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3일 정도 입원을 한다.(자연분만의 경우 3일 정도, 제왕절개의 경우 약 7일 정도)
퇴원 후 약 열흘 정도 산후조리원에서 휴식기를 갖는다. 이 기간 동안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출생신고이다! 출생신고를 하려면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이게 또 쉬운 일이 아니다.
이름의 사전적 의미는 다름과 같다.
1.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물, 단체, 현상 따위에 붙여서 부르는 말.
2. 사람의 성 뒤에 붙여 다른 사람과 구별하여 부르는 말
이렇게 이름은 그 의미대로 다른 사람과 구별하여 부르는 말을 의미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좀 더 복잡한 의미를 갖는다. 나는 무슨 씨 몇 대손이고 아무개 파이며, 본적은 어디 어디이다라는 것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나라에서의 이름은 다른 사람과 구별하여 부르는 말이기도 하지만, 보지도 못한 옛날 옛적 할아버지의 자손임을 드러내는 일종의 표식이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막상 이름을 지으려다 보니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는 점들이 있었다.
첫째, 우리가 낳은 아이의 이름 중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보통 이름이 3글자이면, 성은 아빠의 성을 가져오고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글자는 돌림자를 쓴다. 그러면 한 글자가 남는데, 이 한 글자도 집안 어른이나 부모님께서 신내림을 받으신 점쟁이에게 받아오기 일쑤다.
둘째, 다행히(?) 아빠는 성이라도 물려주지만, 정작 아이를 낳은 엄마는 아무것도 물려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최근에 아빠와 엄마의 성을 동시에 쓰는 운동이 잠깐 유행처럼 번지기는 했지만, 그렇게 예쁜 이름인 것 같지도 않고, 만약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가는 양쪽 집안에서 난리가 날 것 같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아이의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수없이 고민했다. 처음엔, 관례처럼 집안의 돌림자를 받아서 지을까 생각해서 산후조리원과 연계되어 있는 인터넷 작명소에 의뢰하여 이름을 받았다. 하지만 의외의 희소식을 받았는데 그것은 돌림자를 쓰면 아이의 사주팔자에 전혀 좋을 것이 없어 쓰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는 나에게 돌림자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명분을 줬다. 별로 돌림자를 안 쓰고 싶었는데 잘됐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애초에 와이프와 생각했던 이름을 한문으로 만들어달라고 부탁(거금 10만 원을 투자했다.) 하니 친절한 인터넷 속 점쟁이님은 메일로 좋은 의미의 한자를 보내주었다.
이제 걱정은 이 이름을 부모님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다. 나의 부모님, 특히 아버지는 어려서 할아버지를 여의셔서 큰 아버지를 아버지처럼 따르셨다. 문제는 큰아버지가 유교에 굉장히 조예가 깊으셔서 우리 집안에서 돌림자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것이었다. 물론 내 위 두 명의 사촌 형들의 자식들도 돌림자를 쓰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우리가 지은 아이의 이름을 부모님께 전하고, 몇 분이 지났을까 전화가 왔다. 이름이 통과됐다는 것이었다. 물론, 돌림자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소상히 말을 해야 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뭔가 민주화운동을 성공한 사람처럼 내가 멋있다고 생각했다. 혹시 사촌 형들도 돌림자가 아닌 다른 이름을 짓고 싶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미안함과 우월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렇게 우리는 동사무소에서 우리가 지은 이름을 출생신고란에 적으면서 출생신고를 마무리했다.
아이의 이름을 지으면서 느낀 점은,
1. 부모지만 아이의 이름조차 자유롭게 짓는 것은 한국에서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불만을 갖는 건 아니다.
2.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에 많은 책임을 갖지만, 정작 많은 권리를 갖지는 못하는 것 같다.
3. 나와 와이프가 지은 우리 아이의 이름은 정말 우리 아이의 성격과 얼굴에 딱이다.
4. 인터넷 철학관이나 진짜 점집이나 똑같다. 우리가 인터넷으로 지은 이름(비용 10만원)과 아는 형님이 철학관에 가서 지은 이름(비용 30만원)이 의미와 한문까지 똑같았다. 이름 짓는데 너무 많은 돈을 쓰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