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의 고향은 서울 마포구이다. 서울 마포구에서는 그 당시 출산을 하면 출산지원금으로 10만원을 줬다.10만원으로는 분유 몇 통, 기저귀 몇 개 사면 그만이다. 아니,나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던 이유식 전용 한우를 3팩 정도 살 수 있는 돈이겠다.
아이를 낳으러 가면 와이프는 검사를 하러 들어가고, 남편은 입원 수속을 받는다. 이때, 간호사는 다인실과 1인실을 추천해주는데 나는 감히(?) 다인실을 선택할 수 없었다. 아이를 낳기 위해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와이프를 위해 기꺼이 1인실을 선물하고 싶었다. 물론 비용은 다인실에 비해 3배 정도 비싼 건 당연지사. 또, 아이를 낳고, 보통 열흘 정도 산후조리원에 가는데 이게 비용이 또 만만치가 않다. 산후조리원에 입소하기 전 5~6개월 전에 미리 예약을 하는데 지역마다 다르지만 보통 비용이 3~400만원을 호가한다. 이는 강남, 한남동같이 부유층이 사는 지역이 아닌 곳의 기준이다.(뉴스 기사에서 보기로는 어떤 여자 연예인이 2주 동안 머문 산후조리원은 천만 원이 넘는다고도 했다.)
우리의 경우 산후조리원을 퇴소하고 2주 정도 산후도우미를 고용했는데, 이 비용 중에 일부는 나라에서 지원해주기도 한다. 다만, 소득이 많을 경우 지원금액이 엄청 적을 수 있다.
와이프의 육아휴직기간 동안 나는 외벌이를 하게 되었는데, 이 기간에는 경제적으로 좀 힘들었다. 그 이유는 생각지 않게 빨리 아이를 갖게 되어 신혼집이 아이를 키우기엔 너무 작았기 때문에 이사를 준비해야 했고, 아무리 필요한 것만 산다고 하더라도 아이에게 필요한 건 너무 많았다.
와이프가 복직을 하게 되면서 우리는 일명 "이모님"을 고용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아이를 봐주고, 밥도 챙겨주는 소중한 가족 같은 분이었다.(물론 중간에 어린이집에 4시간 정도 보내긴 했다.) 다만, 진짜 가족이었으면 돈을 안 받으셨겠지만 우리의 이모님에게 월급으로 약 170만원 정도 드렸다. 1년이면 2천만원정도 되는 거금이다. 이 시기에 더 이상 전셋값을 올려주면서 살긴 어렵다는 자가진단하에 청약을 넣어 운 좋게 당첨이 되었다. 하지만, 마냥 행복할 수 없는 건 계약금 10%를 지급해야 했기 때문에 목돈이 순삭 됐다는 점이다.
아직 아이가 없는 분들께서 위의 내용을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만약에 내가 결혼 전이나 출산 전에 이 글을 읽었다면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했을지 모른다. 지금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1명 이하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라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예산을 쓰고 있는데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두 개라고 생각한다.
1. 아이를 낳은 엄마의 경력단절을 막아야 한다. 요즘 엄마들은 대부분 남자들 동등 이상의 고급 교육을 받는다. 아이를 낳았다고 엄마들이 본인의 커리어를 포기할 이유는 전혀 없다. 본인한테나 사회적으로 얼마나 낭비인가! 그리고 외벌이는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다.
2. 회사 어린이집을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우리 부부는 다행히 같은 회사이고, 대기업에 다니고 있어서 운 좋게 직장어린이집에 입학시킬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회사 어린이집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대부분 비용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경제적 압박이 없고, 또 같은 건물에 세 가족이 다 있다 보니 갑자기 생길 수 있는 문제들(예를 들면 갑자기 아프다는 등)에 쉽게 대응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장점들 덕분에 하나를 더 낳아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다.(물론 금세 없어지긴 했다.)
아이는 사랑으로 키우는 게 당연하지만, 돈이 있어야 사랑도 맘껏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낳고 난 뒤 돈을 버는데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 주거문제나 교육문제는 그다음의 문제이다. 우리의 기성세대들은 젊은 부부들에게 "얼른 아이를 낳아라" 혹은 "하나로는 부족해! 둘은 있어야지!"라고 훈수를 두기 전에 아이를 낳고 사랑을 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