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생명공학 스타트업 중 하나이며 고객으로부터 확보한 유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약개발을 진행하던 미국의 생명공학회사 23andMe가 신약개발의 꿈을 접었습니다.
23andMe는 지난 11월 11일(현지시각) 저녁, 신약개발 부문을 폐쇄하고 진행 중인 임상시험을 중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회사는 진행 중이던 신약 프로그램들에 대해 라이선스 계약, 자산 매각 또는 기타 거래를 포함한 모든 전략적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방대한 유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운 23andMe의 행보를 자세히 파악하고 있지는 못했지만, 30년 이상 쌓아온 신약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두 개의 신약을 만들어 낸 회사에서 20년 이상 신약을 만들어 온 한 사람의 연구원으로서 ‘기존과 다른 신약개발’을 시도했던 23andMe에 성공여부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조용한 응원을 보냈었기에 이번 발표는 놀랍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합니다.
2006년에 설립된 23andMe는 유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며 유명해진 생명공학 스타트업으로, 2015년에는 자체 신약 개발 부서인 23andMe Therapeutics를 설립하여 방대한 유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면역항암제 및 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부서는 항체 약물 발견 및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고, 면역항암제와 같은 치료제를 발굴하여 실제 임상 시험에 진입하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주요 신약 후보물질로는 항암제 23ME-00610과 23ME-01473가 있으며, 각각 CD200R1과 ULBP6을 타겟으로 하여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기전을 가집니다.
최근 몇 달 동안 23andMe는 사업 방향 재정비를 위해 고군분투해 왔습니다. CEO이자 공동 창업자인 앤 워치츠키(Anne Wojcicki)는 회사를 비상장 전환하려 했으나 이사회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이후 9월에는 이사진 7명이 사임하면서 조직 개편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신약 개발 그룹을 포함한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연간 3,500만 달러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전체 직원의 40%를 감축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23andMe는 2021년 스팩(SPAC)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하여 한때 시가총액이 60억 달러에 이르렀으나, 주요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일회성 구매에 그치고, 지난해 발생한 고객 정보 유출 사건 등으로 인해 현재 시가총액이 상장 당시보다 98% 이상 하락한 약 9천2백만 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23andMe의 경험은 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창업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의 중요성: 유전자 검사 서비스는 일회성 구매로 수익 모델이 한정적일 수 있습니다. 창업자들은 고객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나 부가 서비스 제공을 고려해야 합니다. 유전자, 특히 타액이나 혈액에서 뽑은 유전자는 일반적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고객의 지속적인 참여를 위해서는 변화하는 무엇인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일반적인 부가 서비스는 핸드폰만 열어봐도 다양한 옵션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데이터 보안과 프라이버시: 민감한 유전자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으로서 23andMe는 고객 정보 유출 문제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데이터 보안과 프라이버시 보호는 고객 신뢰를 지키기 위한 필수적 요소입니다.
신약 개발의 리스크 관리: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과 높은 실패율이 수반됩니다. 연구 라이센싱, 파트너십 등으로 리스크를 분산하고 재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23andMe가 지난 10년간 좀 더 적극적으로 전문성을 가진 외부 기업들과 협력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결과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요?
도메인 지식, 인사이트, 노하우가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
비로소 성공적인 신약개발이 가능합니다.
23andMe의 여정은 단순한 기술 혁신만으로는 신약 개발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음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일 것입니다.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 철저한 데이터 관리, 리스크 분산, 유연한 시장 대응 등이 성공적이고 장기적인 사업 운영에 있어 핵심 요소임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또한 오랫동안 쌓아온 도메인 지식과 해당 분야의 인사이트 그리고 노하우가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에 비로소 성공적인 신약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은 바이오헬스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생각하고 있는 우리들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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