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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부적한량 Aug 19. 2019

막창순대 고수의 맛, 합정동 시골순대

부드러운 막창순대의 식감을 느낄 수 있는 곳.

 합정동 그중에서도 양화대교 남단 방향으로 가는 길 우측 편에 있는 블록은 맛집이 꽤나 흔한 지역이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이 지역의 저녁 술자리와 점심 식사의 장소로 각광받아왔다. 물론 최근에는 유명세를 YG엔터테인먼트에 빼앗겼다. 이런 마포 합정의 먹거리 골목을 대표하는 순대국밥이 시골순대다.

 

 합정동 시골순대는 어찌 보면 특별할 것이 별로 없는 그저 그런 순대국밥집이다. 무심히 아무 간판집에서 아무나 디자인했을 법한 간판과 전혀 특색 업는 4각 테이블과 의자 구성, 그리고 현수막으로 크게 걸어놓은  메뉴 구성은 지방의 시장통 한켠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여느 순대국밥집과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인다. 하지만 특별한 한 가지가 합정동 시골순대의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바꿔놓았다. 그 주인공은 막창순대다. 이 집 최고 인기메뉴이자 상징적인 메뉴인 막창순대는 순대국밥에도 들어 있지만 사실 접시로 따로 주문해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 


  합정도 시골순대의 순대국밥은 머리 고기와 내장을 기본으로 하는 평범함에 막창순대라는 특별함을 담고 있다. 사실 국밥으로 먹으면서는 그 특별함을 온전히 맛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매운 다진 양념과 새우젓으로 간을 하기에 따라 다르겠으나 기본적으로 양념이 없이 나오는 이곳의 순대국밥은 담백하다. 베이스가 되는 육수 또한 특별히 진하거나 덜함이 없이 여느 국밥집의 그 수준이다. 자주 먹어야 하는 밥에 있어 어찌 보면 평범함은 큰 미덕이다. 외려 특이한 식감과 양념의 맛보다는 합정동 시골 순대의 평범한 구성이 더 큰 매력일 수 있다. 하지만 너뎃개가 큼지막히 들어있는 막창순대를 국물 속에서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자칫 평범할뻔한 한술 한술에 확실한 다름과 특별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순대국밥 속에 들어있는 막창순대는 접시 순대를 경험한 나로서는 사실 만족스럽지 못했다. 전형적인 피순대 속이면서 두꺼우면서 부드럽게 삶아낸 막창순대는 뜨거운 뚝배기 속에서 오롯이 본래의 썰어놓은 형태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터져 나오기 일수고 분해되어 국물을 탁해지기 마련이다. 물론 이렇게 피순대의 속이 국물 속에 고루 퍼져나가는 것이 순대국밥의 맛을 더 돋울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일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만듦새는 아닐 것이다. 여러 번 찾았지만 내가 받아 든 뚝배기 속의 막창순대는 반수 이상 터져있거나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시골순대의 시그니쳐 막창순대, 한 접시 1만 원]


 순대국밥 속 막창순대는 육수 국물이 배어있으면서 피가 어느 정도 씻겨 나가 부드러워진 맛이다. 막창순대를 따로 주문해서 먹어봐야 하는 이유다. 이 집의 시그니쳐 메뉴라 할 수 있는 막창순대는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15가지 재료가 맛을 냈다는 순대 속의 맛난 것들도 잘개 갈려있어 특별히 튀는 것이 없고 피 속에 하나 된 조화로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부드럽다는 느낌을 강력히 만들어내는 것은 수분 기를 가득 머금고 순대 속을 감싸는 막창의 부드러움 때문 일 것이다. 두꺼운 막창을 바라본 나의 눈이 이것은 질걸 질겅 쫀득쫀득 할 것이라고 머릿속에 이미 결론을 지어주었기에 입속에서 느껴진 식감과의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시각과 식감의 부조화가 맛을 더 극대화한다고 해야 할까. 


 순대국밥집의 전형적인 찬이라 할 수 있는 깍두기와 김치에서는 큰 감흥을 얻을 수는 없었다. 테이블위에 자유배식을 위해 놓아둔 플라스틱 항아리속에서 적정 온도유지는 힘들어 맛은 반감된다. 그리고 새우젓 역시도 파와 고추가루가 뒤섞여 양념되어 있었다. 보통 육젓같이 좋은 새우를 사용하는 집에서는 순수한 새우젓을 내어놓곤 한다. 그리고 흔히 찬으로 나오는 양파나 풋고추는 없었다. 반찬과 양념에서 후한 점수를 얻기는 힘든 합정동 시골순대다.     


 여기에 순대국밥에 극적인 맛을 더하는 치트키가 있다. 바로 소주다.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낮이건 밤이건 아침이건 순대국밥과 기름진 막창 순대가 있다면 "이모 술이요!"를 외칠 것이다. 더욱이 개인의 취향을 파고드는 한라산 소주를 팔고 있었다. 17도로 와인에 가까워지는 알코올 도수의 가벼운 소주 속에 알싸하고 깔끔한 맛을 투명하게 빛내고 있는 나의 최애 소주다. 한 접시를 혼자 먹기에 느끼할 수 있었지만 한라산 소주가 있어 외롭지 않았다. 

 

[21도라고 큼지막하게 자랑 중인 한라산 소주]


 합정동 시골순대는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서 걸어서 금방이고 주차장은 없다. 막창순대, 순대국밥 말고도 오독토독한 오소리 국밥과 내장에 거부감이 있는 동반자를 위한 돼지국밥도 메뉴에 포함되어 있다. 


https://place.map.kakao.com/15876937

 

주소 : 서울 마포구 양화로 1길 21 (우) 04026 지번 합정동 392-3

운영시간 : 매일 9시 ~ 2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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