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성애의 유전자

by Shinzzo

얼마 전, 회사 어린이집에서 간담회가 있었다. 주제는 "내 아이의 강점 찾기"였다. 어린이집의 VCR에 따른 우리 아이의 장점은 "관찰과 탐구, 그리고 말하기"라고 했다. 나는 VCR 속에서 재미있게 웃고 떠드는 우리 아이의 모습을 보고 하마터면 울뻔했다. 왜 울컥했냐고 와이프가 물었는데, 이유는 없었다. 그냥 너무 예쁘고, 자랑스러웠다.

2006년 1월 4일.

나의 군입대 하루 전이었다. 간단히 친구와 맥주를 한 잔 마시고 들어와서 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잘 올리가 있나. 한참을 뒤척이고 있는데 안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방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내방으로 이어지는 발자국 소리는 나의 아버지의 것이었다. 나는 자는 척을 하면서 가만히 있었는데, 아버지는 내 옆에 잠깐 앉으시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으시면서 " 이 자식! 잘할 수 있을까? 잘할 수 있겠지?"라며 혼잣말을 되뇌셨다. 나는 눈물이 나려던 걸 억지로 참고 밤을 지새웠다. 군 입대 전날부터 걱정이 많으셨던 나의 아버지는 입소식에서 결국 눈물을 보이셨다.

또, 결혼식을 하러 가기 전에 큰절을 할 때도, 결혼식에서 축사를 하실 때도 울컥하셨다.

왜 아빠는 눈물을 보이셨을까? 나에 대한 걱정이었을지, 아니면 벌써 이만큼 커서 군대고 가고 결혼도 하는 아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이었을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아버지에게 나는 어떤 아들이었을까? 나는 아빠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서워했다. 는 아들로서 아버지의 기대감이 커질수록 아버지를 대하는 게 어려웠다. 물론 대학교 생활,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도 어른이 되고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예전과 같은 무서움은 없다. 그 남은 자리엔 어떻게 하면 아빠처럼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만이 남았다. 다만 아들로서 아버지에게 살갑게 다가가지 못하는 게 좀 죄송하고 후회스럽다.

나는 아빠한테 배운 게 참 많다. 수영도 아빠한테 배웠고(사실 아빠는 수영을 못한다.) 야구, 자전거, 탁구, 당구 등을 아빠한테 처음 배웠다. 어린 시절 아빠는 나에게 우상이었고 멋진 친구였다. 그리고 지금은 손자라면 뭐든지 해주는 멋있는 할아버지가 되셨다.

내가 나의 아들한테 많은 걸 해주고 싶어 하고 같이 놀고 많은 걸 경험해주고 싶어 하는 건 모두 아빠가 나에게 해준 것과 같다. 생김새만 물려준 게 아니라 자식을 사랑하는 부성애까지 물려신 것 같다. 부성애의 유전자를 물려주신 아버지께 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


작가의 이전글아이는 돈으로 키우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