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_ week 3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Snoopyholic

아프다는 건 하루에 에너지를 쏟을 일을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나의 엉성한 그림들은 그리는 데 짧게는 20분에서 길게는 40분 정도 걸린다.

물론 그리는 시간보다 뭘 그릴지 생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곤 하지만.

ㅋㅋㅋ

재미있는 건 이건 글 쓰는 것과 상당히 비슷하는 것이다.

글도 뭘 어떻게 쓸지 생각하느라 걸리는 시간이 엄청 길다.

아, 소설의 경우엔 좀 다르기도 하다. 뭐가 하나 풀리면 앉아서 종일이라도 막 써지는 날이 있기도 하니까.

몇 가지 해야 할 일과 정해진 일과인 중국어를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 나머지는 탈진 상태인 한 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렸다. 그리기까지가 힘들어서 그렇지 막상 그리면 재미있고 보람찬 결과를 얻는다.

당연히 그림의 상태는 엉망이지만 뭐 어떤가. 멋대로 그리기로 결심한 이상 마음에서 울려 퍼지는 판단 혹은 심사위원의 목소리는 팍팍 무시해주기로 한다.


#11 my favourite mug

요즘 가장 애정하는 머그. 차를 우려 공도배에 따르거나 하지 않고 막바로 여기에 부어서 마시면 그렇게 편리할 수가 없다. 티백 그냥 척 담궈서 마시는 거야 말할 것도 없고.

늘어지게 잠든 검은 고양이가 포인트.

요즘의 내 모습을 보는 듯함. 일하느라 바쁠 때는 나도 저렇게 늘어지고 싶다는 열망.....보고 있으면 뭔가 노곤해지는 느낌과 스르르 녹는 느낌이 전해져 애정하는 머그.

고양이 얼굴을 제대로 표현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나중에는 수정액을 이용해서 표현해볼까 생각을 했다가 그렇게까지 노력하면 나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냥 이대로.


#12 taher

스위스에 사는 모로코 친구.

제네바에는 3박 4일 있었던 기억이 있다. 호수를 엄청 걸어다녔고 난 역시 그곳에서도 박물관에 쳐박혀 많은 시간을 보냈더랬지.

욘석이 자꾸 놀러 오라고 나를 꼬시는 중인데.....

중국어 수업을 들어야 하기에 망정이지 못 이기는 척 넘어가주고 싶은 마음 한가득.

간만에 만년필로 그려봤는데....머리의 컬을 잘 표현한 것 같아서 혼자 흡족했더랬음.


#13 hello, winter

눈 내렸던 날. 그것도 많이 많이.

맘 같아서는 나가서 눈사람도 만들고 막 그러고 싶었지만 인터뷰다, 미팅이다, 수업이다....뭔가 바쁘게 한 주를 보냈더니 병원 다녀와서 완전 탈진상태.

계속 누워만 있다가 도저히 그렇게만 보내면 후회할 것 같아 겨우 몸을 일으키고 못 만든 눈사람을 그리기라도 하자 싶어 그렸음.

눈이 이렇게 펑펑 내리는 것이야말로 겨울이지....암.....그렇고 말고!


#14 Audry Hepburn

로마의 휴일을 봤다. 이번에도 처음은 못 봤다. 그래도 뭔가 엄청 재미있게 봤다. 몇 번을 봐도 재미있는 영화다. 이번에는 맨 마지막에 그레고리 펙이 홀로 홀에 남아 있다가 발길을 돌리는 그 모습에 뭔가 감정이 막 이입되면서 혼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봤다.

영화를 보고 나니 사랑스러운 오드리 헵번이 그리고 싶어서.....그렸다.


#15 양파가 자란다 쑥쑥

엄마가 양파를 막 수경재배(?)하기 시작했다. 첨엔 멀쩡한 양파를 왜? 라고 생각했지만 집안 곳곳에 초록초록한 녀석들이 보이니 기분이 좋아졌다.

보고 있으면 참 기특하다. 그냥 물만 줬는데 저렇게 잘 자라고.

나도 물만 주면 저렇게 쑥쑥 잘 자라는 인간이면 얼마나 좋을까.....생각하다가 다 자라 늙어가는 내가 뭔 헛소리인가 하며 허탈하게 웃었다.

그러나 마음만은 아직 어리니 저렇게 쑥쑥 자라고 싶다는 희망을 담기로 했다.

내 중국어 실력도 쑥쑥~

내 책 원고도 쑥쑥~

내 그림 실력도 쑥쑥~

자라다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