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_ week 8

착각의 한 주

by Snoopyholic

인간은 얼마나 놀랍도록 착각의 동물인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고 보고 싶은 것을 보며 듣고 싶은 것을 듣는다.

20대 때 그걸 친구들과 필터 모자라고 칭하곤 했다.

유난히 방금 말한 것도 자신의 방식으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필터 헬멧을 썼다고 이야기했지.

남 이야기 할 것도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분명 그림을 몇 개 안 그린 것 같은데 5개를 무사히 채웠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그건 나의 바람이었을 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나중에 부랴부랴 마지막 그림을 급 날조했다는.

'중요한 건 5개를 그린다는 사실이다'라는 사실에 위안을 삼기로.


그럼,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출발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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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Lion

어흥~~~

굴러다니는 페이퍼 도일리를 보다가.....갑자기 연상된 사자.

뭔가 되게 우아한 사자 아닌가? 게다가 백사자야.....가만, 백호는 들어봤는데 백사자가 있기는 한가?

who cares?

나의 모토, 멋대로 그린다....!!

이렇게 보니 오즈의 마법사에 나왔던 사자 같기도 하구먼.


#37 Selena

셀레나라고 썼지만 사실 셀레네다. 달의 여신이었던 셀레네. 오라버니 헬리오스가 아들 파에톤에게 태양의 수레를 몰게 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제우스에게 그 자리를 박탈당하고 아르테미스에게 넘겼어야 했던.....

게다가 그녀의 존재는 아르테미스로 흡수되어 거의 동일시되고 있는 실정.

하지만 이번에 원고를 쓰면서 둘의 특성이나 성정이 참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뭔가 셀레네를 기억하고 싶어서.....멋대로 그려봄. 그래놓고 나도 셀레나라고 적는 실수를 범하고;;;;;;;

그나저나.......사람 얼굴 보고 그리는 것도 힘들지만......상상 속에서 누군가를 끄집어내서 그리는 건 더 힘들다는 사실을.........난 사실 상상력이 결여된 사람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음.


#38 My wrist hurts

젠탱글 두 번째 시도.

와........................................................................

저거 하는 데 세 시간도 넘게 걸린 거 같다.

일단 하고 나니 손목이 엄청 아프더라고. 그리고 꽤 스트레스가.............;;;;;;;;;;;;;;;;;;;;

37번에서 상상력이 결여된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심증이 이번에는 좀 더 구체화되는 느낌이었달지.

원래 젠탱글의 취지가 그냥 무념무상으로 패턴을 그리는 거라고 했는데 나란 사람은 그게 잘 안 되는 건지...그리면서 어떤 완벽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강박이 튀어나오면서 3시간 동안 꽤 스트레스 받으면서 그렸다. 그렇게 불태운 뒤 남은 건 손목 통증이라니............뭔가 쓸쓸........ㅎㅎㅎㅎㅎ

살면서 뭘 그렇게 완벽하게 잘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넘 생각 없이 사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또 이런 의외의 부분에서 강박과 완벽 추구가 드러나는가 싶어서 그것도 신기했다.

그런 면에서 나의 무의식 중에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고 볼 수 있는 젠탱글.

실험적으로 일주일에 한 개씩 하려는 중인데......

다음 주에도 해봐야지. 어떤 새로운 깨달음이 날 찾아올지.....


#39 Cheers!

간만에 코젤을 생맥주로 마셨다.

맛있던데.

문득 산양인지 염소님인지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에 슥슥.....

ㅎㅎㅎㅎ

이걸 그릴 당시만 해도 이게 5개의 마지막이라 굳게 믿었던 거지.

근데 분명 내가 스케치북 장 수 세면서 이번주까지 그리면 한 장 남는다고 계산이 끝났는데 두 장이 남아서 의문을 품기 시작,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지난주 마지막 그림을 이번주 첫 그림이라고 심각하게 착각하곤 5개라고 믿었음이 밝혀짐.

ㅡ_ㅡ;;;;;;;;;;


#40 Study on human action

그래서 마구 급조한 그림. ㅋ

젠탱글(요즘의 관심사)과 동굴벽화(과거부터의 관심사)를 믹스한 느낌의 뭔가를 그리고 싶다고 생각하며 무의식에 흐름을 맡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더니 저런 그림이 나옴.

의외로 인간을 단순한 선으로만 그려도 감정이나 이런 것을 쉽게 연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뭐, 이걸 직접 그린 나에게만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재미있게 다가왔다.

그래도.........졸라맨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겠지.

여튼 동굴벽화를 다시 좀 들여다보고 싶다는 그리움 및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내 책 원고 초고 탈고하면 하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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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북 한 장 남았다. 2009년부터 쓰던 거더만.

같은 사이즈로 새로 사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책장을 뒤지니 그리다 말고 그리다 말고 한 스케치북들이 다량으로 발견....작은 사이즈이기도 해서......히잉.....이러는 중이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물욕(?)을 버리고 있는 것부터 다 쓰자.

그리하여 다음 스케치북은 무려 1999년에 쓰다 만 것.....ㅎㅎㅎㅎ

그래도 다 쓰면 뿌듯하리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놓인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취지도 심각하지 말자였으니까.

쓰다 만 스케치북은 무려 3권이나 발견.....올해는 걱정 없을 듯.

9째주도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