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만드는 남자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 멋있게 사직서 던지고 나가고 싶었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직장인이라면 마음속에는 늘 사직서를 들고 다닌다고 하던데, 나 역시 그랬다.
나의 직장생활은 스타트업에서 죽어라고 일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출근하는 미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그런데 그러고 살았다. 1212일을 근무하고 퇴사를 했다. 그런데 퇴사 결정하는데 참 오래 걸렸다.
나는 왜 그렇게 결정을 못했을까?
옛날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막상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나니 기술이라도 배워 놓을 걸 하는 생각만 했던 적도 있다. 난 왜 기술이 없을까? 부잣집 자식이면 좋겠다. 참 별 생각을 다 했던 것 같다.
사춘기도 이런 사춘기가 없다.
지금까지 한 것들이 아깝다. 어느 날은 조금 준비를 하고 나가야 하니 조금 참겠다고 마음먹었다가 몇 분 뒤에 이건 아니다고 생각을 하는 내 모습은 방황도 이런 방황이 없고, 나약해도 이렇게 나약한 존재일 수가 없다.
두려웠다. 월급의 노예에서 월급을 버리는 과정이 이렇게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세상은 냉정하고 내가 나간다고 갑자기 월급만큼의 돈을 벌 수도 없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계속 나를 망설이게 한다.
술만 마시고 걱정만 하니 한숨 하고 몸무게만 늘었다. 주말에 나랑 놀기만을 기다리는 그 당시 7살인 아들에게 질문을 했다.
나 : 아빠 회사 그만두고 싶은데, 이제 뭐할까?
아들 : 채우다(플래너 사업체명) 팔면 되지~
3달을 넘게 고민을 했는데, 지금까지 한 게 아깝다니 뭐니 다 필요가 없었다. 저 짧은 대답에는 확신도 있었고 믿음도 있었다. 저게 뭐라고 용기가 났다. 그리고 다음 주 난 사직서를 적었다.
나는 아들 이름으로 다이어리를 만들었다. 그래서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돈 앞에서는 초라했고 방황하는 어른 아이였다. 저 사직서를 쓰던 날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기분 좋냐고 물어본다.
퇴사를 결심하고 사라진 웃음이 찾아왔다.
퇴사라는 단어만 보아도 막 설레고 그런 사람 몇 명 있겠는가? 불안하고 전혀 안정적이지 않다. 특별한 준비를 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퇴사를 선택했다. 걱정도 많이 했는데, 그 걱정할 시간에 다음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 같다.
아빠도 그냥 어른 아이였다. 난 사실 두려움과 싸울 때도 강한 척, 할 수 있는 척만 했었던 것 같다. 오히려 용기는 7살 아이가 주었다. 그는 직설적이고 가장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다니기 싫고 힘든데 왜 다니냐? 아빠가 잘하는 걸 하면 된다. 난 아빠가 가장 잘하는 게 뭔지 안다.
아빠가 좋아하는 것은 축구이고 잘하는 것은 다이어리라고 한다.
세상에 많은 스승이 있는데, 이번에는 네가 나의 가장 좋은 선생님이었다. 고맙다.
나는 아이에게 우리 아들에게 중요한 것을 배웠다.
나는 퇴사를 했고, 어쩌다 사장님이 되었다.
나는 다이어리 만드는 남자의 삶으로 내 인생을 걸어보려고 한다. 퇴사가 정답이 아니다.
퇴사를 고민하기 전에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내가 승부를 볼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보자. 기회는 늘 있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냐에 따라 다른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