 비만율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예측은 현대 사회의 식습관 변화, 운동 부족, 고칼로리 음식 소비 증가 등, 여러 요인에 기인합니다. 또한 비만이 증가함에 따라 관련 질병 및 의료 비용도 급증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공중 보건 및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진입 가능한 모든 회사들이 앞다투어 비만 치료제 전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치열한 경쟁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첫 째, 더 좋은 약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회사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효능은 개선되고 부작용은 줄어든 약을 만들려고 노력할 테니까요.
둘째, 보다 저렴한 비용의 비만약 처방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일체형 주사기를 이용하는 현재의 처방은 지금은 비싸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 어렵지만, 앞으로 경구용 제제가 승인되면 더 저렴한 비만 치료제를 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입니다. 다양한 제형과 함께 다양한 작용기전이나 새로운 모달리티를 가진 약들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즉, 젭바운드와 위고비로 시작된 비만치료제 시장의 경쟁은 결국 소비자에게는 혜택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럼 지금까지 얘기한 비만약은 누구나 먹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주요 보건 기관들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젭바운드나 위고비는 BMI가 30 이상이거나 고혈압, 고지혈증, 제2형 당뇨병과 같은 의학적 소견이 있으며 BMI 27 이상인 성인에 대해 처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저도 처방 대상이네요 ㅜㅜ).
그렇다면, 이제 젭바운드나 위고비와 같은 혁신 비만치료제가 출시되었으니, 다이어트나 운동 없이 약만 먹으면 체중 조절이 가능해진 세상이 온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비만약을 먹더라도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약물 만으로도 체중 감소를 경험할 수는 있겠지만, 생활 습관의 변화가 뒤따라야만 더 효과적이고 지속적 가능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비만약 시장의 미래는 밝습니다!
아주 밝아요!!
참고자료
Scaling up the impact of obesity drugs, Morgan Stanley,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