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의 한 주
원래는 2월 말까지 마감해서 원고를 넘기기로 했었다.
하지만 뭐 책의 마감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지켜지는 무언가가 아니라는 사실.
ㅎㅎㅎ 그도 그럴 것이 나에겐 우여곡절도 좀 있었고(아마도 수술한 것이 가장 큰 요인) 이번 책은 워낙 주제가 복잡해서 원고가 쉬이 써질 그런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영감님이 강림하고 뮤즈들이 노래를 불러줘도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해내기까지 절대적인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던 것.
사진도 찍어야 하고 각종 리서치도 필요하고 자료를 절대적으로 읽지 않으면 안 되는 등.
뭐 어떤 작품이 안 그렇겠느냐마는......
그냥 정말 다 제쳐두고 몸의 강건함이 받쳐주지 않는 이상 작품을 쓴다는 것은 쉬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뼈절이게 깨달았던 시간이랄지.
유명한 작가들이 철저하게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무래도 원고에 대해서만 계속 생각하다보니.....전에는 일부러 그림 그릴 때는 다른 쪽으로 그리려고 노력했는데 이건 웬걸, 이번주는 완전 지배당함.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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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Oedipus
신화를 살펴보면 참 극적인 인물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으뜸이 오이디푸스 같다.
그는 그의 부모 때부터 이어지는 저주와 악연과 신탁에 의해 참 벼라별 인생역경을 다 겪은 남자.
유명한 수수께끼를 풀고 도시를 구한 영웅이자, 한때 그에게는 행복과 즐거움이라는 시간도 있었을 터.
그러나....
역시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것.
그는 결국 스스로 눈을 찔러 장님이 되고 죽는 날까지 세상을 떠돌았다.
진짜 처음 책을 쓸 때는 샤방샤방 예쁘고 아름다운 티타임이 있는 그런 가벼우면서도 힐링힐링의 책을 쓰고 싶었건만 어쩐 일인지 나도 모르게 원고에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같은 단어를 타이핑해 넣고 있었으니.
에휴.....
#47 Egyptian Nonsense
오이디푸스 이야기에 좀 푹 빠졌다가 스핑크스 이미지들도 많이 살펴보게 됐는데...
예술가들이란 존재는 상상력의 달인인지라.....
꽤 많이들 스핑크스와 오이디푸스를 에로틱한 모습으로 묘사했더라고.
전혀 상관은 없었지만~~
나도 오이디푸스 관련 꼭지 완성한 기념으로 내 얼굴을 박아 스핑크스를 그려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 이집트 난센스지.
#48 Obol for Charon
옛날 그리스에서는(로마시대에도) 사람이 죽으면 반드시 저승에 가는 노자를 망자의 입에 넣어줘야 했는데 그게 은화 한 닢으로 1 오볼이고 노동자의 일당이었다고 한다.
카론과 스틱스와 저승 등에 대해 조사하다가 저 오볼 동전이 넘나 귀여워서~
#49 Mint Night
난 주변에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셜덕이다.
서울에 셜록 카페도 있단 사실을 아시는지?
그때 개업 기념으로 많이 마신 사람에게 선착순 머그 증정했을 때 받아서 애정하며 아껴오다가 최근에 와서야 열심히 사용하게 된 머그다.
원래 검정색인데 보라색이어도 엄청 예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그려봤다.
제목은 당시 마신 차가 민트 티라서.
밤에는 되도록 카페인이 없는 허브티나 루이보스를 마시니까.
#50 Wand of Hermes
신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신이 헤르메스인데 그래서 원고 쓰기가 참 어려웠다.
사실 결국 그를 메인 주인공으로 하는 꼭지는 못 썼다................
(근데 나중에 에필로그에 넣을 것 같기는 하다)
펜던트로 가지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있으면 되게 멋질 것 같은데, 생각하다 그려봤다.
역시 멋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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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정말 5개 중 4개가 신화 관련 그림이었네.
내가 그만큼 집중해서 글을 썼다는 증거겠지.
난 결국 무사히 원고를 출판사로 넘길 수 있었다.
물론 지금부터 길고 지난한 편집 과정이 남아 있다. 사진도 좀 더 찍어야 하고.
그래도 적어도 나 혼자만의 고독한 지옥은 아닐 테니까.
씨익~
11주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