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rn out
번아웃 증후군
현대 사회의 탈진증후군이나 연소증후군을 뜻하는 신조어로, 미국의 정신분석의사 H. 프뤼덴버그가 자신이 치료하던 한 간호사에게서 이 증후군의 최초 사례를 찾아내면서 사용한 심리학 용어다. 어떤 일에 지나치게 집중하다보면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모두 불타버린 연료와 같이 무기력해지면서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일이 실현되지 않을 때나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피로가 극도로 쌓였을 때 나타난다. 즉, 일과 삶에 보람을 느끼고 충실감에 넘쳐 신나게 일하던 사람이 어떤 이유에서건 그 보람을 잃고 돌연히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 현상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번아웃 증후군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을 가장 집약적으로 잘 설명해주는 용어가 저것 하나인 듯하다.
나의 경우 여러가지가 동시에 찾아왔다.
1. 지금 다니는 프로젝트 마감
2. 책 작업에 대한 압박
3. 쓰고 있는 소설 자체 마감
4. 써야 하는 원고 마감
5. 이사
이사의 경우 이제 방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됐으니.....
프로젝트 마감은 자꾸만 미뤄져서 나를 돌아버리게 하는 중.
결국 이번주에 일이 터졌다.
그거에 대해서는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하자.
#151 자사호
새 환경에 적응하느라....뭘 못하다가 목요일이 되어서나 붓을 들었다.
출근하려고 준비를 마치고 보니 시간이 15분 정도 남아서 그 시간을 활용, 눈앞에 있던 자사호를 휘리릭 그려봤다.
그랬더니 역시 휘리릭한 결과가;;;;;;;;;;;;;;;
그냥 일반 호인데 완전 서시호의 모양으로 나왔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또 그게 내 매력인가 싶기도 하면서...............(이 사람이 뭐라는 거임? 역시 맛이 갔구먼)
#152 :)
알아보셨다면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
내 사랑.
그나마 나를 힐링해주는 것이 이 분의 동영상을 보거나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잠드는 것.
오직 그뿐이다.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 수 있다면 누구의 삶을 원하는가에 꼭 들어간다. 그의 어부인 홀리 헌터.
확실히 애정하면 할수록 더 잘 그려지는 것 같다.
아마도 더 세밀하게 관찰하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153 I've Got a Broken Heart
'저는 망가진 심장을 가졌습니다' 푸하하 저 어색한 직역을 보시라.
아무튼 그렇다.
내 심장이 망가졌다.
부정맥이라고 했다.
"선생님, 제가 요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그냥 일시적으로 생긴 증상 아닐까요?"
"자다가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공포에 휩싸여 소리지르며 일어나셨다고 했죠? 최근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숨이 안 쉬어지는 증상이 몇 번 있었다고도 하셨고요. 그나마 공황장애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기십시오. 부정맥 맞습니다. 부정맥은 단순히 심리적 스트레스 때문에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스트레스가 어떤 촉발제로 이용됐을 수는 있겠지만요."
기계를 붙이고 48시간 내 심장을 검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제가 일이 너무 많아서 다음 주말로 미뤄도 될까요, 라고 물었다.
사는 게 피곤함 그 자체다.
부정맥까지 진단 받고 보니 삶이 참.......
그냥 다 별 것 없어 보이더라.
그래도 그냥 열심히 사는 수밖에.....기계로 내 심박을 분석하고 초음파로 내 심장을 정밀히 입체적으로 관찰한 뒤에도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냥 단순히....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내 심장이 화가 났음을 알게 됐으니 조금 더 릴렉스하고 살면 내 심장도 만족하고 평화롭기를 바라는 수밖에.
#154 BELLE
드디어 내 방의 공사가 일단락되어 짐을 놓아도 되는 상황이 왔다.
그래서 토요일 하루 동안 내가 이번 여름 동안 흘렸던 모든 땀을 다 합친 만큼의 땀을 흘리며 사람이 들어가서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방을 정리해뒀다.
이사한 집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커다란 책상이 생긴 것.
작은 집으로 이사 오면서 지난번 집에서 식탁으로 쓰던 것을 내 책상으로 쓰기로 한 것.
그리하여 내 작은 빨간 책상과는 이별하고 다른 책상을 만났다.
차를 마시다가 문득 생각만 했던 그림을 그려보자 싶어서 막 재료들을 꺼냈다.
그런데 딱 물통만 안 가져왔는데 보니까 퇴수기에 어차피 물이 있으니 그걸 쓰기로.
문제는 크레파스가 넘 두껍게 표현된다는 데 있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지는 못했다.
대신 이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포착해봤다.
차가 있고 다양한 색깔이 있고 밖에는 엄청난 비가 내리고 좋아하는 재즈 음악이 흐르고....
진심으로 즐거웠다. 못 그리면 어떤가. 재미있으면 그만이지.
#155 London Spy
벤 위쇼를 좋아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향수에서 그 괴팍한 그루누이를 어떤 배우가 소화할 수 있을까 잔뜩 독기를 품고 봤는데 오...... 잘 소화함.
그 뒤로도 007에서 왕 귀여운 Q로 나오고 그래서 왕 반가웠지비.
주말에 짐 정리하느라 너무 힘들었던 나머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가 그래도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건 싫어서 뭐라도 볼까 검색을 돌렸는데 그냥 제목이 넘나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던 영국 드라마.
굉장히 독특한 코드다. 사랑하는 사람이 살해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맞서는 한 개인에 대한 이야기로 요약되지만 그 속은 엄청나게 복잡한 코드로 얽혀있다.
스포일을 싫어하므로 더 이상 말하지 않겠지만 진짜 기나긴 여운이 남았고 실제로 주옥 같은 대사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드라마다. 언제 날 잡아 다시 정주행할 예정.
무엇보다 꽃미남들이 나오고 또한 마크 게이티스의 파격적인 연기가....관전포인트였다.
이따금 등장하는 템즈강과 런던아이, 그리고 영국의 시골길 풍경은 내 영국에 대한 향수를 매우 자극함.
5부작이니 넘 긴 드라마 힘든 사람에게 매우 강추하는 바.
****
내 망가진 심장에 대해서는 앞으로 좀 더 험난한 검사 과정이 있을 예정이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되 넘 열심히 하지 말고 시간을 내서 그림을 그리고 차를 마시(차도 많이 마시지 말라고 경고 받았다)는 일이 되겠다.
그냥 심장이 나에게 좀 작작하라고 경고해준 걸로 생각하기로.
그리고 진심으로....
지금 하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어디로든 가고 싶지만 현실을 고려했을 때 그럴 수 없으므로 집에만 있더라도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혹은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쉴 생각이다.
그것을 생각하면서 버티기로 한다.
버.티.기.로.