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_ week 18

그림본능

by Snoopyholic

그림 그리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진다거나 그리면서 '오 쉽구먼' 이런 경지에는 전혀 이르지 않았다.

하지만 일주일에 다섯 점 그리는 것은 어그러뜨리고 싶지 않은 약속이다.

왜냐면 그림을 그릴 때 그 순간에 느껴지는 독특한 기분이 있다.

희열이랄지. 고도의 집중이랄지.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다른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싶은 순간들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그림을 그린다.

물론 여전히 스케치북을 꺼내고 물감을 싸인펜을 색연필을 꺼내어 들고 백지 위에 무언가를 그린다는 것이 자주 어렵고 곤란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고, 생각처럼 표현되지 않아서 좌절하는 날도 많다.

하지만 뭐 어떤가.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고 오직 나를 위해서 그리는 그림인걸.

이따금 우리는 모두 그림본능 같은 걸 타고 난 것은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왜, 어렸을 때 집 안의 벽부터, 그 텅 빈 그리고 거대한 캔바스부터 채우려고 했던 우리가 아니던가!

그런데 자랄수록 유아원에서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선생님이라는 사람들이 말하는 기법 같은 것 혹은 그들이 내리는 판단에 의해 우리의 창의성은 멋대로 재단되기 마련이다.

주눅들고 웅크러들고 찌그러지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지.

내가 하는 일이 바로 그걸 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내 본능이 화르르 불타오를 수 있도록.

:)



#86 バナナ

최근 자주 바나나를 먹었다. ㅎㅎㅎ

오직 그래서 그려본 바나나.


#87 lalla

색깔들을 가지고 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요즘.

내가 최근 자주 사용하는 물감은 10색 고체 물감으로 수십 년 전 아빠 친구분께서 프랑스에서 사다주신 것이다. 그걸 고이, 정말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사실 그때는 딱히 고체물감이 뭔지 몰랐고 게다가 외국에서 그것도 프랑스 같은 먼 곳에서 온 물건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부류의 인간이 아니었다.

아끼고 아껴 그야말로 x 될 때까지 가지고 있는 부류의 인간이 나였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그런 생각들이 바뀌었다. 뭐든 있는 것을 쓰자!!!!

사실 그림 그리기도 그렇게 시작했잖아. 스케치북 빈 면들, 사놓고 안 쓴 것들을 쓰자!!!!

물감도 마찬가지였다. 시중에 귀엽고 예쁜 것들이 넘쳐났지만 우선 수십 년 된 그것부터 쓰기로 결정했고 아마 그걸 다 쓰면 또 방을 계속 발굴(?)해서 다른 물감을 찾아내야지.

난 언제쯤 유화 그리나....ㅡ_ㅡ;;;;;;;;;;;;;


#88 Hola, Gaudi

가우디를 좋아한다.

처음 그의 작품을 만났던 순간부터 사랑에 빠졌다.

도무지 세상에 어떻게 저런 모양들로 건축물을 세울 수 있다는 말인가 감탄해 마잖았던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지.

그 존경과 감탄 때문에 바르셀로나라는 도시를 사랑하고 지금도 마음속에 늘 간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가 말년에 지었다는 성당의 스테인드 글래스를 바라보다가.....

따라그려봤다.

싸인펜의 색 한계도 있고 내가 훌륭하게 비율을 그려내고 모양을 완벽하게 재현하지 못해 어설프다고 생각하다가 그냥 그대로 나 나름의 존경심을 표현했으니 충분한 것 아닌가 생각하기로. ㅎㅎㅎㅎ


#89 One line self portrait

요즘 왠지모르게 자화상을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급 한 획으로 그리면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생각하며 바로 실행에 옮겨봤다.

ㅋㅋㅋㅋㅋㅋ

그리면서 점점 후회했으나 때는 늦었을 뿐이고.....

막상 다 그리고 보니 또 기이하게 나와 닮아 있기도 해서 혼자 웃었음.


#90 I'm packing

출장전야.

짐을 싸야 했다.

일주일치 짐이었다.

사람들은 내가 짐 싸는 것이 힘들다고 하면 다들 이해하지 못한다.

너처럼 여행 다니는 애가 그게 뭐가 어렵다고 그러냐고.

하지만 나 같은 결정장애자에게 짐싸기란....게다가 일주일치의 짐이란..........정말 힘들다.

일단 출장이라는 특성에 맞춰서 필요한 것들이 있다.

주로 작업에 관련된 것이니 일단 나의 거대하고 왕 무거운 노트북은 기본이고......

자료들도 종이로 된 것이 있어야만 내가 브레인스토밍하고 그러는 데 편하다.

잠들기 전에 읽을 책 한 권(일주일 동안 아껴 읽어야 하는), 매일 일어났던 일들을 중심으로 기록하는 다이어리와 내가 모든 생각을 쏟아내는 다이어리와 스케치북!! 자연스럽게 필기도구와 그림 그릴 것들이 필요하지. 이미 그것만 해도 한짐이다.

일주일치 옷, 속옷, 세면도구......

이런 것이 신기한 건 사실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여행를 떠날 때도 일주일치를 싸면 된다는 사실.

여튼 밤을 불태워 짐을 싸도 싸도 끝나지 않아서 쉬면서 그렸던 그림.

정말 뭉크는 대단해.

각종 패러디를 낳은 그림.

다음에는 좀 더 큰 종이에 내 해석대로의 색깔을 막 입혀서 그려보고 싶었다. 캬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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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나는 현재 출장 와서 숙소에서 이 글을 쓰는 중이다.

지역의 막걸리를 한잔 걸치고 있는데....서울에서 마시던 것과 확실히 다름!!!


쪼기 위에 비닐을 탈출하려고 애쓰는 쭈꾸미님들과 너구리 한 마리, 양파 일부로 첫 끼니를 해결했다.

출장비가 나오지만 휴양지 음식값에는 어림도 없는 수준이라 어쩔 수 없이 많은 끼니를 직접 해먹기로 결정했다.

ㅎㅎㅎ

아마도 다음주의 그림들은 이곳의 풍경 혹은 느낌이 담긴 것일 확률이 농후.

기대하시라, 개봉박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