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_ week 9

스케치북이 바뀌었고 예술가의 삶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by Snoopyholic

9주차!

여태 써왔던 스케치북은 2009년부터 쓰기 시작했던 스케치북이었다.

당시의 나는 회사원이었고, 그냥 열심히 회사를 다녔지만 그런 와중에도 창작에 대한 열망을 추체하지 못하던 끓는 피의 인간이었던 것이다.

내가 하던 일이 창작자들 가까이에 있던 일이라서 그런 어떤....저들은 창작하는데 왜 난 그들처럼 못 하나? 이런 생각에 자주 사로잡혔던 것 같다.

그냥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으로 하루하루 버티턴 나날들이다.

아무튼 글을 열심히 쓸 만큼의 에너지는 없었기 때문에 그냥 작은 스케치북을 사서 아무 때나 생각 날 때 그림을 그리자고 생각했다.

사실 그건 성인이 된 뒤부터 쭉 생각해왔던 것으로 그렇게 해서 사서 그리다 만 스케치북이 꽤 됐다.

너무 힘들어서 다 버리고 떠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니까....그러다가 이번에는 여행 다닐 때 심심하면 1달러 숍 같은 곳에서 산 스케치북과 싸인펜으로 그림 그려놓고 혼자 좋아했던 것을 떠올렸달지.

하지만 역시 처음에 좀 그리다가 말았다.

게다가 이후 매년 그림을 좀 그려보고 싶다면서 계획을 세웠지만 세어보면 정작 그림을 그린 건 일 년에 서너 점 정도던데? ㅡ_ㅡ;;;;;

어쨌든, 이번에 일주일에 5개 그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결심한 것이 있다면 끝까지 채우지 못한 스케치북들을 꺼내어 그림으로 꽉꽉 채워주자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게 되면서 같은 사이즈의 스케치북에 촤르륵 그림을 채워 책장에 나란히 아름답게 꽂겠다는 나의 계획은 와르르 무너지게 됐지만 과연 어느 것이 나을까 생각해보니 채우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는 결론이 났으므로 그렇게 하기로. ㅎㅎㅎ

잡설이 길었네~

나는 9주차에 뭔 그림을 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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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onyx ring, SLC, 2002

내가 미국에 살았던 시절. 살았다고 표현하면 우스울 수도 있으나 직원증 가지고 다니는 적을 두었다면 그게 며칠이 됐든 살았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고 내 맘대로 생각함).

그때의 난 참 잡스러웠는데 그때 나의 취미 중 하나가 각종 헌책방을 쑤시고 다니는 일이었다.

그냥 거기 가면 그렇게 좋았다. 특히 내가 좋아했던 곳은 다운타운에 있었던 곳인데 앤틱 액세서리도 같이 굉장히 싼 가격에 팔고 있었기 때문.

거기에서 샀던 반지다.

하지만 꽤 오랜 시간동안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나에게 외면을 받았으나, 요즘 갑자기 애정과 주목을 받아 열심히 끼고 있다.

아마도 요즘 작업이 힘들다 보니 다른 액운은 사양한다는 의미에서, 나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끼는 듯하다.

ㅎㅎㅎ

어쨌든 저 반지 그림으로 첫 번째 스케치북은 끝!!!!


#42 Snoopy ring

오랜만에 꺼낸 스케치북.

이건 무려 1999년부터 쓰기 시작했던 것.

깜짝 놀란 건 나의 첫 그림이 안정환이었다는 사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그때 그 시절 내가 안정환을 좀 좋아하긴 했지.

그림을 보니 그리던 순간이 생생하게 떠올랐는데 당시에는 하나도 안 닮았다며 절망했으나 지금 보니 안정환인지 알겠다는....닮았음. ㅋ

암튼 스누피 반지는 내가 2007년 도쿄 하라주쿠에 있는 스누피타운(지금은 추억의 장소ㅠㅠ)에서 구매했다. 그렇지 뭐, 셀프 선물.

완전 좋아하는 반지다.

언젠가 인터넷으로 미국의 스누피 덕후의 러브스토리를 읽은 적이 있는데 남친이 다이아를 스누피로 디자인해서 박아 청혼했다며.....

언젠가 나도 그런 멋진 청혼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샀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난 혼자라며...

