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건 사랑 이야기만은 아닐 수도 있다

2016년 1월 13일, 친구네 회사 앞에서 덮밥을 얻어먹으며

by 소고

대학교 친구이자 지금은 자신의 꿈을 이룬 친구와 나눈 대화.



HY:
나는 벌써 3년 차야. 시간 참 빠르다.
그런데 있지, 요즘 나 타성에 젖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

나:
응, 그래?

HY:
응, 지금 이 직업이, 모습이. 내가 그토록 바랐던 모습이었는데, 요새는 점점 안전한 기획을 하고, 아이디어를 짜고 그래. 그토록 바라던 일이었는데, 내가 그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해지는 걸 느껴.

나:
음. 관성을 느끼는 건가?

HY:
응. 어떻게 보면 나는 내가 바라던 걸 이룬 거잖아? 그토록 바라던 PD가 됐으니까.
고등학교 때 나는 열심히 공부했어. 목표가 대학이었으니까. 목표를 이뤘더니, 또 다른 목표를 찾은 나인 거지.

PD에 대한 나의 관성,

그런 것 같아. 안전해지고, 푹 타성에 젖어드는 것. 목표를 이뤘는데, 새로운 목표가 나타나지 않는 거야. 아직 적극적으로 찾아보진 않았지만.

사랑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결혼은.. 하고 싶지. 하고는 싶은데, 한편으론 결혼을 하고 나면 이제 만남에 있어서, 이성에 있어서는 끝인 거잖아? 행복하긴 할 텐데. '어디까지 달려가야지'하는 그런 감정은 이제 없을 것 같아서.

그토록 바라던 사랑이었는데, 타성에 젖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나:
음. 응, 그렇지.
그럴 수 있지.

HY:
응, 그래서 난 한편으론 두렵기도 해.
좋은 사람을 찾는다는 건, 결국 그 사람을 찾고 나면 설렘이나 성취...
그러니까 하나의 목적이 소멸되는 거잖아.

나:
그러게. 그 사람을 찾고 나면,
우리는 다시 한 번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