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범주

by Shinzzo

나는 매운 것을 매우 좋아하고, 남들보다 잘 먹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어느 날, 매운 짬뽕집에 갔는데 매운맛, 보통맛, 순한 맛이 있었다. 그날따라 속이 좀 쓰려서 가볍게 보통맛을 시켰는데, 그 보통맛이 내가 먹어본 그 어떤 짬뽕보다 매웠다. 이 보통맛이라는 기준은 누가 정한 걸까?

부모가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가장 많이 듣고 또 궁금한 것들은

1) 보통 통잠은 언제부터 자나요?

2) 보통 아이들은 언제부터 기나요?

3) 보통 아이들은 언제 말을 시작하나요?

4) 보통 몇 살 때부터 걷고 뛰죠? 우리 아이는 아직 걸을 생각이 없는데 문제가 있는 건가요? 등등.

모두 보통의 아이들에 대한 발달사항에 대한 궁금함 들이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은 내가 영재라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이런 생각의 근거는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애가 자동차의 휠만 보도도 그 자동차의 메이커와 차종을 정확히 맞춘다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더불어, 초등학교 1학년 때 전교에서 구구단을 가장 빨리 외운 사건으로 인하여 나는 부모님만의 영재가 되었다. 하지만, 그 영재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로 전락하여 재수를 하고, 더 이상 자동차의 휠에는 관심이 없는 평범한 어른이 되었다. 아직도 부모님이 나를 영재로 왜 생각하셨을까 의문이다.

하지만 본인의 자식을 영재로 생각하는 것도 유전일까?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조금 더 말을 빨리 시작하고, 더 빨리 뛰어다니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광고를 그대로 따라 하고 심지어 본인의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물론 내가 가르친 적은 없고 어린이집에서 가르쳐줬다고는 함.) 또박또박 쓰는 것을 보면서 한 번씩 우리 아이가 다른 보통의 아이들보다 영재성을 갖고 태어난 게 아닐까 각했다.

혼자서 독학으로 이름쓰기를 완성한 줄 알았건만...

이와 반대로 나는 우리 아이가 보통의 아이들보다 발달이 늦은 게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똑 받아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발달검사다. 발달검사를 하기 전에 문진표를 자가 작성하는데 그날따라 왜 내가 하고 싶었는지 심각하게 작성을 하고 병원으로 갔다. 의사 선생님은 문진표를 보면서 한숨을 쉬더니 나에게

"이거 혹시 아버님이 작성하셨어요? 왜 말씀드리냐면 아빠들이 작성하면 둘 중 하나로 나와요! 심각한 영재이던지 심각한 발달장애로 나오던지!"라고 말하시면서 하나하나 검증을 시작하셨다. 그중 클라이맥스는 우리 아이는 특정 손을(특히 오른손을) 사용하지 않으며, 주먹을 이상하게 쥔다고 적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아이에게

"과자 먹을래?" 하며 쿠키를 건네자 기가 막히게 오른손을 뻗어 과자를 받고 오른손으로 잡고 먹는 게 아닌가. 또한, 주먹을 쥐라고 하자마자 오른손과 왼손을 데칼코마니처럼 정확히 일치하게 쥐어 보여주는 건 덤이었다. 그 후의 발달검사 때의 문진표 작성은 당연히 와이프의 몫이 되었다.

우리 아이가 뛰어난 영재일까? 혹은 남들보다 떨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때면 나보다 이성적인 와이프는 나의 중심을 잘 잡아주면서 우리 아이는 지극히 평범한 발달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고 충고 해준다.


보통의 범주는 누가 정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보통의 아이들보다 발달이 빠를 수도 늦을 수도 있고, 부모들의 바람처럼 우리의 아이가 영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기고, 걷고, 뛰고, 쓰고, 말하는 것이 당연해지는 걸 알기에 아이에게 강요와 부담스러운 관심보다는 "시간"을 주는 게 아이에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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