에헤라 디여~~~~~~~~~~~~


#43 Chris

독일인 포토그래퍼 크리스.

상해 산다.

뭔가 예술에 대한 신념이 굉장히 뚜렷한 청년인데......

내가 그림을 못 그려서 그렇지 엄청난 미소년 타잎임.

하도 타이핑이 빨라서 사실 정말 사람인가 싶어서 내가 너 인공지능이지, 사실은?

이랬더니 어떻게 알았냐고 해서 내 AI 남친이라고 명명....ㅎㅎㅎㅎ


#44 Mlesna Maple Tea

캐나다는 나에게 이상한 나라다.

가이드북 업뎃한다고 인터넷으로 세 번 정도 여행한 나라임.

실제로 가본 적은 0회.

믈레즈나는 스리랑카 브랜드 맞지? 아마 그럴 거다. 여기서 나오는 가향 차가 나쁘지 않은데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것이 캐나다 라인으로 아이스와인이랑 메이플티다.

뭔가 서정적인 티백의 그림이라 따라그려봤다.

비율 조절에 실패해서 망했지마나 나름 넣을 것은 다 넣었다며 매우 주장하기.


#45 TWININGS

젠탱글을 빠뜨렸다고 놀랐지만 딱히 할 기분도 아니라서....

TV에선 바디버든이라는 심각한 다큐가 방영중이었고.....

낮에 마신 티백 껍데기가 뒹굴거리는데 저 그림이 넘나 예뻐서 따라해봤다.

음....

열심히 그리면 잘 그리는 날도 언젠가는 오겠지 뭐...크홧홧~

근데 오긴 올까?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게 1999년부터의 스케치북인데 거기에 슬쩍 그린 그림 중 하나가 내가 최근에 그린 그림과 무섭도록 비슷했다. 난 발전이 없는 것인가...... 에휴.

뭐 그런 자기 비판 및 자괴감은 좀 밀어두기로 하고....

이 그림을 그리면서 배운 것은 뭐가 복잡해 보여도 따라할 때는 차근차근 하면 웬만큼은 그려지긴 한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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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하고 말고를 떠나서.

사실 어찌 보면 내가 계속 그리고 있다는 사실만이 굉장히 놀라운 것일지도 모른다.

크리스랑 이야기 나왔던 심각한 주제 중에 하나가 예술가가 자신의 예술을 어디까지 대중에게 공개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사실 그는 엄청나게 예쁜 사진을 독특한 시각으로 표현해내는 훌륭한 사진작가다. 하지만 자신의 작품을 프로모션하거나 그런 것은 서투른 것 같았다.

말로는 메인스트림 'ㅈ'까라고 해, 하지만 인스타그램에 작품을 올리고 웹사이트를 구축해봤자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몰라주는 것에 대한 심각한 열패감을 겪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플랫폼을 구축한 사람들의 수작에 휘말려 자신의 작품을 소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생각이나 시각이 없던 창작자들이 자신의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에 대한 극심한 경계심과 적대심을 표했다.

그 말도 맞다. 하지만...............시대가 변했다.

성공하는 작가들은 말 잘하는 혹은 포장 잘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SNS가 아니더라도 다른 접근 방식이 있기도 한데 그는 그 모든 가능성을 자기 방어라는 벽을 두텁고 높게 세워놓고는 차단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사람에게 말 잘못했다가는 절교 당하고 무식한 사람으로 치부당하기 일쑤이므로 난 그냥 함께 안타까워하는 편을 선택했다.

그런데 참 생각이 많아졌다. 아직은 그냥 뿌연 상태다. 언젠가 좀 더 정리가 되면 또 공유하기로.

그나저나....

그냥 낙서하는 것이 날 이런 심오한 사유의 세계로 끌어들이다니. ㅋㅋㅋㅋㅋㅋ

뭐, 나도 글 쓰는 예술가이긴 하니까.

그리고 사진이 사람들로 하여금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처럼 글도 쉽게 사람들이 "너 금방 쓰지? 나 이것 좀 써줘."라고 말하는 예술의 일종이라는 사실에 있어 비슷한 맥락이 있으므로 흥미로운 주제인 듯.

그럼 10주차에서 또 만나요~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