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아빠가 되었다.

by Shinzzo

아직도 기억나는 2015년 7월 11일
나는 아빠가 되었다

7월 9일 목요일
와이프와 함께 출산 전 마지막 정기 검진을 받으러 갔다.
의사 선생님은 천천히 아이의 상태를 보더니 "산모! 제가 운동 열심히 하라고 말씀드렸죠!? 근데 열심히 안 한 모양인데요!?" 하고 말씀하셨다. 억울했다. 와이프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헬스장을 다니면서 운동을 했고, 밤마다 같이 한강까지 걸어 다니면서 누구보다 순산을 위한 노력을 한 예비 엄마였다! 당시 신혼집에서 한강까지는 약 30분 정도 걸어야 하는 거리였다.)
하지만 예정일보다 늦은 2주 정도는 있어야 아이를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살짝 낙담하면서 병원을 나왔다.
나는 오후에 회사로 출근을 하고 와이프는 출산 전 예전에 같이 일했던 분들을 만나러 마포로 향했다.
그날 저녁 와이프는 합정역에서 망원역까지 걸었고, 나와 데이트를(아마도 출산 전 마지막 데이트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하면서 또 마포구청까지 걸었다. 와이프는 혹시 모를 출산에 앞서 주말에는 호텔 뷔페에 가서 비싼 밥을 먹을 거고 또 치킨을 먹어야 하고 달디 단 바닐라라떼를 미리 먹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7월 10일 금요일
나는 평상시와 같이 출근을 했다! 팀장님이 여름휴가여서 생각보다 여유 있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같은 일인데 왜 팀장님이 안 계시면 여유가 생기고 일이 빨리 정리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던 오후 4시 반! 와이프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빠! 혹시 오늘 좀 일찍 올 수 있어!?"
"응! 오늘은 특별한 일 없어! 치킨 사갈까!?"
"그게 아니고 배가 조금씩 아픈 거 같아!"
분명히 의사 선생님은 2주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혹시 하는 마음과 뭔가 잘못된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선배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부랴부랴 퇴근을 했다!
"자기야! 오빠 지금 집에 가고 있는데 혹시 먹고 싶은 거 있어!?"
"응 오빠! 혹시 몰라서 치킨을 시켰어!"
아이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 치킨을 주문한 나의 와이프는 정말 이성적이고 계획적이며 귀여웠다!
집으로 와서 와이프와 도착한 치킨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와이프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점점 더 진통 주기가 가까워졌으나 와이프는 이를 악물고 참아내고 있었다. 그 이유는 와이프가 예습한 바로는 진통의 주기가 몇 분 단위가 되어야 병원에서 받아줄 것이며 그전에 가봐야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창 시절부터 모범생이었던 와이프는 병원의 권장사항을 지켜냈고, 결국 자궁의 70퍼센트 가까이 열렸을 때까지 진통을 참아내고서야 병원에 도착했다!
난 병원에 도착하면 아기가 금방 태어나는 줄 알았지만 착각에 불과했다. 몇 가지의 검사로 파악한 와이프의 상태는 자궁은 거의 열렸지만 골반의 구조가 조금 특이(?)하여 아이가 조금 걸려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무통주사를 맞으면서 푹 자고 있다가 마치 응가(와이프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이 글을 읽으면 싫어할 수도 있겠다..)가 마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비상벨을 눌러달라고 했다.
그렇게 아파하던 와이프는 무통주사를 맞고 태평하게 잠을 자는데 정말이지 대단해 보였다! 역시 어머니는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세상 쫄보인 나는 밤을 지새우며 와이프의 응가 느낌을 기다리던 그때!!



와이프가 느낌이 왔는지 잠에서 깨서 비상벨을 눌렀다!
그러자 다급하게 간호사 2명과 의사가 오더니 나를 밖으로 내쫓고 다급하게 출산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온 나는 분만실 용 옷을 입으면서 생각했다!

'넌 울어야 돼! 그래!! 넌 꼭 울어야 돼! 군대 갈 때도 울지 않았지만 오늘 울지 않으면 넌 쓰레기가 될 거야!'

그렇다. 난 눈물이 없어서 언제 울어봤는지 기억도 나질 않았다! 그렇게 5분가량 다짐을 하고 분만실로 들어갔는데, 와이프의 모습을 보고 나는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간호사는 와이프의 배를 누르면서 힘을 주게 하고 와이프는 소리를 지르면서 힘을 주는데 그 모습이 너무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와이프의 손을 잡아주면서 같이 힘을 주는데 그렇게 힘이 센 여자인지 몰랐다.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그랬을까.
그렇게 3분 정도 흘렀을까.. 의사의 조금만 더!! 지금 힘주면 안 돼요!! 그렇지 지금이야 더더더더!!!!라는 외침 끝에 우리의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만 좀 울라는 간호사의 부탁에 정신을 부여잡고 탯줄을 끊고 손가락, 발가락 개수 확인했다! 그다음 우리의 아이는 엄마에게 안겨 세상에서의 첫울음을 멈추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엄마 아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